팝송 한 곡과 그 속에 숨은 온기를 찾아 떠나는 시간 <유지수의 팝의 위로>
얼마 전 내년 달력과 다이어리를 받고 문득
올 해 다이어리에는 어떤 것들이 채워져 있나 궁금해서 펼쳐봤는데요.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고민들,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줄 문제들,
너무 작은 일이라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
다이어리 구석구석 별표를 달고 적혀있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웃음이 났지만 당시는 참 힘들었고 답이 없었어요.
그래도 그 시간을 지켜준 것은 힘듦을 적어내는 기록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기록이 주는 위로, 힐링이 있죠?
소소한 일기가 주는 소소하지 않은 위로 말인데요.
그래서 죽음을 오가는 상황에서도 10대 소녀는 일기를 쓰고
열 두 척의 배만 남은 전쟁 중에도 일기를 쓰고
미래가 불투명한 포로수용소에서도 일기를 쓰나 봅니다.
나의 기록이 나를 보듬는 거죠.
오늘 팝의 위로는 한 편의 소소한 일기 같은 곡, Fool's garden의 Lemon tree입니다.
이곡은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을 받은
독일 출신 그룹 풀스 가든이 1995년 발표한 노래인데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을 읊조린 조금 싱겁기도 한 곡입니다.
만들어진 계기는 꽤 흥미로운데요.
곡을 만든 그룹의 멤버가 어느 일요일 오후, 여자친구를 기다리면서 만들었다고 하죠.
이렇게 저렇게 피아노를 쳐보다가 어느 순간 멜로디와 후렴구가 떠올라서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20여분 만에 곡을 완성했답니다.
노래 제목도 별 다른 의미 없이 레몬과 트리가 아름다운 단어라서 붙였다고 하는데 보잘 것 없는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조차도
명곡을 탄생케 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팝의 위로는 소확행을 닮은 곡, Fool's garden의 Lemon tre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