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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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한지원 작가 (‘대통령의 숙제’저자)
◇ 박재홍> 5년 전 국정농단에 저항하는 촛불시위의 연장선상에서 태어난 문재인 정부. 높은 국민적 기대 속에 출범했습니다마는 5년이 지난 지금 그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여전히 평가도 엇갈리고. 또한 지난 대선 결과가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시간에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 조금은 색다른 시선에서 평가를 한 경제학자 한 분을 모셨습니다. 대통령의 숙제 저자인 한지원 작가님 모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작가님.
◆ 한지원> 안녕하세요, 한지원입니다.
◆ 진중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진 작가님과 김성회 소장님과 인사 나누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청주에서 올라오셨다고요.
◆ 한지원> 네.
◇ 박재홍> 지역에서 올라오시는 게스트에게 특별히 우대를 해드리는데 아무튼.
◆ 진중권> 커피 쿠폰.
◇ 박재홍> 알겠습니다. 우리 작가님 이력이 독특하세요.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좀 오래 하셨습니다.
◆ 한지원> 한 15년 정도 사회단체에서 상근으로 일을 했고요. 주로 정리해고라든지 비정규직 같은 노동 문제에 경제학적 관점이나 아니면 최근 정치적인 문제와 좀 연루해서 같이 설명하고 지원도 하고. 제 이름처럼 지원을 많이 했습니다. 주로 지원하는 인상이었는데. 최근에는 좀 단체 활동을 쉬고 책도 쓰고 좀 성찰하는 자세로 여러 가지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쓴 책도 그런 성찰의 결과물 중 하나였습니다. 주로 주류 경제학이나 어떤 정치사상을 뭐랄까요 노동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작업들을 많이 해왔는데. 최근에는 반대로 주류 경제학이나 정치사상의 관점에서 진보운동 또는 좌파운동이 어떤 결함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좀 다른 관점에서 성찰하는 자세로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 박재홍> 그래서 대통령의 숙제라는 책에 앞에 보면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 이렇게 말씀을 하셔서 굉장히 인상 깊게 책을 읽었습니다.
◆ 한지원>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일단은 그럼 이 책 자체를 보면 진보 입장에서, 좌파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평가했다, 이렇게 설명해도 됩니까?
◆ 한지원> 저는 약간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반대입니까?
◆ 한지원> 문재인 정부를 통해서 오히려 진보와 좌파의 입장을 평가했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정부에는 뭐랄까, 메이저 사회단체가 굉장히 많이 참여를 했습니다. 보수 언론에서도 많이 평가하듯이. 또한 참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에 대해서 진보단체, 좌파 단체들이 대부분 지지를 보냈는데요. 심지어 비판하는 경우에도 그 정책 기조를 반대한다기보다는 더 세게 해라. 왜 그것밖에 못 하냐. 더 많이 해라라고 비판을 해왔죠. 이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현재 상태. 어떻게 보면 저는 실패라고 평가를 하는데. 그 실패라는 것 자체가 기존에 한 30여 년 가져왔던 진보 좌파의 어떤 입장에 어떤 큰 결함이 있었기 때문 아니냐. 그 결함이 응축돼서 문재인 정부로 표현된 것 같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말을 요즘 많이 쓰는데 두 단어로 쓰면 이 책을 두 단어로 정리하라 하면 저는 환멸과 회한이라고.
◇ 박재홍> 환멸, 회한.
◆ 한지원> 환멸과 회한이죠. 환멸이라는 거는 거짓된 생각,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서 그것이 어떻게 보면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게 환멸이라고 한다면, 회한이라는 거는 뉘우치고 반성한다는 뜻에서 저는 환멸과 어떻게 보면 진보, 좌파운동을, 어떻게 보면 제가 성년이 되고 나서 대부분의 인생을 투신했던 게 어떻게 보면 진보, 좌파운동이었는데.
◆ 진중권> 가슴이 아프지 않습니까?
◆ 한지원> 많이 아프죠. 사실 다른 책들도 많이 썼지만 이 책을 쓸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또한 동시에 이런 입장을 낸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진보진영이나 좌파진영에서는 아쉽지만 또 고립되는 길이기도 하거든요. 인정받기가 좀 쉽지 않은 거라서 여러 안팎으로 힘들었고.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제가 일하고 있는 단체,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도 잠시 나와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 진중권> 어떻게 보십니까? 저도 사실 같은 평가를 좀 내렸는데 하나의 패러다임이 지났구나, 역사적 시효성을 다했구나. 시민사회단체 말씀하셨는데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그들 스스로가 기득권층과 결탁을 하는 가운데서 하나의 먹고사는 구조가 생겨서 그런 이유에서 그들을 무작정 옹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겠고. 두 번째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것들이 사실은 정치 슬로건인지. 이게 정책으로 갈 때는 굉장히 다양한 조정들을 겪어서 이게 돼야 되는데 설익은 슬로건들을 바로 정책화하는 가운데서 이 모든 게 좀 비롯됐다, 이런 느낌도 들거든요.
◆ 한지원> 저도 그 부분에는 동의를 하는데 저는 그보다 더 깊숙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데. 저는 진보진영, 좌파진영이 가졌던, 기존에 가졌던 민주주의관이 크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라고 역으로 오히려 반성을 했거든요.
◆ 진중권> 저도요.
◆ 한지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정책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현실과 접점을 찾는다든지 아니면 사실 그렇습니다. 사회단체나 하다 보면 구호나 요구는 조금 셀 수밖에 없거든요, 밀어야 되기 때문에.
◆ 진중권> 그 다음에 수사적 과장도 해야 되죠.
◆ 한지원> 과장도 해야 되고, 상황을. 흔히 말하는 미치광이 전술이라고 하죠. 그냥 막무가내로 가는 게 해결이 빠를 때도 있습니다, 실제로.
◆ 진중권> 그렇게 해야지 한 100을 얘기해야 나중에 10이라도 얻지, 이런 생각들.
◆ 한지원> 합리적 선택에 따르면. 하여튼 여러 가지에 따르면 미치광이 전술이 제일 나아요, 차라리. 미치광이처럼 막 가는 거죠. 그런 것들은 한편으로 이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저도 당사자이기도 했고, 그렇게 했기도 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심연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관 아니겠냐. 문재인 정부와 좌파 시민단체가 어떻게 보면 공유했던 민주주의라는 관념에 정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김성회> 민주주의관 말씀하시니까 지금 시민사회단체 그런 강력한 주장 중에 많은 부분을 청와대가 받아들이고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것을 리드해 가면서 국회가 거기에서 견제를 하거나 어느 쪽으로 제대로 역할을 못 하게 되면서 이 책대로 하면 강한 대통령과 약한 국회라고 말씀하셨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 한지원>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선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생각을 해보면 우선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거죠. 가장 간단한 정의. 국민이 주권을 가진다. 이게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간단한 정의 아닙니까? 그런데 두 가지, 그 다음 문제들이 있다는 겁니다. 국민은 어떻게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가. 남용을 하는 건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거든요. 오히려 국민들이 가진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를 해서 결과적으로 자유와 평등, 풍요. 우리가 모두 바라는 것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잘 성취해내야 주권이 올바로 행사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주권이 올바르게 행사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들을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왔는데요. 대표적인 게 대의민주주의겠죠. 입법부를 만들고 국민들이 입법부의 대표들을, 어떻게 보면 입법가들을 국민이 선출해서 법을 만들고 그 법을 행정부가 잘 집행하도록 견제하고 또 하는 것들을 만들어왔는데. 한국에서 같은 경우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두 가지 문제가 제도적으로 보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데 법을 잘 만들어서 어떻게 보면 입법가를 선출해서 그 입법가들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법을 만들어서 그 법을 잘 집행하도록 만드는 이 프로세스가 또 이런 것들을 진행할 수 있는 시민들의 규범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기보다는 야, 대통령 뽑아서 이제 세상 바뀌었다. 대통령, 대통령님, 해결해주세요, 모두 다.
◆ 진중권>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해.
◆ 한지원> 집회만 하면 가자, 청와대로. 대통령이 해결해라. 만납시다, 대통령.
◆ 진중권> 청와대에다 청원하고.
◆ 한지원> 청원게시판에 해결해서 누구를 어떻게 해달라 청원을 하고. 모든 것들을 대통령에게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대통령은 당연히 평가를 받기 위해서 또한 어떻게 보면 여당이 다음에 재집권을 하기 위해서 그것들을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하고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하고 또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을 개선해 나가는 꾸준한 과정보다는 한번에 해결해 나가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이용해서 한번에 해결해 나가려는 것들이 마치 민주주의인 것처럼, 그런 것들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통령이 그러한 여론에 따라서 강한 권력을 행사해야만 민주적인 것처럼 인식돼 왔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여당도 당도 국회도 보면 원내대표가 하는 게, 여당 원내대표가 하는 게 대통령에 대한 충성 맹세거든요. 나는 대통령을 지키겠다.
◆ 진중권> 이재명 지키기도 나와요, 이번에 보면.
◆ 한지원> 최근에는. 지금도 하고 있는 검수완박도 사실 그런 맥락들이 상당히 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저는 이러한 것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의 고질적인 문제고 이러한 것들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다 보면 과연 한국 사회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런 우려들이 상당히 들었다는 겁니다.
◆ 김성회> 짧은 질문 하나만 좀 같이 보태면 그것이 지금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을 하셨는데 고질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세계 사조적으로 지금 전 세계가 포퓰리즘이라고 해서 대의민주주의가 부정당하고 어떤 집단 혹은 좀 더 목소리 큰 사람들이 국회를 압박. 또는 행정부를 압박해서 미국의 트럼프를 포함해서 르펜의 활약이라든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최근의 사조라는 주장도 같이 있는데 지금 작가님은 전자라고 보시는 거예요? 이게 지금 대한민국 고유한 속성 중의 하나였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진중권> 다 있지 않나?
◆ 한지원> 세계적인 흐름이 당연히 있었죠. 특히 21세기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관련한 책들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여러 담론들도 많이 나오는데. 저는 문재인 정부가 21세기 버전에 어떻게 보면 포퓰리즘, 말씀하신. 포퓰리즘이라든가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라고 평가를 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이거는 단순히 대통령 한 명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대통령의 생각이나 대통령의 어떤 행동 몇 가지가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함께 뭉쳤거든요.
◇ 박재홍> 그럼 이게 어디서 문제가 있었을까요. 국민들의 민주주의는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지 않습니까? 그러면 국민들의 총의를 받아서 입법화하는 그런 과정상의 문제가 왜곡됐었다, 그것을 우리 작가님이 지적하시는 건가요?
◆ 한지원>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되는 게 우리가 민주주의가 아까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국민들이 입법가를 선출하고 행정부의 수반을 선출하는데요.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통령제니까. 행정부 수반을 선출하게 되는데 입법가를 선출하는 게 나를 대리해줘가 아니라는 겁니다.
◇ 박재홍>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를 든다면,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어떠한 맥락에서 국민들의 포퓰리즘적 의견이 왜곡된 형태로 드러났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를테면?
◆ 한지원> 예를 들면 저는 한 다섯 가지 정도를 들 수가 있는데. 제가 충격을 받았던. 어떻게 보면 이런 환멸과 회한의 단계에 이르게 된.
◇ 박재홍> 첫 번째 환멸의 사례.
◆ 한지원> 회한과 환멸에 이르게 된 다섯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저는 첫 번째는 촛불정신과 적폐청산이었어요.
◇ 박재홍> 적폐청산?
◆ 한지원> 사실 이게 적폐청산이 예전 식으로 얘기하면 반동척결 이런 거랑 비슷한 거거든요, 반동척결. 그러니까 어떤 제도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권력 남용이 문제였는데 정작.
◆ 진중권> 시스템은 안 고치고 사람만...
◆ 한지원> 아무것도 안 되고 그냥 인적청산이 들어간 거예요. 흔히 말해서 반대 세력에 대한 청산 작업에 들어간 건데. 이거 상당히 사실 후퇴죠. 어떻게 보면 상당히 후퇴고. 그런데 이런 것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용인됐죠. 국민들이 원했고 여론 지지도 그랬고. 그래서 그 과정 속에서 현 대통령도 나오게 된 건데요. 그런 상황 속에서. 이런 것들을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예전에 자유주의 철학자 같은, 정치 철학자 같은 경우는 다수의 전제정이라고 굉장히 경고를 합니다.
◇ 박재홍> 다수의 전제정.
◆ 한지원> 다수의 전제가 다수의 독재라는 겁니다. 다수가 원한다고 행하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거예요. 다수가 독재를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다수의 이름으로. 50. 1%의 득표를 얻은 사람들이 49. 9%를 탄압해도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게 실제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라는 거냐는 거죠. 아니라는 겁니다.
◆ 진중권> 이게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저도 계속 지적을 했던 게 이런 문제인 것 같아요. 옛날에 우리가 독재랑 싸울 때는 자유민주주의하고 민중민주주의를 구별하지 않았어요. 그냥 둘 다 민주주의였던 거죠. 그랬는데 민주당의 세력이 바뀌었을 때 김대중하고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 분명하게 자유민주주의자들이었는데 지금 586세력 같은 경우 내가 속해 있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자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민주주의는 무조건 다수결, 국민에 의한 선출. 그러니까 선출된 권력이라는 말을 많이 하죠. 그 과정 속에서 사라지는 게 바로 개인주의라든지 자유주의라든지 법치라든지 절차주의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사라져버리고 이게 슬로건과 선동으로 대체돼버리는 경향이 좀 나타나는 것 같아요.
◆ 한지원>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것들을 저는 존 스튜어트식으로 하면 다수의 전제다, 다수의 독재라고 표현할 수 있겠고 요즘식으로 포현하면 여론의 지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론의 지배가 결코 민주주의는 아니라는 거거든요. 그 점이 하나가 굉장히 충격이었고 그래서 좀 성찰하게 된 거죠. 아까 말씀드린 민중민주주의. 저도 사실 PD계열의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던 사람인데. 자유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뭔가 이거...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그냥 상태를 봐도 이상한 것 같다. 다시 되돌아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고. 두 번째로는 경제 정책도 있었습니다. 소주성.
◇ 박재홍> 소득주도성장.
◆ 한지원> 부동산 정책이나 정부 채무에 대한 관점이나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경제학적으로 합의된 어느 정도의 컨센서스도 있다는 겁니다. 경제학이라는 건 경제에 대한 과학이죠, 어느 정도 우리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제나 사회에 대한 과학들이 있는데요. 이러한 것들. 야, 여론이 원해, 이건 아니야. 기존에 합의된 과학도 여론의 이름으로 치워버릴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하면 여론이 원하면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결국 반작용이 오거든요. 결과적으로 나타나듯이. 그러니까 여론의 이름으로 심지어는 사회를 다루는 과학들도 무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경제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주로 다루는 분야인데.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본다 하더라도 기존의 시장을 무시하는 게 아니거든요. 시장이라는 건 현존하는 분명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근본적으로 지향하기 위해서 어떤 토대들이 갖춰져야 되는가에 대한 것들을 하는 건데 사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정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시장을 철폐하겠다는 정부는 아니고 시장은 존중한다는 건데 시장은 존중하지만 실제 시장의 메커니즘은 여론으로 없애버릴 수 있다고 주장을 하는 꼴이다 보니까 역풍이 부는 거죠, 결과적으로 모든 부분들이. 역효과를 받게 되는 거고. 가장 충격을 받았던 건 반일 캠페인이었습니다. 이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 진중권> 이거 상식적으로 이게 21세기 공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 한지원> 반일 캠페인이 정말 충격이었는데. 이게 그런데 이거를 까놓고 보면 잘 아시겠지만 실제로 반일 캠페인이 시민적 호응을 얻고. 어떻게 보면 반일 정서라는 게 시민적으로 있을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 진중권> 반중 정서.
◆ 한지원> 있다 하더라도 자제시키는 게 정치의 역할이죠. 자제하고 이것도 해결을 찾아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그 부추기는 걸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 진중권> 총선은 한일전이다, 대선은 한일전이다.
◆ 한지원> 역사적인 어떻게 보면 역사관도 있었죠. 그 역사관이 흔히 아는 분단체제의 논의라고 불리는 역사가 있는데 분단도 친일파, 독재도 친일파 탓. 그 다음에 현재의 보수는 친일파의 후세니까, 후예니까 다 치워버리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완성이요 통일이다라는 뿌리 깊은 사실은 재야사관이 있는데 저는 그 재야사관이 그대로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거예요, 이번에 보면서. 이게 맞나, 민주주의?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 맞나?
◆ 김성회> 그런데 그 맥락에서 잠깐 살펴보면요. 위안부 문제와 관련돼서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싸워오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에 합의를 이루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이제 당사자들의 엄청난 반발이 이어졌고 거기에 법원이 소위 말하는 사법농단이라고 해서 재판을 거래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이제 문재인 정부로 넘어온 상태에서 그 앙금이 있는 상태에서 일본이 먼저 반도체와 관련돼서 보복성 조치를 취하면서부터 이 감정이 좀 격하게 올라온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볼 수 있지 않나요?
◆ 한지원> 그런 상호작용들은 있죠. 그런 상호작용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고. 그런 상호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해결했냐는 거예요.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고 양쪽에 반일, 혐한 감정만 왕창 띄워놓은 채로 끝인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그거 어려운 문제인데 그 어려운 문제를 뭐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했느냐를 봐야 됩니다. 반일 캠페인 아닙니까? 반일 캠페인을 통해서 여론을 조성해서 그 여론의 힘으로 내가 뭔가를 해 보겠다는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런 해결되지 않았고 저는 하여튼 거기서도 중요한 게 민주주의에 관련된 역사관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현 정부가 공유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재야나 시민단체에서 공유하고 있는.
◆ 진중권> 이데올로기인데, 사실은. 예를 들어서 친일파라고 그러는데 민주당의 모체가 바로 친일 지주들이었거든요. 이승만이 토지 개혁할 때 그거 반대하려고 만든 당이란 말이죠. 그런데 이런 건 없고 무조건 저쪽은 다 사실 이승만이 토지 개혁을 한 거고 이쪽이 반대했는데. 그러니까 이런 것들.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는데 그런 걸 이데올로기화해서 주입을 하고 세뇌를 시켜놔서 이게 세계관이 돼버렸어요, 지지자들은.
◆ 한지원> 아까 국회 젤렌스키 연설도 봤는데 당연히 여당도 있고 야당도 책임이 있는데 저는 그 상황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아까 분단체제론도 그렇고 하여튼 민족주의 중심의 역사관들을 갖고 있으면 세계를 인식할 수가 없어요. 세계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민족과 내 주변, 내 민족을 침해하는 상대방이 있고 민족을 중심으로 세계가 펼쳐지는 거죠, 그냥. 그것밖에 사실은 세계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 어떻게 보면 전 세계가 다 주목하는 사건인데도 한국에서는 관심이 없어요. 검수완박이 더 중요한 거죠, 지금 상황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펼쳐지는 것들도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관, 또한 그 민주주의관과 함께하는 역사관들이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네 번째로는 선거법 개정에 있었습니다. 이것도 정말 충격이었는데. 왜냐하면.
◆ 진중권> 위성정당 만든 거.
◆ 한지원> 위성정당도 위성정당인데 우리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정치학자들 대부분이 가장 대의민주주의에 현대 민주주의의 코어 규범, 가장 중요한 규범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뭐냐 하면 선거법만은 여당과 제2야당이 어쨌거나 주요 플레이어들이 합의를 해야 된다는 거예요.
◆ 진중권> 역대적으로 그래왔어요.
◆ 한지원>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해왔거든요.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힘으로 선거법을 바꿔버리면. 선거라는 건 일종의 게임 규칙인데요, 선거법이란 건.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리면 진 사람이 승복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진 사람이 승복을 하지 못하면 대의민주주의는 끝이죠. 그래서 이것만은 그렇게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거고 선거법 개정을 선거법을 이런 식으로 마음껏 어찌 보면 다수당이 마음대로 처리하는 게 민주주의가 몰락하는 시작점이라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그래서 주의를 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걸 심지어 진보정당인 정의당까지 함께 해버렸으니 저로서는 참 충격의 도가니탕이었죠, 정말.
◇ 박재홍> 작가님 전반적으로 비판의 핵심을 보면 결국 민주주의가 역할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그 핵심적인 요인으로 정치 규범의 문제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 그 정치 민주주의의 규범. 그 규범이라는 건 뭔가요, 그러면? 이게 어떤 민주주의를 세계화해 오면서 체화됐던 정치 문화, 이런 것들을 말씀하시나요? 암묵적인 동의?
◆ 한지원> 그렇죠. 보통 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제도를 이제 규칙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하나는 법으로 정하는 강제적인 규칙이 있겠고 다만 법으로 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당연히 이러한 것들은 어느 정도 해야 된다, 이게 우리 민주주의다라고 생각하는 상호 간의 신뢰에 입각한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상호 간의 신뢰가 많은데 모든 걸 다 법으로 정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모든 걸 다 법으로 정할 수 없고 사람들이 또한 정치인들이 가지는 이렇게 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선거법이 아까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이런 것들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한도 없는 거예요. 예를 들면 단적인... 우리나라 사례에서 벗어난 얘기를 하면 트럼프가 대표적 사례였죠. 미국의 정치학자들이 한탄했는데 우리의 헌법은 무엇이던가. 트럼프가 저런 난동을 부려도 막을 게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규범을 깨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겁니다, 반대로 끝이 없다는 거고. 저는 그러한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를 통해서 촛불정신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체현했다라고 하는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더욱더 우리 뭐가 민주주의였지라는 것들에 대해서 정치인도 시민들도 한 번쯤 크게 되돌아봐야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박재홍> 궁극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대통령 중심제와 지금 의회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말씀이신 건데.
◆ 한지원> 저는 무엇보다 중심적인 거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봅니다. 물론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에요. 그런데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면 권력이 가장 응집돼 있고 문제점들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야만 문제의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강한 대통령, 약한 국회가 아니라 저는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은 뭐냐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입법부라고 생각합니다, 법치라고 하잖아요. 법을 국민들이 뽑은 어떻게 보면 대표자들이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뭡니까? 사실 우리 행정이라고 얘기하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행법이라고 봐요. 입법이 있고 행법이 있고 사법이 있는 거죠. 그 행법이 잘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이미 표현에도 있지만 행정이 중심이고 행정을 보완하는 게 입법이고라는 방식으로 되다 보니까 문제가 되는 법치도 그렇고 민주주의도 그렇고 상당히 꼬여가는 문제들이 거기서부터 많이 유래해오지 않았나. 그리고 이게 뭡니까? 솔직히 민주주의 한다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성한 사람이 없어.
◇ 박재홍> 그래서 이제 지금 윤석열 정부가 새로 출범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지금도 강한 대통령, 약한 국회라는 구조는 여전히 상존하는데 윤석열 정부 역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 여전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 진중권> 이미 하고 있지 않나요?
◆ 한지원> 조짐들이. 저는 윤석열 당선자가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키워드로 꺼낸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적으로 맞다고 보는데 어떤 문제가 있냐면 그 내용이 조금 아직까지는 정확하지 않죠, 키워드만 있고. 그런데 저는 첫 번째, 집무실 이전 건만 해도 좀 의아했어요. 왜냐하면 윤석열 당선자가 얘기한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은 국민과의 소통 이전에 국회와의 소통이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만약에 한다고 한다면 국민과의 소통은 당연히 하는 거고 이전 문재인 정부가 과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이렇게 됐냐는 거예요. 아니거든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할 게 아니라 국회와의 소통을 강조해야 되고 국회가 입법부가 제 역할을 하고 나는 법치니까 그래, 입법이 앞서고 나는 행법을 하겠다, 사법은 보조한다, 이 법을. 이런 관점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자신이 말한 어떻게 보면 자유민주주의 법치의 가장 정문 아닌가, 가장 정타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집무실 이전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거는 약간 의외였습니다. 또 하나의 경제 관료들을 굉장히 앞에 내세우고 있는데 저는 이 점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저는 좀 핀트가 어긋났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웠고 저는 윤석열 당선자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어떤 커리어를 가지고 당선됐다기보다는 프로젝트형 대통령이라고 봅니다.
◇ 박재홍> 프로젝트형.
◆ 한지원> 프로젝트라는 건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부가 망친 자신도 강조했듯이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복구하는 프로젝트를 국민이 네가 한번 해 봐라, 한번 그 프로젝트를 해 봐라라고 했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최근에 보이는 행보는 왜 자신이 당선됐는지에 대해서 약간 핀트가 좀 어긋나서 이거 아주 그 유명한 대통령병에 또 걸려가고 있는 거 아닌가. 제왕적 권력에 또 취해서 내가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것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 진중권> 시장에 맞게라고 하면서 국가 주도형 경제의 모델은 그대로 사용하는.
◇ 박재홍> 작가님 모시고 지금 일타 강사의 강의를 들었는데요. 지금 1분 남았습니다. 그래서 차기 정부의 숙제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숙제라고 말씀하셨는데 차기 윤석열 정부의 숙제.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짚어주시고 오늘 시간은 아쉽지만 마무리해야 될 것 같아요.
◆ 한지원> 사실 이 책은 정치, 민주주의의 문제를 다루지만 핵심 주제는 경제입니다. 경제 문제 하나도 얘기 안 했네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한지원> 그런데 최근의 경제학 흐름들도 보면 민주주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해요. 왜냐하면 포퓰리즘이 득세를 하면서 경제위기 때문에 포퓰리즘이 등장을 하는데 포퓰리즘 때문에 경제위기 해결이 안 되거든요. 장기 침체로 간다는 겁니다. 선진국들도 그렇다는 거예요. 일본이나 이탈리아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일본과 이탈리아가 경제위기, 장기 경제 침체에 빠졌을 때 문제가 됐던 게 바로 민주주의였습니다. 오히려 역으로. 시장은 실패할 수 있는데 그 실패를 어떻게 보면 해결해야 할 정부마저 실패해버리거든요. 저는 윤석열 정부가 이 점을 잘 지적했으면 좋겠어요. 시장 주도로 하겠다, 민간 주도로 하겠다 다 좋다 이겁니다. 그러면 정부는 자신이, 본인이 말씀하셨듯이 해야 되는 거죠. 법치와 민주주의를 해야죠.
◇ 박재홍> 경제 얘기는 다시 한판클라스로 모셔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의 숙제의 저자 한지원 작가님 고맙습니다.
◆ 한지원> 예.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4/12(화) 문재인 정권 평가 한지원('대통령의 숙제' 저자)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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