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5/13(금) 소설가 김중혁 "잘 듣는다는 건, 상대방 말에 살을 붙여주는 것"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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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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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소설가 김중혁

◇ 박재홍> 한판승부가 자랑하는 매주 금요일 2부 코너 한판클라스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한판클라스 시간은 소설가를 만나보겠습니다. 7년 만에 신작 소설집 ‘스마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 분이세요. 유머감각과 또 공감력이 뛰어난 방송인 또 재기발랄하고 상상력이 뛰어난 소설가로 사랑받고 계세요. 소설가 김중혁 작가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중혁>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진 작가님, 김 소장님도.

◆ 김성회> 안녕하세요.

◆ 진중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우리 진 작가님 팬이셨다고.

◆ 김중혁> 팬이라기보다 저의 스승님이죠.

◇ 박재홍> 스승님?

◆ 김중혁> 어릴 때 미학 책을 보면서 이분은 정말 똑똑하신 것 같다. 책으로 공부했던 분이기 때문에 나중에 TV에서 봤을 때 약간.

◆ 진중권> 깼어.

◇ 박재홍> 책으로 보는 게 더 나았다.

◆ 김중혁> 어떤 사람은 책이 훨씬 더 좋을 때도 있고요, 아닌 경우도 있는데.

◆ 진중권> 신비주의 전략으로 나갔어야 되는데.

◆ 김중혁> 작가님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 박재홍> 책과. 책의 날카로움이 방송에서도 날카로움이 여전하시더라. 한판승부도 더 애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김중혁 작가님 모신 게 7년 만에 소설집을 내셨어요. 스마일이라는 책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김중혁> 장편소설이나 다른 에세이는 많이 발표했는데요. 단편소설이라는 게 사실은 그 시기에 발표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쌓아뒀다가 한꺼번에 묶는 거기 때문에 7년 동안 5편이라고 하면 굉장히 드문드문 발표를 한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발표하니까 독자들의 반응이?

◆ 김중혁> 아직은 출간된 지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요. 아직은 모르겠으나 지금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 박재홍> 매우 뜨겁군요?

◆ 김중혁> 재미있다.

◇ 박재홍> 심상치 않군요.

◆ 김중혁>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저희 한판승부를 통해서 잘 알려지면 좋겠고요. 이번 스마일에 5개 단편들이 있더군요. 저도 스마일 읽어봤는데 관통하는 주제가 보면 죽음에 대한 얘기도 있어요. 그래서 보면 각각의 단편을 쓰실 때 보면 하나로 묶는 주제를 고민한다는 말씀을 하셨더군요. 맞습니까?

◆ 김중혁> 작가들이 특정한 주제를 관심 갖는 시기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제가 썼던 주제가 도시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 이런 주제를 다루다가 이제 약간 나이가 살짝 들다 보니까 죽음에 대한 관심이 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암묵적인 주제는 죽음이었고요. 실질적인 소재는 갇혀 있는 사람들 그런 소재로 시작을 했는데.

◇ 박재홍> 갇혀 있는 사람들.

◆ 김중혁> 하필이면 이걸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팬데믹이 터지면서 사람들이 다 갇혀 있게 됐잖아요. 그래서 훨씬 더 절실한 주제로 저한테 다가온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렇군요. 소설에 보면 어떤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 섬에 있는 사람도 있고 자동차 등의 폐쇄된 공간 그런 걸 많이 담으셨어요, 보니까.

◆ 김중혁> 그걸 담고 있는데 다들 폐쇄된 공간에 살고 있잖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 알고 있는데 알고 있지만 또 모르고 있는 사실이죠?

◆ 김중혁> 떨어져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 그런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은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스마일을 표제작으로 선택하셨어요.

◆ 김중혁> 소설이 좀 무겁거든요. 그래서 제목이라도 좀 가벼워보자, 그래서 스마일이라고 가장... 보통 우리가 김치처럼 웃게 할 때 스마일할 때 쓰잖아요. 그게 어쩌면 내가 웃고 싶지 않아도 웃게 되는 그런 단어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 좀 웃겨보고 싶다 그래서 스마일이라고 지었습니다.

◇ 박재홍> 이 스마일이라는 책을 보시면 알겠지만 굉장히 깔깔거리는 그런 스마일이 아니고 영화로 만들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 김중혁> 이게 웃는 것에 대한 영어 되게 많잖아요. ‘laugh’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국어로 하면 ‘크크크’일 수도 있고 다양한 웃음이 있을 수 있는데 스마일은 그냥 이모티콘 정도, 그 정도의 은근한 미소 같은 느낌이어서 제 소설이 가지고 있는 포복절도한 웃음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은근한 재미가 느껴지는 그 정도의 온도가 좋아서 스마일이라는 단어 저한테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 김성회> 죽음이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글들을 써오셨다고 하셨잖아요. 5편을 다 쓰고 나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이 좀 정리가 달라지셨나요?

◆ 김중혁> 보통 작가들은 어떤 주제나 어떤 이야기를 쓸 때 스스로에게 본인에게 질문을 던지거든요. 어떤 건 답을 찾을 때가 있고요. 어떤 건 정리가 될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더 모르겠어요. 다 쓰고 나니까 막연히 생각했던 죽음과 실질적인 죽음과 추상적인 죽음 여러 가지를 생각을 해 보게 되는데 여전히 모르겠고 그 모르겠던 것에서 출발했는데 여전히 모르겠는 게 답인 거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보통 소설은 어떤 답을 얻기 위해 읽는 책은 아니잖아요. 정보나 이런 책이 아니고 질문을 새롭게 던지는 책이기 때문에 저는 질문을 던진 사람으로서 이 책을 보고 사람들이 또 다른 질문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성회> 질문 던지셨다 말씀하셨으니까 드는 생각인데 지금 스마일에서는 마약 운반상이 등장하고 차오에서는 건축물 안전진단사가 등장을 하고 왼에서는 왼손잡이 부족을 현지 조사하는 학자들 이제 직업군들이 나오잖아요. 관련된 부분들을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를 하셔서 나오는 건가요. 아니면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 안에서 나오시는 건가요?

◆ 김중혁> 제가 가짜 직업을 많이 만들어내고요. 소설에다가. 실제인 것 같은데 실제가 아닌 사실 여기 건축 안전관리 이런 분도 비슷한 업종이 있지만 그 업종에 계신 분들의 약간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약간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표현을 하고요. 마약 운반상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있기는 하지만 저하고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마음 놓고...

◇ 박재홍> 정말 안 만났습니까?

◆ 김중혁> 물론 자료는 있습니다.

◆ 진중권> 마약 운반상들은 연락 좀 주세요.

◆ 김중혁> 실제 제가 재미있었던 게 어떤 자료를 보다가 영어권 자료를 보다가 비행기 승무원들이 승객들이 밥을 안 먹으면 체크하는 게 있더라고요. 그걸 체크를 하는 이유가 그런 마약 운반하는 사람들은 밥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체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 박재홍> 책에 그 내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중혁> 그런 이야기를 출간했죠.

◇ 박재홍> 그래서 보면 책 내용을 전반적으로 보면 굉장히 우리 작가님이 관찰력이 뛰어나시다라는 한 문장에서도 그 한 문장이 그냥 허투루 있지 않고 굉장히 아주 깊이 있는 관찰을 통해서 쓰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업 세계도 아까 마약 운반상이나 직접경험 못하시고 공부를 하시면서 하셨겠지만 그럼 하나의 직업을 깊이 알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하시겠네요, 그러면.

◆ 김중혁> 우선 제가 제일 관심 있는 건 텔레비전이나 어디인가 나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분은 어떻게 수익을 어떻게 얻을까.

◇ 박재홍> 돈을 어떻게 벌까?

◆ 김중혁> 돈을 어떻게 벌까 너무 궁금하잖아요. 진중권 작가님은 돈을 어디서 벌까?

◇ 박재홍> 코인을 전혀 안 하세요.

◆ 김중혁> 어디에 포션이 클까, 그런 점을.

◆ 김성회> 정기예금.

◆ 김중혁> 뭔가 수익이 있어야 되잖아요. 글을 써서 버는 돈, 방송 수입, 다양한 수입이 있을 텐데 저 사람의 본업은 무엇일까 많이 하고요. 그리고 저만의 팁인데 문제집을 많이 봅니다. 직업을 라이선스를 따려면 시험을 쳐야 되잖아요.

◇ 박재홍> 자격증 시험 문제.

◆ 김중혁> 문제집을 많이 사보고요. 그 문제집에 그 세계가 다 들어 있어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땡트뷰 같은 데 가서 다큐멘터리가 잘 나와 있기 때문에 그런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직업을 보기도하고요. 실제 취재도 많이 하는 게 예전에 제가 기자 생활을 했어서 며칠 전에 고나무 기자도 나왔던데. 같이 일을 했었던 기자거든요. 그래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저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관심 같은 게 아마 작가로서 좀 많이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 박재홍> 직업을 굉장히 많이 탐정, 우주비행사, 스탠드업 코미디언 이런 분들은 자격증 시험 안 보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 김중혁> 그렇죠. 자료를 엄청나게 많이 보고요. 자료를 보는 수밖에 없고. 실제 만날까 만나지 말까에 대한 고민도 많고요. 실제 외국에 있는 소설가도 그러한 자료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

◇ 박재홍> 취재를 할까 말까.

◆ 김중혁> 안 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 박재홍> 왜 그렇습니까?

◆ 김중혁> 왜냐하면 그 사람을 만나버리면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이 정보가 돼버리잖아요. 다른 이야기를 쓸 때 부담이 커지는 거예요. 그런데 만나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잖아요. 나는 그 사람 안 만났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안 만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상상력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김성회> 저희가 말을 할 때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고 직업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저는 책을 봤다, 이렇게 얘기할 것 같은데. 책이라고 안 하고 자료라고 하는 거 보니까 다른 사람이 창작한 내용도 잘 안 보시는 것 같아요.

◆ 김중혁> 책도... 그런 소설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보고 자료도 많이 하고 인터넷 서핑도 많이 하고요.

◇ 박재홍> 직업의 세계를 굉장히 많이 보셨으니까 내가 참 탐구를 많이 했지만 이 직업은 정말 독특하다. 이건 내가 직업으로 삼아도 될 만하다.

◆ 김중혁> 제가 이걸 사실은 이렇게 쓰게 된 계기가 첫 번째 소설이 좀비들이라는 소설인데요. 거기에 나오는 직업이 안테나 감식반이라는 직업이에요.

◇ 박재홍> 안테나 감식반.

◆ 김중혁> 실제 존재하지 않는 직업인데.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중혁> 오차 측량원 이런 직업군인데 실제로 통신사 연구원들을 만났는데 그분이 하는 일이 지금 사라져버린 통신사인데 전국을 다니면서 안테나 수신 감도를 체크하는 거예요.

◇ 박재홍> 잘 들리나 안 들리나.

◆ 김중혁> 없으면 기지국을 확장해야 된다 이런 식의 보고서를 내는 분인데 그 사람의 사연을 생각하는데 너무 쓸쓸한 느낌이 있는 거예요. 혼자 다니면서 수신 감도를 체크한다는 게 너무 쓸쓸하잖아요.

◇ 박재홍> 거기서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건가요?

◆ 김중혁> 감도 체크할 기계를 보는 거죠. 그런 상상력 같은 게 어쩌면 저한테는 큰 도움이 돼서 누군가가 하루를 보낼 때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할까라는 상상을 많이 하죠.

◆ 김성회> 혹시 여태까지 탐구해 보신 직업 중에 야, 이거 정말 괜찮다라는 것 추천해 주실 만한 게 있어요?

◆ 김중혁> 제가 겪어본 직업 중에.

◇ 박재홍> 고민이 많으세요, 이 직업을 계속 해야 될지에 대해서.

◆ 김중혁> 제가 제일 추천해 드리고 싶은 직업은 소설가입니다.

◇ 박재홍> 소설가?

◆ 김성회> 소설가요?

◆ 김중혁> 너무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 박재홍> 만족도가 높으시군요. 방송도 할 수 있고 책도 쓸 수 있고.

◆ 김중혁> 돈을 좀 많이 포기하시면.

◇ 박재홍> 포기?

◆ 진중권> 돈만 포기하면 할 일 많지.

◇ 박재홍> 돈만 포기하면?

◆ 김성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주로는 글 쓰는 게 쉽기 때문에 나머지는 조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다른 사람들은 글이 안 써지는 거거든요, 문제는.

◇ 박재홍> 그러니까 글 안 써지잖아요.

◆ 김중혁> 그건 저는 약간 핑계인 것 같고요.

◇ 박재홍> 그러세요? 우리 작가님은 잘 써...

◆ 진중권> 이야기꾼이어야 되잖아요. 왜냐하면 저도 한 말빨하잖아요. 그런데 소설가들 말하면 저는 세 시간 동안 한마디도 못하거든요. 이 구라가 엄청나요, 그냥.

◆ 김중혁> 예전 분들은 그러셨는데 요즘 친구들은 그렇지는 않고요. 저도 요즘 세대이기 때문에.

◆ 진중권> 황구라, 이런 분들.

◇ 박재홍> 황 모 씨의 아들 황석영 씨.

◆ 김중혁> 그 전설적인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문인들이 이제 송년회 같은 걸 하면 말 잘하시는 분들이 마주치면 서로 갈라집니다.

◇ 박재홍> 서로 시끄러우니까. 나는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상대방도 말하는 사람이면 굉장히 피곤한 테이블이 될 수 있으니까.

◆ 김중혁> 그래서 듣는 사람이 많지 않죠.

◆ 진중권> 김영하 씨도 구라 엄청나더라고요.

◇ 박재홍> 김영하 씨. 그래요, 그렇군요. 그래서 창작이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작가님은 그게 통용되지 않는 클리셰군요.

◆ 김중혁> 대부분 글을 쓸 때 고통스러운 이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기 시작할 때 고통스러운 거거든요.

◇ 박재홍> 컴퓨터 안 끄고 노트북을 켜고.

◆ 김중혁> 빈 화면을 보면서 뭘 쓸까?

◇ 박재홍> 빈 화면을 보다가 스포츠면으로 갑니다.

◆ 김중혁> 그렇죠. 쇼핑을 하고 있죠.

◇ 박재홍> 손흥민이 몇 골을 넣고 또 감독의 평가를 보고.

◆ 김중혁> 하이라이트 보다가 갑자기 손흥민이 뭔가 새로운...

◆ 진중권> 항상 골 영상 봐야 되고.

◆ 김성회> 저 지금 너무 섬뜩했던 게 오늘 한판논평을 적다가 한 줄 적고 진짜로 손흥민 경기 봤거든요.

◇ 박재홍> 대부분의 하루였어요, 그게.

◆ 진중권> PK 유도, 그다음에 퇴장.

◇ 박재홍> 가만히 좀 계시고요.

◆ 김중혁> 작가들이 또 관심사가 많기 때문에 스포츠도 하나만 보지도 않습니다. 프리미어리그, NBA, KBO 다 보기 때문에.

◇ 박재홍> 메이저리그도 봐야 되고요.

◆ 김중혁> 몇 시간을 봐야 되는데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책상에 앉지 말고 걸어 다니면서 글을 써라.

◇ 박재홍> 걸어 다니면서.

◆ 김중혁> 머릿속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구상을 한 다음에 어떤 심지가 잡혔을 때 그걸 글로 쓸 수 있겠다 생각이 들면 앉으면 쓸 수 있거든요. 그 시간을 갭을 좀 줄이면 글 쓰기가 굉장히 재미있어집니다.

◇ 박재홍> 어디 가야 됩니까? 전철을 무작정 타야 됩니까?

◆ 김중혁> 전철도 좋고요. 원래 인간이 시각적인 동물이라서 흘러가는 풍경들 보면서 아이디어가 되게 많이 떠오르거든요.

◇ 박재홍> 영감이 오르죠, 그렇죠. 영화 8마일 보면 래퍼 에미넴이 버스에서 랩 가사를 쓰거든요. 지나가는 간판들을 보면서 간판의 상호들을 보면서 라임을 짜는 게 있어요. 실제로 버스나 지하철 이런 곳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죠.

◇ 박재홍> 진 작가님 동의하십니까?

◆ 진중권> 저는 아이디어 안 떠오르면 성경책을.

◇ 박재홍> 어머!

◆ 진중권> 그게 아니라 성경책을 딱 펼쳐서 눈에 들어오는 단어.

◇ 박재홍> 회개하라.

◆ 김중혁> 약간 점괘로 이용하시는 거군요.

◆ 진중권> 그렇죠. 그러면 이게 딱 연결될 때.

◇ 박재홍> 다빈치 코드처럼.

◆ 김중혁> 저도 책점 같은 거 보거든요. 책점 딱 펼쳐서 오늘 5일이면 다섯 번째 줄이 오늘 나의 운명이다.

◇ 박재홍> 그냥 작가님의 소신으로 알겠습니다.

◆ 진중권> 그런데 그게 있잖아요.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아이디어 하루에도 여러 개씩 떠오르고 변기 앉아도 나올 때까지 여러 개가 떠오르는데 문제는 이걸 엮어서 결말로 가줘야 되잖아요.

◆ 김중혁> 사실 작가가 될 때 제일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사람은 되게 많잖아요. 그런데 어떤 게 될 만한 아이디어인지 골라내는 게.

◇ 박재홍> 그렇습니다. 방송도 똑같지 않겠습니까? 방송도 되겠다 싶은 건 많지만.

◆ 김중혁> 그래서 초기에는 사실은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쓰다 보면 아니구나를 알게 돼요. 한참 가다 보면 이 산이 아닌가 보다.

◆ 진중권> 아깝잖아, 이거 버리기도.

◆ 김중혁> 버려야죠.

◇ 박재홍> 버려야 됩니까?

◆ 김중혁> 그때 작가의 진면목이 나오는 건데 버리다 버리다 보면 아, 볼 때 이제 이거는 되겠다. 약간 확률을 높이는 거죠. 80% 정도 되면 이제.

◆ 김성회> 어떤 작가의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정장으로 갈아입고 옆방으로 출근해서 아침 8시부터 몇 시까지 시간을 정해서 노동처럼 글을 쓰는 스타일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작가님은 그런 스타일이 아닌가요?

◆ 김중혁> 요즘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 많이 그렇고요.

◆ 진중권> 그래요.

◆ 김중혁> 왜냐하면 예전에는 산고의 고통 그러면서 밤에 글 쓰고 이런 약간 이상한 낭만주의 신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 박재홍> 원고지에 쓰고.

◆ 김중혁> 요즘은 글 쓰는 것도 노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시간 때 일을 하고 일이 끝나고 나면 저녁 때 자기 시간의 여가를.

◇ 박재홍> 주 120시간만 쓴다?

◆ 김중혁> 그걸로도 부족할 것 같기는 해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래서 작가님께서 대상을 향해 편지 형식의 글을 써보라는 조언을 하신 것 같습니다.

◆ 김중혁> 그게 뭘 쓸지를 몰라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 대상이 있으면 바로 인사말을 하게 되고 근황을 듣는다든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이 일단 좋고요. 제가 드리는 팁 중에 제일 많은 분들이 쓸 수 있는 팁은 글을 쓴 다음에, 글을 다 완성한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첫 번째 단락을 날려버리면 글이 되게 좋아져요. 그러면 대부분 첫 번째 단락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돼 있거든요. 되게 좋은 글을 쓸 거야.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을 날려버리면.

◆ 진중권> 나 이해해요. 애들 리포트 읽으면서 그러거든요. 항상 내가 체크해 주거든요. 항상 서문 있잖아. 돼지꼬리하고 다 버려.

◇ 박재홍> 서문을 다 버려라.

◆ 김중혁>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제가 글을 쓴 것도 돌아와 보면 첫 번째 단락 정도는 약간 불필요한데 장황한 정도가 많기 때문에.

◆ 진중권> 그런데 보통 어떻습니까? 이게 딱 소설을 했을 때 애초에 딱 해서 나는 이렇게 이렇게 끌고 가서 여기서 이런 결론을 갈 거야를 상정하고 쓰시나요? 아니면 그냥 가면서 찾아가나요?

◆ 김중혁> 큰 그림은 그려놔야지 안 그러면 완전 다른 길로 가기 때문에. 그런데 작가들이 대부분 그런데요. 미리 설계도를 그립니다. 나는 이런 도시와 이런 30층짜리 빌딩을 지을 거야. 다 짓고 나면 초가집이에요. 그게 실제대로 되지 않는데 그래도 그림을 그려놓지 않으면 딴 길로 가기 때문에 그려놓고 가면서 약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옆길로 가는 방식.

◆ 진중권> 저는 좀 다른 길로 많이 가거든요. 그래서 원래 미술사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는데 그 책이 결국 뭐로 나왔냐 하면 춤추는 죽음이라는.

◆ 김중혁> 제가 그래서 좋아하나 봐요. 그런데 사실은 글 중에 제일 제가 보기에 안 좋은 글이라고 표현하기 그렇지만 경직돼 있는 글들은 반성으로 끝나는 글들 있잖아요. 오늘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니면 그렇게 결론이 정해져 있는 글들보다는 가다가 글을 쓰면서 써나가는 과정에서 뭔가 배우게 되거나 나아지는 과정이 보이는 글이 훨씬 좋죠.

◇ 박재홍> 과정이 나아진다.

◆ 김중혁> 옆길로 가더라도.

◇ 박재홍> 그러면 걸으신다고 그랬잖아요. 걸으신 다음에 영감이 떠오르시면 카페에 가십니까? 아니면.

◆ 김중혁> 예전에는 카페에서 다 글을 썼는데요. 왜냐하면 약간 적당한 소음이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도 있고 약간 그랬는데 요즘에는 또 카페가 공부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 박재홍> 너무 많아요.

◆ 김중혁> 약간 느낌이 예전에는 그런 분들이 많지 않을 때는 카페에서 글쓰면 되게 멋있어 보이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너무 많아서.

◆ 진중권> 고시공부하는 것 같아.

◇ 박재홍> 카페가 대한민국같이 공부 많이 하는 카페도 없는 것 같아요, 보면. 그리고 작가님 또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다 이런 호칭을 받고 계시는데 보면 어느 글에서 보니까 작가님은 책을 찢어서 벽에 붙이는 방법을 쓰신다고 들었어요.

◆ 김중혁> 저만의 어떤 책 판매 기술 같은 건데요.

◇ 박재홍> 책 판매 기술?

◆ 김중혁> 책을 찢어서 많이 사기를 바라는.

◇ 박재홍> 본인의 책을 찢어서.

◆ 김중혁> 저는 책이 너무 신성시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고요. 책에 밑줄도 많이 긋고 생각도 많이 적고 찢을 수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좋아하는 책은 한 두세 권씩 삽니다. 그래서 어떤 책은 낱권으로 다 분권해서 벽에 붙여놓기도 하고요. 아름다운 도판 같은 경우에는 거기 책을 열었을 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걸 찢어서 벽에 붙이면 매일 볼 수 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쓸 수도 있고요.

◇ 박재홍> 그러면 책을 벽에 붙인 내용을 보면서 영감을 얻으시는 거예요?

◆ 김중혁> 네. 그림이 있는 책들은 자주 그러고요. 그림이 없더라도 약간 찢어서 좋아하는 페이지를 붙여두면 계속 자기 암시를 할 수 있어요.

◆ 진중권> 제 책은 본의 아니게 그렇게 돼요. 책 딱 사면 도판을 보내잖아요. 그러면 출판사 걸 다 뜯어서 하잖아요. 그러면 안 붙여줘요.

◇ 박재홍> 왜 안 붙여줘요?

◆ 진중권> 붙여준다고 약속만 하고 안 붙여줘요.

◆ 김중혁> 원래 잡지 만들면 레이아웃 잡을 때 잡지를 모든 페이지를 붙여두거든요. 되게 멋있어요. 되게 멋있는 느낌이 나요.

◆ 진중권> 북아트 같은 느낌.

◆ 김성회> 그러면 작업실에 다 붙여놨다가 떼고 이렇게 하시는 거군요.

◆ 김중혁> 사진 붙여놓을 때도 있고.

◇ 박재홍>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라는 에세이에서 혼자서 잘 노는 법 노하우도 밝히셨는데 사실 혼자 잘 놀기 쉽지 않은데.

◆ 김중혁> 그것만 한 30년 했거든요, 제가.

◇ 박재홍> 우리 진중권 작가님이 잘 노시는 노하우가 있으신데.

◆ 김중혁> 혼자 있을 때 제일 바쁘지 않으세요?

◆ 진중권> 제일 바빠요. 제일 집중하고.

◇ 박재홍> 혼자 있을 때?

◆ 진중권> 우리 김성회 소장님 그러잖아요. 그거 어디서 찾았어. 이상한 장난감들.

◆ 김성회> 무슨 딸기를 연결해서 치는 피아노가 있다고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희한한 걸 많이 사시고 하더라고요.

◆ 진중권> 그러니까 딸기를 건반으로 사용해서 음악을 연주하거나.

◇ 박재홍> 혼자서 잘 노는 노하우.

◆ 김중혁> 그게 제가 혼자서 작업을 하니까 영화나 다른 장르의 예술들은 협업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소설은 자율 주도 혼자해야 돼. 다시 퇴고도 혼자 해야 돼.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까 혼자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 자꾸 개발이 돼요. 혼자 악기도 연주했다가 그림도 그렸다가 공놀이도 했다가 그걸.

◇ 박재홍> 혼자서 공놀이도?

◆ 김중혁> 작업실에 공공 같은 게 있거든요. 파손되지 않는 그런 걸 가지고 놀기도 하고 줄넘기도 하다가 정말 바쁘고요. 음악 듣다가 영화 보다가 그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 박재홍>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세요?

◆ 김중혁> 네.

◇ 박재홍> 그렇군요. 김성회 소장님도 그러세요?

◆ 김성회> 저는 그렇게 시간이 남으면 주로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해서 저도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 김중혁>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 느꼈을 것 같아요.

◇ 박재홍> 팬데믹 상황에서.

◆ 김중혁> 혼자만의 시간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 김성회> 어쨌거나 성향상 혼자 있는 상태에서 충전이 되는 사람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가운데 충전이 되는 스타일 차이 아닐까요.

◆ 김중혁> 저는 그걸 내향성, 외향성으로 구분하는데 저는 그렇게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외향적인 사람들도 혼자 있는 시간의 좋은 점을 알게 되면 그 시간을 좀 많이 누릴 수 있을 건데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나 아무것도 안 하고 뭐하고 있지. 그 불안함을 넘어서면 즐거운 일이 너무 많거든요.

◆ 진중권> 혼자 노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필요해요. 내가 얼마나 혼자 잘 노는지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 박재홍> 그래서 SNS를 하십니다.

◆ 진중권> 들어줄 사람이. 누가 그러던데 30분까지 재미있었는데 30분 넘어가니까 지겹더라고.

◇ 박재홍> 집 안에 핸드폰 금지구역을 만들어보자.

◆ 김중혁>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 박재홍>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 방에 있으면 핸드폰을 갖고 들어가면 안 되는 방.

◆ 김중혁> 그렇게 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 침실에 들어갈 때 핸드폰을 안 들고 간다든지.

◇ 박재홍> 어떻게 그럴 수 있죠?

◆ 김중혁> 힘든가요? 그렇게 힘들지 않고 그냥 E북을 보는 것보다 종이책을 보는 게 훨씬 더 편리하고요. E북은 아무래도 E북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쇼핑을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종이책에 있는 것들로만 뭔가 하다 보면 핸드폰 없이도 사실 누릴 수 있는 게 되게 많죠.

◆ 김성회> 저는 예전에 보좌관 했던 시절에는 목욕할 때도 전화기 들고 들어갔었는데 요즘에는 자영업자가 되고 나니까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주말에 한 반나절 정도 실제로 통화방해 금지 모드를 켜놓으면 아무런 벨이 울리지 않거든요. 그러면 소파 어디 구석에 박아놓고 한 반나절 동안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제 세상을 살다가 다시 돌아오고 그러면 굉장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 진중권> 나는 평소에 그냥 전화를 안 받는데.

◇ 박재홍> 섭외가 어려운 분입니다.

◆ 김성회> 그건 갑이시니까 그렇고.

◇ 박재홍> 그리고 작가님 쓰신 글 보면 하루종일 반대로만 행동해보자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내용에.

◆ 김중혁> 그게 혼자 노는 다양한 방식 중에 하나인데요. 오른손을 주로 쓰다 보면 왼손을 잘 모를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느 날은 왼손으로만 사용하는 거예요. 밥도 왼손으로 먹고 글도 왼손으로 쓰고 그러다 보면 왼손이 되게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예를 들면 늘 가던 방을 다른 식으로 돌아가 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일상을 낯설게 만들면 그 속에서 창의력 같은 게 생기거든요. 그러니까 똑같은 걸 하면 익숙하고 안정적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없는데 약간만 틀면 방 책상 위치만 약간만 바꿔도 굉장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를 계속 떠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러면 새로운 게 보이고 행동하게 되면 새로운 깨달음도 생길 수 있을 것이고.

◆ 김중혁> 깨달음까지는 모르겠고요. 재미있죠.

◇ 박재홍> 우리 작가님은 방송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방송 ‘대화의 희열’ 진행자로도 방송 하셨었는데 작가로 하실 때와 방송 진행하시니까 어떠셨어요?

◆ 김중혁> 아까 진중권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때로는 광장으로 나올 필요가 있잖아요. 너무 심심하거든요. 그럴 때 방송이 되게 좋은 저한테 좋은 자극제가 됐고요. 작가는 말을 많이 잘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은 작가는 듣는 사람이거든요.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어서 듣는 역할은 잘하는 것 같고요.

◇ 박재홍> 저도 작가님 방송을 보면서 굉장히 경청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김중혁> 실제로 촬영을 하면 아시겠지만 촬영 시간이 10시간 가까이 되거든요.

◇ 박재홍> 어렵죠, 고통스러운 작업이기도 하고.

◆ 김중혁> 마비가 와요. 왜냐하면 게스트가 1명이 있고 그쪽을 10시간 봐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마비가 오더라고요.

◆ 김성회> 생각보다 훨씬 기네요.

◇ 박재홍> 녹화를 한 10시간 하고.

◆ 진중권> 예능이 원래 그래요.

◇ 박재홍> 좋은 거 1시간 분량으로 편집을 하는 거군요.

◆ 김중혁> 쉬는 시간 다 포함해서 그런 거니까 촬영하는 시간은 대여섯 시간 될 텐데요. 저는 하면서 느꼈던 것. 그리고 얘기하고 싶었던 건 말을 잘한다는 게 뭘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박재홍> 뭡니까, 말을 잘한다는 건 뭡니까?

◆ 김중혁> 저는 능수능란하게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들을 말을 잘한다고 하잖아요.

◇ 박재홍> 촬촬촬촬스.

◆ 김중혁> 저는 약간 반대인 게 제가 만난 작가들은 다 말을 잘하거든요. 그런데 방송에 적합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천천히 말하고 단어를 세심하게 고르고 어떤 표현을 해야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말을 잘한다는 건 상대방에게 내 마음에 있는 풍경을 그대로 전달하는 거란 말이죠. 그러려면 세심해야 되고 느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빨라야 되는 방송에는 어울리지 않죠. 그래서 가끔은 이제 대화의 희열 촬영할 때도 약간 마가 뜬다고 그러죠? 그런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런 순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럴 때 진짜 대박인 것 같은. 그런 순간들이 있어요.

◇ 박재홍> 약간의 공백, 빈 공백. 라디오가 비는 걸 너무 싫어해서요. 저희는 5초 이상하면 방송사고여서 저희 아나운서는 제일 싫어하는 게 마이기는 한데 공간을 잘 만드는 것도 참 기술인 것 같은데. 많이 만나셨을 텐데 이 사람이 말한 게 정말 좋았다라고 느끼는 상대가 있었을 것 같아요.

◆ 김중혁>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때 호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요. 예를 들면 아이유 씨나.

◇ 박재홍> 이해합니다. 아이유 씨.

◆ 김중혁> 이정은 배우, 기생충의 이정은 배우 같은 분 만났을 때 실제로 방송을 하다 보면 이 사람은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서 나왔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고요. 그런데 촬영 중에도 진짜 내 얘기를 듣네 싶은 그런 게스트가 있어요. 대화의 희열은 대부분 잘 듣는 사람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유 씨나 이정은 씨는 정말 사석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 정말 내 얘기를 듣고 반응해 주고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 그 과정이 너무 좋아서 아까운 건 촬영을 한 5시간 했는데 방송은 1시간이잖아요. 날아간 게 너무 아까운 게 많아요. 그런 게 아쉽더라고요.

◇ 박재홍> 아이유 씨는 저희도 꼭 모시고 싶으신 분인데.

◆ 김중혁> 갑자기 사심을.

◆ 진중권> 그 방송쟁이들은 말이야. 정말 중요한 건 다 빼버리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골라가지고 출연은 열심히 했는데 나중에 보면 내가 아니야.

◇ 박재홍> 그런가요?

◆ 김중혁> 거리두시나요? 방송쟁이들.

◆ 진중권> 편집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있어요. 딱 보면 항상 내가 소재가 된 느낌. 어차피 작품은 그들 거다라는 느낌도 들고.

◆ 김중혁> 하지만 또 그들의 시선으로 그걸 편집하는 거기 때문에 방송 출연하는 사람은 기꺼이 어떤 시를 쓰더라도 당연히.

◇ 박재홍> 굉장히 유연한 자세를 갖고 계십니다.

◆ 김중혁> 예를 들면 제가 문장을 만들 때 문장을 수집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누군가가 그걸 약간 걸려하면 불편할 것 같아요.

◆ 김성회> 그렇게 한 녹화본은 꼭 다 챙겨보시나요? 어떤 분들은 녹화본을 잘 안 보는 분들도 있다고.

◆ 김중혁> 저는 자주 봅니다. 재방송을 많이 해 주던데요?

◇ 박재홍> 또 문단에서 작가는 글로만 얘기해야 된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그래서 어떤 방송 출연 이런 것에 대해서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고 이를테면 가수는 노래로만 얘기해서 예능 나가면 안 된다라는 인식 과거에 비해서 많이 약해지기는 했죠?

◆ 김중혁> 요즘은 안 그런 거 같고요.

◇ 박재홍> 그래요?

◆ 김중혁> 작가들도 다양한 방송에 나오기도 하고 워낙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들이 되게 얕고 넓게 알아요.

◇ 박재홍> 얕고 넓게.

◆ 김중혁> 깊게는 잘 몰라요. 그래서...

◇ 박재홍> 겸손하시기까지 하시군요.

◆ 김중혁> 그래서 얕고 넓은 걸 좋아하는 방송들이있잖아요. 그런 데 약간 작가들이 최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방송을 꾸려나가시는 분들은 작가들을 많이 섭외하셔라. 지금도 김영하 작가 같은 경우도 많이 출연하고 있고 요즘에는 박상영 작가도 많이 출연하고 장강명 작가 뭐 이런 분들이.

◇ 박재홍> 장강명 작가 많이 나가시죠.

◆ 김중혁> 다양한 방식으로 공감을 일으켜주는 그런 작가들인 것 같아요.

◇ 박재홍>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방송하면 잘 듣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하던데 잘 듣는 건 뭘까요?

◆ 김중혁> 잘 듣는 건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에서 약간 살을 붙여주는.

◇ 박재홍> 살이요? 공감해 주면서.

◆ 김중혁> 예를 들면 교정까지는 아니지만 교열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약간 의미가 부정확하거나 모자랄 때 뭔가를 덧붙여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보여지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런 역할을 작가들이 잘하는 것 같아요.

◇ 박재홍> 잘 들어야겠네요, 그 사람 말을 잘 들어줘야 교열해 줘야 되고 집중력도 필요한 것이고. 소설 스마일을 7년 만에 갖고 오신 김중혁 작가님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우리 작가님을 보내드릴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 김중혁> 벌써요?

◇ 박재홍> 그래서 스마일 우리 독자들이 많이 기다리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다, 바람을 전해 주시면.

◆ 김중혁> 삶에서 큰 웃음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문득 한 몇 초 동안 웃게 되는 그런 순간이 왔으면 좋겠고요. 그런 순간이 일상에서 꼭 한 번씩은 있었으면 좋겠고 그 순간에 제 책이 함께하면 더욱더 영광이겠지만 제 책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스마일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재홍> 코로나가 2년여의 시간을 마치고 이제 방역의 새로운 위드 코로나 시기로 가는 상황에서 우리 독자들에게 웃음, 스마일을 찾으라 라는 메시지를 또 전해 주신 것 같습니다. TV에서 뵀던 것보다 더 진중하신 것 같아서.

◆ 김중혁> 그렇습니까?

◇ 박재홍> 따뜻하고 진중하셔서 오늘 굉장히 좋은 시간을 애청자분들에게 주셨던 것 같습니다. 김중혁 작가님 고맙습니다.

◆ 김중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