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수의 해피송

표준FM 매일 12:05-14:00
Janis ian의 At seventeen <5/16>
해피송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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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 한 곡과 그 안에 깃든 의미를 찾아 떠나보는 시간, <유지수의 팝의 위로>

예전에 어떤 사연이 들어왔었는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0년 만에
동창들과 살아계신 선생님과 함께 하는 총동창회가 열렸다는 겁니다.
동창회 날, 사연 주신 분이 화장실에서 머리가 하얀 친구 녀석을 보고
“너 오랜만이다, 너 졸업할 때 몇 반이었지? 생각이 안난다.” 인사를 건넸대요, 그랬더니 “반갑다, 난 김아무개 수학선생님이었다”라고 얘기를 했다네요.
사연을 주신 분은 너무 멋쩍어 어쩔 줄 모르는데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친구로 봐줘서 고맙다고 하셨답니다. 하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0쯤 지나면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경직된 관계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 관계가 될 거 같죠.

어제는 스승의 날 이었습니다.
스승의 날에 선뜻 찾아갈 은사님이 계시다면,
미숙하고 부족했지만 찬란했던 시절을 함께 돌아볼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겠죠.
나의 지난 시절을 비춰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내 존재를 긍정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그 시절이 하늘의 별처럼 예쁘지만은 않았겠죠. 오히려 많이 고단하고 아팠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그 시절이 너무 힘들었다면 그건 우리가 알을 박차고 나오기 위함 아닐까요. 오리도 백조가 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듯이 말입니다.

오늘은 Janis ian의 At seventeen을 소개합니다.
이곡은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제니스 이안이 1975년 발표한 7번째 스튜디오 앨범 에 수록된 곡인데요. 이 곡으로 그녀는 린다 론스태드, 올리비아 뉴튼 존, 헬렌 레디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1976년 그래미에서 팝 보컬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그래미 5개 부문에 올라 1개 부문 밖에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여성 아티스트가 5개 부문에 오른 것 자체가 그래미 사상 최초의 일이었죠.

이곡의 가사는 성인이 된 여성이 돌아보니 이 세상 게임의 법칙이 예쁜 여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17살 때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에요. 예쁜 여자아이들은 많은 인기와 관심을 받고 덕분에 계속 잘 살게 되고 자신과 같이 못생긴 미운 오리 새끼들은 무시당하고 냉혹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말하는데요.

실제로 이곡은 제니스 이안이 학창시절 때 겪었던 이야기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숨기고 싶을 법한 과거를 진솔하고 아름답게 풀어낸 거죠. 또 밸런타인데이가 뭔지 몰랐다는 가사 덕에 노래 발표 후 전 세계 팬들로부터 수백 통의 밸런타인데이 카드와 선물을 받았다네요.
팝의 위로, 오늘은 그 시절 조금은 촌스러웠지만 순수했던 우리를 떠올리며 함께 들어요.
Janis ian의 At seven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