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수의 해피송

표준FM 매일 12:05-14:00
Lenka의 The show <6/13>
해피송
2021.06.14
조회 269
팝송 한 곡과 그 속에 숨은 온기를 찾아 떠나는 시간 <유지수의 팝의 위로>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나 단어 자체는 옳고 그름 없이 중립적일까요?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죠. 지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지각이라는 말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이유 없이 지각을 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실상 지각이란 단어에는 이미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죠.

‘망설이다’는 말도 비슷한데요. 머뭇거리고 결정하지 못하는 태도라는 뜻의
‘망설이다’는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결단력이 없는, 능력 없는, 상황 대처를 못하는 등의 안 좋은 의미의 어휘로 통합니다. 간혹 ‘망설이길 잘했네’라는 말도 하지만 이는 우연히 그리되었음이 다행이라는 것이지 망설이는 행위 자체를 칭찬하는 말은 아니죠.

하지만 뜸을 충분히 들이지 않으면 밥이 설익는 거처럼
온전히 망설이며 고민하는 시간이 없다면 그리다만 그림처럼, 만들다만 음식처럼, 쓰다만 편지처럼 아쉬움이 가득하겠죠.
그러니 망설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망설여도 괜찮을까 걱정하지 말고요,충분히 망설이도록 해요. 그것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꽤 적극적인 움직임이니까요.

오늘 팝의 위로는 호주출신 싱어송라이터 Lenka의 노래 The show입니다.

The show는 2008년에 발표한 렌카의 데뷔 앨범 수록곡이고요, 광고나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수없이 흘러나온 곡이죠. 그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친근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인데요.
특히 한국팬들에게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머니볼’에서 흘렀던 곡으로 기억되죠. 영화 속에서 딸이 힘들어하는 아빠에게 이 곡을 불러주고, 노래를 들은 아빠역의 브래드 피트는 딸의 음악적 재능과 가사에 담긴 의미에 감탄합니다.

난 잠시 중간에 멈춰있을 뿐이에요.
인생은 미로 같고 사랑은 수수께끼 같죠.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냥 쇼를 즐기면 되겠죠.

렌카의 음성이나 멜로디는 설탕 폭탄이 떨어지듯 달콤하지만
가사에는 인생의 깊이가 묻어납니다. 그런 차이가 그녀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동요같이 무해하고 아름다운 동화처럼 사랑스러운 the show.
자극적이지 않고 차분하지만 리듬감이 있는 밝은 곡이죠.
삶에서 통제력을 잃었을 때는 그냥 마음을 놓아버리자고 외치는 노래,
Lenka의 The show입니다. 함께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