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4/8(금) "세상 바꿀 힘 가진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이유가 없다"
2022.04.08
조회 38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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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은유 르뽀 작가

◇ 박재홍> 우리 청취자 여러분 너무 기다리시는 금요일 2부 한판클라스 시간이 왔습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 짙은 그늘에서 이름이 호명된 적이 없는 분들에게 펜으로 그리고 글로 이름을 붙여주시는 분이세요.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산업재해 노동자, 간첩단 사건 피해자 등 개인의 구체적인 고통을 언어로 명료하게 풀어서 우리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런 분이세요. 르포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 사회활동가. 저희가 이렇게 하면서 화려하게 말씀드리는 분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은유 작가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은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진중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성회> 안녕하세요.

◆ 은유> 반갑습니다.

◇ 박재홍> 은유 작가님. 세바시 무대에 한 번 나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나시죠?

◆ 은유> 그때 사회 보셨죠?

◇ 박재홍> 기억납니다. 오늘 또 특별히 그래서 많은 제작진들이 뵙고 싶다고 그래서 모셨는데 에세이, 인터뷰, 르포 등 한 10여 권의 책을 낸 작가세요. 그런데 글 쓰는 일을 처음 하신 건 구인 광고를 보다가 하셨다면서요.

◆ 은유> 제가 지금부터 17년 전 정도 됐는데요. 그때 35세의 나이로 경력이 중단된 상태에서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어요. 그런데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글 쓰는 일을 좀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돼서 그냥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나 해야 되겠다 이래서 선배랑 커피를 마시고 이렇게 나가는 길에 카페에 붙어 있었어요, 9시부터 3시까지 카페 알바 구함. 그래서 제가 전화번호를 막 썼더니 선배가 네가 왜 그걸 하냐, 글을 잘 쓰는데, 글 쓰는 일을 해라 그래서 구직이 어렵다, 생각보다. 그랬더니 글 쓴 거를 좀 줘 봐라, 포트폴리오 3편만. 그래서 선배가 소개해 줘 가지고 자유 기고가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박재홍> 그러면서 오늘의 은유 작가가 탄생하게 된 건데.

◆ 은유> 한 편, 한 편 쓰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 박재홍> 두 분도 함께 질문을 해 주시죠.

◆ 진중권> 제 오래전 직업이 자유 기고가였습니다.

◇ 박재홍> 앞서 제가 소개해 드렸는데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이분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글을 쓰셨는데 글 쓰기의 대상을 이렇게 딱 잡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은유> 제가 막 잡은 건 아니고요. 되게 우연한 기회에 글 쓰기 수업을 했는데 그 수업에 이제 여성단체 대표를 마치고 온 분이 있었어요.

◇ 박재홍> 학생으로?

◆ 은유> 학인으로 오셨는데 수업을 한 번 해 보더니 이거 너무 좋고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도 이걸 해 보면 좋겠다 그래서 저한테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하게 된 게 2013년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잖아요. 그런데 그 전에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뉴스나 이런 데 단신으로 나오면 굉장히 짧게 나오잖아요. 그리고 가해자 위주의 서사가 나오지 피해자가 어떤 고통을 겪는지 그런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던 거죠. 그런데 글 쓰기 수업하면서 그런 세부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미투 이후의 시대라 성폭력 피해 서사가 좀 이렇게 일반적으로 이야기가 좀 되는 시대인데 2013년도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겠다. 그래서 그때 이제 한겨레 나오는 잡지에 월간지에 한 명씩, 한 명씩 피해 여성들을 어렵게 섭외를 해서 인터뷰를 싣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작업을 하니까 국가폭력 피해자 인터뷰 의뢰도 오고 또 그 책을 냈더니 다른 어떤 작업들이 계속 의뢰가 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우리 사회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인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하나하나 하다 보니 이렇게 하게 됐어요.

◆ 김성회> 사실은 작가님 팬인데요.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는 허태준 작가의 책을 읽다가 거기에 은유라는 사람의 인터뷰가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 그 책을 따라서 읽었어요.

◆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

◆ 김성회>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게 산업재해로 죽은 고등학생들의 부모님들이나 주변에 계신 분들 인터뷰한 얘기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다음에는 제목이 뭐였죠?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이어졌는데 이건 무등록 이주 노동자 아이들, 이제 18살이 되면 인생이 갑자기 없어지는 아이들의 인터뷰를 하셨는데 저는 시종일관 읽으면서 뭐가 궁금했냐 하면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데요. 저는 그냥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던데 그런 분들을 사회의 정말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있거나 벼랑에서 떨어져버린 분들을 만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과정이 정말 굉장히 고통스러우실 것 같은데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 박재홍> 인터뷰 작업과 그런 것들 어떻게 해내시는지?

◆ 은유> 이제 일단 인터뷰하다가 슬플 때는 울고요. 같이 눈물이 나면 눈물을 흘리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면 삶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아서 또 이야기를 듣다 보면 굉장히 뭐라 그럴까 배울 것도 많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피해자 이야기만 하신 건 아니거든요. 자기 삶의 고통을 세상을 위해서 증언하러 나오신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용감함 그리고 그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길러낸 어떤 삶에 대한 통찰 같은 것들을 들려주세요. 그러면 그런 것에 또 되게 존경심도 생기고 또 재미있는 아이 키우는 이야기하면서 웃기도 하고 그러니까 거기에 슬픔을 많이 보시는데 제가 인터뷰하는 입장에서는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삶이란 이런 거구나 배우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제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그렇게 작업하고 있어요.

◇ 박재홍> 방송을 하셔도 너무 잘하실 것 같아요.

◆ 은유> 그런가요?

◇ 박재홍> 인터뷰를 하셔도 저보다 훨씬 잘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이 글을 쓰면 세상이 좋아진다.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을 글 쓰기 모토로 삼으셨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 은유> 우리가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성공담 위주잖아요. 내가 고생 끝에 낙이 왔다던가, 자수성가를 했다든가.

◇ 박재홍> 그런 얘기 들으면 힘든 경우가 있어요. 자수성가 그만 좀 하고 싶고.

◆ 은유> 그런데 제가 글 쓰기 수업을 하면서 혹은 인터뷰를 통해서 만나는 평범한 분들의 이야기를 제 글 쓰기 수업을 하면서 많이 듣게 되는데 자기 노동에 대해서 제가 글을 써와라 이런 얘기를 하면은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예요. 거기에 사회 모순들이 다 있는 거죠. 예를 들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써오면 별의별 손님들이 다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런 걸 읽으면서 나도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 이런 걸 배우기도 하고요,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타인에 대한 소양과 예의 이런 거를 배우기도 하고 또 예를 들면 어떤 분이 환경 미화원의 경험이 있다 이러면 그 일이 굉장히 위험하잖아요. 물건에 찔리는 일도 많고. 그런데 안전한 작업화가 주어지지 않아서 사고가 많고 또 저희 환경미화원들이 밤에만 이렇게 다니시잖아요.

◇ 박재홍> 새벽에 가시더라고요.

◆ 은유> 그래서 그걸 낮에만 해도 사고가 많이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좀 수면 위로 드러나야 이야기도 되고 또 개선도 되고 제도도 만들어지고 할 텐데 아예 드러나지가 않으니까 해결조차 안 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 진중권> 그러고 보니까 되게 이상하네요. 독일에 있을 때는 낮에 치우고 하거든요.

◆ 은유> 낮에 하죠? 일본도 낮에 한대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그런데 그것을 사람들이 자기 쓰레기 보는 게 부끄럽잖아요. 저도 분리수거하러 나갈 때 머쓱할 때가 있는데.

◇ 박재홍> 음식물쓰레기 들고 나가면 굉장히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비닐봉지에.

◆ 은유> 자기 삶의 어떻게 보면 치부가 좀 드러나는 것이 쓰레기가 내 삶을 말해 해 주니까. 그래서 그거를 가리기 위해서 밤에 지자체에서 실시한다 이런 분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쨌든 저는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일하면서 겪은 모순들, 문제점들을 이야기해야 그것이 바뀌고 세상이 좋아진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진중권> 방금도 그냥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문득 생각하니까 이거 이상하네. 이런 거죠.

◇ 박재홍> 진중권 작가님께 영감을 주기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런데 논쟁은 드릴 수 없지만. 우리 은유 작가님 벌써 말씀주셨고. 또 이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뭐랄까, 힐링이 되고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기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 은유> 그렇게 내가 이야기했을 때 타인들한테 지지를 받을 수 있잖아요. 아, 그랬냐? 몰랐다. 힘들겠다. 저는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일이 힘들어서 못 견디기 보다는 그렇게 이해받지 못하는 서러움 같은 게 있잖아요.

◇ 박재홍> 몰랐고 힘들었겠다.

◆ 은유> 고립돼서 노동하고 또 혹은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내가 무능해서 그런가. 이제 구조의 문제도 개인의 문제로 자꾸 이렇게 해석을 하게 되잖아요, 혼자하면. 그래서 그렇게 글 쓰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또 내가 놓치는 부분도 지적을 받으면 다른 생각도 해 볼 수 있고요. 그런 자체가 굉장히 자기 정리도 되고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아까 작가님 말씀하신 두 단어 몰랐다, 힘들었겠다. 이 단어가 되게 좋았어요.

◆ 은유> 힘드셨죠?

◇ 박재홍> 힘들었어요, 사실. 몰랐다, 힘들었겠다. 저도 이거 사무실에서 좀 연습하고 집에서도 연습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연습을 해야겠네요. 규정에 따르면 이런 말하면 정말 힘들지 않습니까? 몰랐다, 힘들었겠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특이하게 전태일 평전이 글 쓰기 교본 역할을 했다라고 하시는데.

◆ 은유> 제가 글 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 책을 읽는 시간을 갖거든요. 1시간은 책 읽고 토론하고 1시간은 글 쓴 거 발표하고 그러는데 전태일이 노동자였는데 글을 굉장히 잘 쓰시거든요. 일기도 그렇고 전태일 평전으로 나와 있는데 소설도 쓰고 싶어 했대요. 그래서 글을 굉장히 생동감 있고 또 어떤 통찰도 있고. 그런데 제가 이걸 좋은 책은 많지만 전태일 평전을 쓰는 이유는 보통은 사람들이 이제 내가 배움이 부족해서 글을 못 쓴다, 혹은 책을 많이 못 읽어서 글을 못 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 박재홍> 배운 분일수록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은유> 그래서 독서가 부족하다, 내가 문장, 단어가 빈약하다. 그것도 맞지만 저는 전태일의 사례를 들면서 전태일은 제도 교육조차 잘 받지 못했잖아요, 그 시대에. 그렇지만 전태일이 이렇게 글을 잘 쓰는데 글을 잘 쓴다는 건 뭐냐. 내 주변의 관찰,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어떤 관심 그리고 그 삶의 고통에 감흥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바꿔보려고 하는 실천을 계속했잖아요. 노동부에 항의도 해 보고. 그래서 삶이 좋지 않으면 절대 좋은 글은 안 나온다. 그래서 글이 좋아지려면 내 삶을 좋게 만드는 게 중요하고 그리고 많이 배우는 것보다는 많이 관찰하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 박재홍> 사유.

◆ 은유> 사유하는 거 그런 교본으로 전태일 평전.

◆ 진중권> 중학교 때 읽었는데 그때는 책으로 출판되지 않고.

◇ 박재홍> 전태일 평전.

◆ 진중권> 등사판으로 해서 평전이라기보다 일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비 오는 날 나무 우산 있지 않습니까? 대나무 우산 팔다가 겪었던 일. 중학교 때 그거는 40년이 넘었는데도 아주 생생하게.

◆ 은유> 생생해요. 그러니까 글을 관념적으로 안 쓰고 굉장히 구체적으로 잘 쓰고 감동이 있어요, 언제 읽어도.

◆ 김성회> 그럼 이제 르포 작가의 좋은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는 힘이라는 말씀을 최근에 인터뷰에서 하셨던 데 그 말씀이 어떤 뜻인지 좀.

◇ 박재홍> 판단하지 않는 힘.

◆ 은유> 판단하지 않는 힘이요. 우리가 이제 그건 뭐냐 하면 예를 들면 현장 실습생이 일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제가 쓴 책이 알지 못하는 아이 죽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건을 들었을 때 판단을 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왜 조금 더 참지, 왜 젊은 사람이 그렇게 나약했을까.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서 우리도 모르게 판단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내 판단이 있으면 상대방의 말이 잘 안 들리거든요. 그래서 판단을 내려놓고 왜 이렇게 했어? 이렇게 심판하는 마음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렇게 좀 들으려는 마음. 그런데 타인의 말이 잘 들리려면 제 판단을 내려놔야 들리더라고요. 판단하지 않는 게 되게 중요하구나. 판단하지 않으려고 해도 판단을 하게 되거든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진중권> 철학에서는 판단 에포케, 판단 중지라고 하죠.

◆ 은유> 맞아요, 에포케.

◆ 김성회> 힙합 정신이기도 합니다. 힙합 영어 가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 중 하나가 Don`t judge me 이렇게 해서 나를 네가 판단하지 말아라, 나는 나대로 있는 건데 네가 나를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얘기를 되게 많이 하는데 일맥상통하는.

◆ 진중권> 그러니까 이게 뭐랄까. 판단이 들어가게 되면 실제에서 벗어나서 구성이 되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니까 날것 그대로 나오지 않고 그런 측면에 있는 것 같아요.

◆ 은유> 그러니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에 수단화하게 되는 거죠.

◆ 진중권> 그래서 그런 것만 찾게 되고 사례를.

◆ 은유> 그래서 좋은 글이 안 나오고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확인하는 게 좋은 인터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제가 좀 내려놓고 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성회> 선생님, 르포 수업도 계속 하시나요?

◆ 은유> 르포 수업이요?

◇ 박재홍> 수강생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저희가.

◆ 진중권> 들을 사람이 많으실 것 같은데.

◆ 김성회> 가서 저는 정말 수업을 들어보고 싶은데.

◆ 은유> 기대가 되는 글인데요. 나의 노동 르포 이러면서.

◆ 김성회> 그래서 이제 소수자 관련된 인터뷰도 많이 하시고 그래서 장애인 이동권 둘러싸고 요즘 논란이 많지 않습니까?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정치인이 아닌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투쟁과 이런 대상 설정, 열차를 멈추게 하는 폭력적인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런 반대의 논리를 어떻게 보시는지도 좀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박재홍> 투쟁 방식이 선진적이지 않다라던가 이런 비판을 하면서 오히려 그런 목소리 자체 내는 것을 제한하는 이런 방식의 얘기가 또 나오지 않습니까?

◆ 은유> 그렇죠. 그래서 저도 그런데 그 원래 시위가 자신을 드러내는 게 목적이잖아요. 그래서 노동자들도 어쨌든 작업을 중지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거고 그리고 장애인 분들이 그냥 한 일은 멈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탄 거잖아요, 휠체어를. 그런데 탔는데도 그것이 중지가 되고 혼란을 초래하면 그 시스템이 문제지 시위 방식이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저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장애인의 일상이 배제된 비장애인 중심의 교통 시스템이었다라는 걸 드러나게 됐잖아요. 그래서 교통정책이 이제 장애인을 배제하는 게 문제가 있는 거지 그 방식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 그래서 제가 81일 차일 때 장애인 선전전에 제가 한번 갔었거든요. 박경석 전장연 대표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욕 먹어도 좋다, 욕 먹는 게 좋다. 그동안은 욕조차 먹지 못하고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20년 동안 많은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죽어갔고 실제로 지하철에서 리프트 타다가 사고 나서 많은 장애인 분들이 돌아가셨거든요. 그랬을 때 뉴스에서 그냥 소비만 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잊혀지는 것보다 나는 욕 먹는 게 더 좋다 이런 말씀을 하셨을 때 그 절실함 그걸 볼 수 있었고요. 그날도 그렇게 약간 언성을 높이시는 시민 분이 있기는 있었어요.

◇ 박재홍> 시위 현장에서.

◆ 은유> 시위 현장에서 이동을 하는데 왜 이렇게 해를 끼치냐. 그런데 그분을 보고 어느 분이 저분이 10년 후에 엘리베이터 생기면 제일 많이 이용하실 거다. 약간 연세가 있으셨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누리는 많은 편의나 이런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을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우리가 잘 못 하잖아요. 싸움의 현장이 드러나지도 않고.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을 좀 두루 생각해야 되지 않나.

◆ 진중권> 목소리잖아요. 사실은 들리지 않는 사람. 절대 들리지 않는 그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되는데 사실은 이준석 대표한테 제가 가장 아쉬웠던 것은 그거거든요. 가서 일단 들어야 되지 않느냐,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그런 자세부터 가져야 되는데 그냥 시위 방식을 갖다가 문제 삼고 이런 것들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들을 준비가 안 돼 있는가. 그다음에 공감. 뭐랄까, 감정이입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사실 잘 모르거든요. 그거 얼마나 불편한지를 모르지만 엄청 불편하겠다는 생각은 들잖아요.

◆ 은유> 그렇죠.

◆ 진중권> 이런 것들이 사회생활의 기초고 정치의 기초가 돼야 되는데 이것이 전혀 없는 사람이 당대표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절망감을 느꼈어요.

◇ 박재홍> 몰랐다, 힘들었겠다. 이 두 마디가 있었으면 되게 좋았을 텐데. 우리 작가님 책 얘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인터뷰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라는 책인데 일단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은유>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미등록 이주 아이들. 그러니까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자식들. 옛날 난민 신청했는데 승인받지 못한 아이들을 취재해서 그 목소리를 담은 책이에요.

◆ 김성회>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고 하면 무슨 뜻인가요?

◆ 은유> 아직 그러니까 체류 자격이 없는 아이들이죠.

◇ 박재홍> 불법체류자?

◆ 은유> 불법 체류라는 말은 쓰지 않고.

◆ 진중권> 왜냐하면 인간의 존재를 불법이니 합법이니 할 수 없으니까.

◆ 은유> 그렇죠. 행정법상의 어떤 체류 기간이 초과된 것뿐인데 어떤 형사상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낙인이 되니까 그 말은 쓰지 않고 미등록 이주 노동자 이렇게 쓰는데 여기 와서 한국에 와서 일하다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거나 하잖아요. 그런데 그 아이들, 그 부모의 체류 자격이 그대로 승계가 돼서 체류 자격이 없어요. 그런데 UN아동권리협약에 따라서 공부는 할 수 없어요. 학교는 다닐 수 있어요. 고등학교까지는 다닐 수 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퇴거 명령이 내려지게 돼 있는 거예요.

◇ 박재홍> 18세가 되면.

◆ 은유> 그런데 그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여기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고등학교 졸업하면 갑자기 부모의 국적국으로 쫓겨나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 아무런 삶의 기반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것이 부당하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자기가 선택한 삶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것이 이 아이들의 기본권을 또 많이 침해하고 이래서. 왜냐하면 신분증이 없으니까 저희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도 주민증 내고 샀는데 마스크조차 살 수 없었거든요.

◆ 김성회> 그러면 학교는 다닐 수 있는데 신분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거군요.

◆ 은유> 그래서 아이들이 일단 학교 가면 학교 홈페이지 가입을 해야 되는데 그걸 가입을 못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으니까. 그래서 누군가의 호의나 선의에 의해서 계속 뭔가를 학교 생활을 해야 되니까 부당하다. 그래서 미등록 이주 아동 한 아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거든요. 그래서 인권위에서도 맞다, 부당하다 이래서 법무부에 권고를 했는데 법무부에서 계속 승인을 안 해 주는 거예요. 왜냐하면 국민 여론이 안 좋다. 이러니까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님께서 국민 여론이라는 게 뭘 알아야 생기는데 우리가 잘 모르고 무지할 때 쉽게 혐오하잖아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좀 알릴까 이런 고민 끝에 책을 좀 써보자 그래서 저한테 제안을 해 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됐어요.

◇ 박재홍> 이런 목소리가 필요하신 분들이 하나, 둘씩 작가님한테.

◆ 진중권> 개혁을 하려면 이런 걸 개혁해야지. 맨날 검찰개혁이니 언론개혁이니.

◆ 김성회> 그런데 이게 참 어려운 게 제가 국회보좌관으로 있을 때 지금 방금 말씀하셨던 UN아동협약에 근거해서 건강보험을 미등록 아동들에게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가 발의를 했는데 정말 최고로 많은 항의전화를 받았어요, 모든 진영에서. 왜 걔네들한테 우리가 보험료를 내는 데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이런 법을 민주당에서 만들 수 있냐까지 포함해서 아주 저는 정말 그때 굉장히 당황했던. 며칠 동안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전화가 밀어쳤거든요. 그러니까 뭐랄까, 이게 전 세계적 기준에서의 진보의 영역하고 우리나라에서 들어와서 민주당에서 하는 진보 영역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자 분들조차도 이주 노동자들과 관련된 문제로 가면 좀 그런 생각들을 하시는. 그러나 은유 작가님이 책 쓰셨던 계기도 아마 그런 거랑 맞닿아 있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

◆ 은유> 그렇죠. 제가 학교에 강연도 가고 이러는데 어떤 고등학생이 이주 노동자가 우리나라 일자리를, 청년들 일자리를 뺏어서 더 안 된다, 추방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무슨 토론 대회 같은 데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현장을 직접 보고 이렇게 혐오와 배제, 차별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이 퍼져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이주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모두가 이제 좀 기피하는 일자리인 경우가 많고 그리고 이제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20년 정도 지났는데 그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도 일자리가 필요해서 한국에 왔겠지만 한국 사회도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필요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거다. 그러면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줘야지 노동력만 이렇게 빼먹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한 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것은 삼성 같은 그런 글로벌 기업만이 아니라 그 밑단을 다 메우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제 그런 이야기들을 아이들한테 하면서 책 의뢰가 왔을 때 좀 써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실제로 바뀌기도 했어요.

◇ 박재홍> 어떤 부분이 바뀌었을까요?

◆ 은유> 책을 계기로.

◇ 박재홍> 2019년에 책이 나왔었고.

◆ 은유> 그래서 그때쯤 한국에서 태어나고 15년 이상 체류한 아동들에게 체류 자격이 주어지는 거였는데 그럼 100일 만에 들어온 아이들은 구제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더 이주단체랑 항의를 하고 해서 6세 미만 영유아기에 입국을 했고 6년 이상 제도 교육을, 공교육을 받았으면 체류 자격 주어지는 것. 그리고 영유아기를 지나서 입국했으면 7년 이상 공교육에 다녔으면 또 체류 자격 생기는 걸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이주단체 활동가분들이랑 다 너무 좋아하시고 제가 인터뷰했던 아동들도 정말 이 책이 나오고서 많은 게 달라졌다면서.

◆ 김성회> 책 말씀하시니까 책 인터뷰 나왔던 아이 중 마리나라는 아이. 몽골 아이고 제 기억에는 부모님들이 청각 장애인으로. 부모님이 한국에서 노동을 하시는데 둘 다 못 들으시는 거죠? 그럼 이 아이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의사소통의 통역사가 돼서 활동을 했어야 된 건데 그 이야기 좀.

◆ 은유> 그래서 마리나 같은 경우에는 미등록 신분인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아이가. 부모한테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거잖아요, 돌봄도 이제 제한이 있는 거고. 그래서 인터뷰를 하는데 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부모가 나를 키워준 게 아니라 내가 부모를 키웠다. 이렇게 말을 할 때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왜냐하면 아버지가 이렇게 회사에 말할 거 있을 때도 자기를 시켰다는 거예요. 그러면 자기는 그 뜻도 모르고 부모가 시키는 걸로 이러면서 너무 애늙은이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부터 철부지로 살 거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진짜 아이가 가졌던 슬픔이 너무 느껴졌고 저는 이 마리나가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 아이들 중에 가장 노릇을 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 박재홍> 가장.

◆ 은유> 가장. 그래서 경제력을 책임지는 거죠. 그래서 부모가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데 이 아이들이 아르바이트 같은 걸 해서 야간 노동, 편의점이나 이런 데서 일해서 할머니 약값 대고 이런 아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마리나의 이 목소리가 엄마, 아빠 내가 엄마, 아빠를 키웠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빈곤 청소년들도 저는 그 목소리랑 겹쳐서 들렸어요. 그래서 다 많이 연결되어 있구나, 약자들의 고통이라는 것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또 최근에 쓰신 책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책이죠. 특성화고 현장 실습 이야기를 다루신 건데 이 이야기도 저희가 뉴스에서 많이 최근에 보기도 했었는데 이 책은 또 어떻게 쓰게 되셨던 건지.

◆ 은유> 이 책이요? 이 책은 돌베개출판사에서 나왔는데 거기 김혜영이라는 편집자가 저한테 제안을 해 줬어요. 그래서 특성화고에 다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잃은 김동준 군이 있는데 그게 2014년 1월 20일에 벌어졌거든요.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또 몇 달 후에 일어났잖아요. 그래서 세월호 사건 한날한시에 많은 아이들 목숨을 잃어서 사회적으로 많이 이야기가 됐는데 이런 아이들의 죽음은 너무 알려지지 않는 거죠. 그래서 그 뒤로도 LG텔레콤 해지방어팀에서 일하던 홍수연 양, 생수공장에서 일하던 이민호 군, 계속 한 명, 한 명 목숨을 잃고 있는데 너무 알려져 있지가 않다. 그래서 책을 써 보자 이래서 책을 쓰게 됐어요.

◇ 박재홍> 정말 사연을 접할 때 다들 어려운 사연이잖아요. 그러면 그 무게와 공감 어떻게 하세요?

◆ 은유> 무게와 공감.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관련된 책을 보면서 이런 일이 왜 생길까, 많은 개인이 겪는 일들은 구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책도 보고 좀 냉철하게 보기 위해서 관련된 어떤 많은 르포도 읽어보고요. 어떻게 써야지 대중들에게 잘 전달될까.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쓰여진 르포도 보고.

◇ 박재홍> 방송을 만드는 저희들도 많이 배웁니다.

◆ 진중권> 좋은 사회일수록 혜택은 밑으로 가고 위험은 위로 가게 하는데 우리 사회는 거꾸로 돼 있지 않습니까? 위험은 다 내려 보내고 혜택은 위에서만 다 취하는 사실 민주화라는 게 우리들은 그렇게만 이해하잖아요. 이재용이나 나나 똑같은 한 틀을 가지고 있는 거 그렇게만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아까도 글 쓰기를 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막 올라온다라는 거잖아요. 아주 팽배하게 이런 갑, 을 관계 이런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들리지가 않아요, 그런 목소리들은. 그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같아요.

◆ 은유> 그래서 이거 그 실습생, 제주 생수공장에서 일하다가 숨진 이민호 군 아버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교육청에 가서 항의하면 노동청에 가라 그러고 노동부 가서 항의하면 산업안전관리공단 이런 데 가라고 그러고 다 서로 책임을 미룬다. 그런데 누구 하나 행정 관료들 손가락 하나 잘려봤겠냐. 그 사람 자식들 특성화고 보낼 사람들 있겠냐 그러면서 막 울분을 토하시는데 그리고 제가 느낀 게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이유가 없는 거예요.

◆ 진중권> 잘 사니까.

◆ 은유> 잘 살고 아무 부담이 없고 자기한테 닥칠 문제가 아니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써야겠다.

◆ 김성회> 피해자랄까 혹은 피해자의 가족들 같은 경우에는 한 번 더 떠올리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자꾸 하는 이유가 이런 나와 같은, 내 아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런 거겠죠, 아무래도?

◆ 은유> 그래서 산재 피해 유가족들 단체 이름이 다시는인데 거기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선생님도 저는 가끔 보면 뭉클한 게 왜냐하면 자식이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싸웠다고 해서. 그런데도 내가 싸우는 이유는 자식을 잃으면 너무 슬퍼서 그거를 다른 사람이 안 느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 애간장이 끊어지고 이런 녹는 게 너무 슬퍼서 다시는 아무도 이거 안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하시는 거죠.

◆ 진중권> 중대재해처벌법 이것도 정치권에서 후퇴할.

◆ 은유> 후퇴시키고.

◆ 진중권> 후퇴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새 정권 들어오면 그럴 것 같은데 정말 답답합니다.

◆ 은유> 답답해요.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선생님도 놀라신 게 내 아들이 죽었는데 회사에서는 벌금 450만 원만 내면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그 기막힌 현실에 저절로 투사가 되셨더라고요, 불합리한 현실에.

◇ 박재홍> 작가님 하셨던 말씀 다시 생각나네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필요가 없다.

◆ 은유>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이유가 없다.

◇ 박재홍> 바꿀 이유가 없다.

◆ 은유> 가슴 아프시죠?

◇ 박재홍> 참 충격적입니다.

◆ 진중권> 이게 이론적인 거거든요. 저번에 예컨대 윤석열 당선인 같은 경우에 두루두루 목소리를 들어야 되는데 그 사람들 목소리만 들어요.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그렇잖아요. 이런 얘기가 나왔으면 얼마나 많은 희생들이 있고 얼마나 많은 고통들이 있고 얼마나 많은 목소리들이 있었는데 하나도 안 듣는다는 거죠.

◆ 은유> 통로가 막힌 거 같아요.

◆ 김성회> 정치에 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 저희들은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이를 악 물고 은유 작가님이 쓰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어요.

◆ 은유> 너무 홍보 요정이신데요?

◆ 김성회> 읽어서 한 사람이라도 많이 아는 게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은유> 저는 인식도 실천이다 이래서 많이 알아야 된다 이렇게 얘기하고 다녀요.

◇ 박재홍> 사실 이제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은 거대 담론만 있고 사실 어떤 개인들의 삶에 천착하고 또 제도의 어떤 미세한 조정 이런 것들만 집중한다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데도 정말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은유> 그렇죠. 그래서 이 책이 공교육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읽으세요. 그래서 많이 느꼈다, 아이들한테도 가르치겠다 이렇게 같이 이야기해 보고 싶다 해서 많이 좀 변화가 일어나고.

◆ 진중권> 얼마 전에 프랑스 참사관과 한국 정치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때 교육 얘기가 나왔거든요. 그랬더니 그분들이 저한테 뭐라고 질문하냐 하면 사회적 공민 교육은 어떻게 하느냐. 예를 들어서 사회 성원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연대해서 이런 교육 이건 어떻게 하느냐 해서 우리는 교육이 그런 게 아니라 출세의 수단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얘기하면서 굉장히 창피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런 목소리를 듣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해야 되고 또 교육 과정 속에서 이런 게 들어가야 되는데 이런 것 없이 자라는 것과 예컨대 명문대 나온 괴물들이 양산되고.

◆ 은유> 나는 노동자가 될 거라고 생각 안 하게 하는 교육을 시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있는 노동자들. 예를 들면 학교에도 급식 노동자도 있고 경비 노동자, 청소 노동자 다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누군지조차도 알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부터 조금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은유 작가님 뵙고 있는데요. 인터뷰집이 있습니다. 폭력과 존엄 사회라는 인터뷰집인데 이 책은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르포집도 내셨는데 또 얼마 전에 제주 4.3이기도 했고 이 책은 어떤 책인지 설명을 해 주시면.

◆ 은유> 이분은 국가 폭력 피해자이신 거죠. 간첩 조작 사건으로 간첩도 아닌데 간첩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길게는 17년까지 사신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진실과화해위원회 만들어지면서 30~40년 만에 다시 재심을 청구해서 무죄 판결 받으신 선생님들 중에 일곱 분을 제가 인터뷰를 해서 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이걸 하게 된 건 이것도 역시 제안을 받았는데 ‘지금 여기에’라는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단체가 있어요.

◇ 박재홍> 지금 여기에.

◆ 은유> 그래서 그 선생님들이 저한테 얘기해 주실 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분 세상이 살기 힘들다, 청년들이 그런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선생님들 이야기를 통해서 좀 힘을 주고 싶다. 그러니까 뭐냐 하면 이 선생님들이 예를 들면 군사 독재정권이 얼마나 악랄하냐 이거를 쓰는 게 아니라 그렇게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자기의 진실을 밝혀냈고 일상을 다시 재건을 하신 거죠, 다 갑자기 무너진 일상을. 그래서 그런 일상 이야기 중심으로 좀 써 달라 이렇게 해 가지고 제가 작업을 하게 됐어요. 저는 이때 안기부장 김기춘 다 그런 분들인데 그런 고문 진짜 끔찍하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담지는 않은 거고요. 그냥 이분들이 어느 날 일하고 왔는데 세단에 태워져서 담장 2m 되는 집에 가서 민방위 훈련복, 군복 같은 걸로 갈아입혀서 고문을 당하고 다 되게 똑같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자기 존엄을 지키고 살았느냐.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저는 이거 제가 프리랜서, 자유 기고가가 이름만 자유지 굶어죽을 자유잖아요. 그래서 저도 프리랜서로 아르바이트를 되게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거는 좀 돈을 버는 데 의미 있게 벌고 싶어서 사실은 시작을 했거든요. 그런데 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저한테 되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일곱 분 정도 인터뷰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기억 나시는 분 있으시다면.

◆ 은유> 여기 김순자 선생님. 저는 간첩 이것도 성별 편견일 텐데 남성분들을 많이 생각했었는데.

◇ 박재홍> 무장공비 이런 거 서사가 있잖아요.

◆ 은유> 어릴 때 수사 반장에 나왔던. 그런데 여성분들이 두 분 계셨고 김순자 선생님은 자기 친정 쪽의 어머니 쪽에 간첩이 북으로 올라가신 분이 있었어요, 월북자가 있어서.

◆ 김성회> 6.25 때 월북한 거죠?

◆ 은유> 그렇죠. 그래서 잘 모르는데 결혼도 해서 멀리 떨어져서 사는데 그것 때문에 일가족이 다 굴비 두릅처럼 묶여서 간첩의 누명을 쓰신 분인데 이분이 되게 초등학교도 못 다니시고 집안의 노동력으로 많이 차출됐었잖아요, 예전에 여성들은. 그리고 결혼해서도 남편의 폭력, 외도, 시집살이로 되게 고통을 받으시다가 거기 갔다 간첩으로 누명 쓰고 나오신 다음에 오히려 자기의 삶을 사시게 됐어요. 왜냐하면 자기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민가협 이런 데도 관여를 하시고 세상에 눈 뜨신 거예요. 그래서 시위를 막 하러 다니면서 서울시내 대학교 다 가봤다 이러시고 그리고 되게 당당하세요. 그래서 나도 인간, 너도 인간, 우리 동등하게 말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 삶이 뭐 때문에 중요한지 알아야 된다. 인터뷰할 때 막 그런 명언들을 빵빵 터뜨리시고.

◆ 김성회>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그렇게 다니시면서 굉장히 재미있으셨을 것 같아요.

◆ 은유>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보다 진짜 간첩 조작 사건이라는 게 말만 들어도 시대의 암흑의 역사, 어둠 그랬는데 막상 가서는 할머니 약간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너무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은유 작가님 뵙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해 오셨던 정말로 깊이 있는 정말 필요한 작업들 이야기 함께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 작가님이 글 쓰기 선생님이시잖아요. 그래서 글 쓰기에 대해서 우리 은유 작가님 어떤 마음으로 쓰시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글 쓰도록 도움을 주시는지 그런 얘기도 좀 살짝 듣고 싶어요. 저희 클라스거든요. 그래서 진중권 작가님도 글을 잘 쓰시지만.

◆ 진중권> 저는 이런 글은 아니죠.

◆ 은유> 장르가 다른.

◇ 박재홍> 장르가 다르니까 뭔가 말랑말랑하게.

◆ 김성회> 저는 글 중에서 르포를 되게 좋아해서 개인적으로도.

◆ 은유> 왜 좋아하세요?

◆ 김성회> 한겨레 신문의 이문영 기자라든지 옛날에 조지 오웰도 그렇고.

◆ 은유> 조지 오웰 너무 훌륭하죠.

◆ 김성회> 현장에 가서 현장의 날것들을 그대로 담아오는 르포를 읽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업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르포와 관련된 글은 되게 써보고 싶었어요, 지금도 욕심이 있고.

◆ 은유> 그렇죠. 한번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르포 작가가 되는 길 이래서. 그런데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글 쓰기는 매번 새로운 글을 써야 되는 거라 제가 숙련공이 될 수 없다 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지난번 글을 썼어도 이번 글은 또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는 거니까 정말 이게 매번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계속 쓰다 보면 거기서 또 어떤 길이 만들어지고 글 쓸 때 강제적으로 집중하게 되잖아요. 거기서 뭔가의 방향도 만들어지고 깊이도.

◇ 박재홍> 진 작가님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 은유> 어떠세요?

◆ 진중권> 그런 생각을 좀 해 봤거든요. 저도 들어가서 정말 그런 목소리들을. 왜냐하면 이게 전달이 잘 안 되잖아요. 전달이 잘 안 되는데 스피커라고 한다면 사실은 쓸데없는 얘기들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정말 뭐랄까, 정말 들어야 할 목소리들 있잖아요. 그런 목소리를 담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저는 재능이 안 따라줘서. 저는 열부터 내거든요, 판단부터 하거든요. 이 나쁜 놈들.

◇ 박재홍> 왜 갑자기 성찰적 말하기를. 자기 반성.

◆ 진중권> 막 이씨, 이렇게 돼서.

◆ 은유> 그런데 화내는 거 굉장히 중요해요. 저도 화 많이 내거든요.

◇ 박재홍> 그래요? 위로가 됩니다.

◆ 은유> 그런데 글에서는 화내는 게 소용이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화났다는 걸 알고 싶어하는 독자는 없거든요. 그래서 이걸.

◆ 김성회> 너무 지나칠 정도로 냉정하고 담백하시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읽습니다.

◆ 은유> 저요? 저는 제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현실이 중요한 거니까 그거를 마치 케이크를 이렇게 운반하듯이 잘 운반해야 된다, 잘 전달해야 된다.

◆ 김성회> 저는 읽을 때 그런 생각이에요. 읽을 때 막 한 줄, 한 줄 똑바로 읽어라 하는 느낌으로 너무 힘들게 읽는데 하여튼 굉장히 항상 읽고 있습니다.

◆ 진중권> 이게 감정 과잉의 오류라는 게 있어요. 사실상 독자로 하여금 분노하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슬프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기쁘게 해야 하는데 자기가 신나고 자기가 분노하고 그러면 독자는 쟤 뭐야 이렇게 될 수 있거든요.

◆ 김성회> 그런데 글 쓰실 때 르포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가르치지만 그런 사람들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람들을 가르치신 경험도 이래 본 경험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은유> 그렇죠. 항상 우리는 누구나 자기 삶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되잖아요. 그런데 목소리를 내지 않고 내 욕망과 내 생각이 없으면 남의 생각에 의해서 늘 내 삶을 해석당하고 휘둘리고 주체적으로 살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글 쓰기를 하죠. 그래서 제가 하는 글 쓰기는 우선은 자기 경험에 기반한 르포인 거죠. 자기 일상의 르포인 거죠. 내가 경험한 일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봐라. 그래서 글 쓰기는 경험의 재구성이다. 그러면 이제 조금 내가 생각만 할 때는 놓쳤던 것들의 결을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좀 자기 삶을 객관화할 수 있죠. 그거는 좀 더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내 삶을 이렇게 다룰 수 없을 만한 것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글 쓰고 나면. 어떤 상황에 되게 압도당하면 왜 힘든지 모르는데 굉장히 눌리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럴 때 저는 글 쓰기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추상적으로 내가 힘들다, 괴롭다 이런 얘기만 쓰면 공회전하는 얘기가 되고요. 그 상황, 예를 들면 직장 생활이 힘들면 상사의 무슨 말도, 워딩도 다 써보고 그때 내 표정, 내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도 써보고. 구체적으로 써야지 가장 고유한 글을 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조지 오웰도 항상 구체적으로 쓰잖아요, 전태일도 그렇고.

◇ 박재홍> 구체적인 서사 속에 힘이 있군요. 3050님이 은유 작가님 참으로 소중한 분이시다, 마음이 뜨거워진다는 말씀을 해 주셨고요. 여행가방님은 단어 선택과 표현들 우리 작가님 너무 좋습니다. 공감을 이끄는 훌륭한 도구가 되셨습니다라는 말을 주셨습니다. 우리 작가님의 글과 인터뷰 많은 분들이 사랑하시는데 방송을 듣는 청취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 작가님의 글이나 사회를 향한 메시지 어떻게 들어달라 말씀을 전해 주신다면.

◆ 은유> 어떻게 들어달라. 그냥 이제 제가 쓴 그런 르포 같은 것들 사실 나랑 상관없어 보이잖아요. 내가 현장 실습생, 특성화고 갈 것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을 하고 이주 노동자, 내 주변에 없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세상에 나와 무관한 일은 없다. 이 얘기는 전태일도 하고 마르크스도 했는데 우리 코로나 때도 많이 느꼈고요. 그래서 예를 들면 직장 내 괴롭힘도 저는 자기가 피해자가 될까 봐 다들 걱정하는데 저는 가해자가 될 것도 굉장히 고민하셔야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 박재홍> 중요한 말씀이십니다.

◆ 은유> 그리고 혹은 목격자. 그런데 우리가 방관자가 되면 안 된다. 폭력에 대해서 다 같이 민감한 사회가 돼야 폭력이 없어지고 나도 보호받는 거잖아요. 그래서 세상에 나와 무관한 일은 없다는 것을 알고 좀 적극적으로 많이 읽어주세요. 읽어주세요.

◆ 진중권> 그러면 또 왜 우리를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느냐 또 나와서 피곤해요.

◆ 은유> 그러네요.

◇ 박재홍> 오늘 은유 작가님 말씀은 제가 매순간 메모를 하면서 들었는데 앞으로 명심하고 열심히 책도 읽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전해 주신 분, 은유 작가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은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