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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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 박재홍> 한판클래스 시간 우리가 흔히 북극 하면 북극곰 떠올리죠. 남극 하면 펭귄을 떠올리는데 뒤뚱뒤뚱 걷는 펭귄을 떠올리면 기분이 되게 좋아지고 왠지 동물원 가서 보면 친근감이 느껴지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펭귄을 우리가 못 보게 되는 날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고 해요. 바로 그 기후위기 때문인데 오늘 펭귄 연구학자를 모시고 우리 펭귄 왜 이렇게 위기에 처해 있는지 그 펭귄에 대한 이야기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동물행동학자이신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님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원영>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 이원영> 반갑습니다.
◇ 박재홍> 우리 진중권 작가님과 김성회 소장님과도 인사해 주세요.
◆ 진중권> 안녕하세요.
◆ 이원영> 안녕하세요.
◇ 박재홍> 펭귄 박사님이라고 굉장히 뭐랄까. 좀 연세가 있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굉장히 젊으시고.
◆ 김성회> 우리나라 클라스예요. 사실 박사는 스물다섯, 넷에도 할 수 있는 건데.
◇ 박재홍> 그러니까 제가 편견이 있습니다.(웃음)
◆ 김성회> 우리는 박사 60대만 생각해서. 저는 평생 소원 중의 하나가 남극 한 번 가보는 거거든요. 그게 제가 몇 년 전에 알아봤을 때만 해도 칠레였나요. 거기서 비행기가 일주일에 한 번, 2주에 한 편밖에 안 뜬다고 해서 거기를 어떻게 한번 가보나 꿈만 꾸고 있는데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 이원영> 언젠가 꼭 꿈을 이루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진중권> 민간인이 관광으로 갈 수가 있나요, 거기를?
◆ 이원영> 가능합니다. 칠레에서 비행기를 타고 갈 수가 있고요. 아니면 크루즈선를 타고.
◆ 진중권> 호텔이 있나요, 그러면?
◆ 이원영> 간이호텔이 칠레 공군기지 한편에 마련이 돼 있습니다.
◆ 진중권> 그렇구나.
◇ 박재홍> 우리 진 작가님 휴가를 계획하고 계셔서.
◆ 김성회> 남극으로.
◆ 진중권> 남극으로.
◇ 박재홍> 남극으로 그냥 한번.
◆ 김성회> 한 번이라도 비행기 안 뜨면 일주일 가는 거예요.
◆ 진중권> 괜찮아. 펭귄하고 얘기하면 돼.(웃음)
◇ 박재홍> 청취자분 중 한 분이 스****님이 펭귄 연구자시라고 웃으시는 모습이 죄송하지만 펭귄 닮으셨다고.
◆ 이원영> 저한테는 정말 극찬이죠,
◇ 박재홍> 칭찬입니까?
◆ 이원영> 펭귄 닮았다는 얘기 정말 많이 듣고요. 저는 그럴 때마다 기분 굉장히 좋습니다.
◇ 박재홍> 그러세요? 일단 수많은 연구 대상이 있는데 그중에 펭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 이원영> 어렸을 때부터 펭귄을 연구하고 싶었다, 연구하고 싶었다라고 얘기하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니었고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때는 원래 까치를 연구했어요, 날아다니는 까치. 그리고 박사학위를 마치고 나서 우연히도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할 사람을 찾는다고 그런 소식을 들어서. 까치도 날아다니고 펭귄도 비록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물속을 나는 새라는 점을 어필해서 이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 박재홍> 까치와 펭귄 공통점이 좀 검은 친구들이네요. 검은색 바탕에 흰색 점도 있고.
◆ 진중권> 물속의 까치라는.
◆ 이원영> 그러고 보니까 둘 다 좀 닮았네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매년 남극에 가시는 거죠?
◆ 이원영> 맞습니다.
◇ 박재홍> 일단 남극 어떻습니까, 가시면?
◆ 이원영> 가면 너무 좋고요.
◇ 박재홍> 좋아요?
◆ 이원영> 일단 제가 좋아하는 펭귄을 원 없이 볼 수 있으니까 그것도 좋고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정말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몰두할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 진중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펭귄은 남극에만 있어요? 북극에는 왜 없죠?
◇ 박재홍> 굉장히 근원적인 질문, 좋은 질문.
◆ 이원영> 정말 저도 많이 받은 질문 중의 하나인데 여기에 대해서 답을 드리자면 간단하게 답을 드리면 펭귄은 조상 때부터 원래 남반구에 잘 적응해 온 동물들입니다. 그래서 북극으로 가려면 북반구를 넘어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적도 부근이 해류가 흐르면서 이게 마치 베리어처럼 작용을 하기 때문에 그 선을 넘어가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죠.
◆ 진중권> 그런데 펭귄을 북극에다 갖다 놓으면 거기서 살 수는 있는 건가요?
◆ 이원영> 살 수 있습니다. 정말 노르웨이 사람들이 20세기 초에 그런 실험을 했어요.
◆ 진중권> 나 같은 사람이 있다니까.(웃음)
◇ 박재홍> 북금곰도 남극에 갖다놓으면.
◆ 이원영>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 이원영> 계속 번식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
◇ 박재홍> 그렇군요. 아무튼 펭귄, 굉장히 뭔가 좀 친근한 동물이기도 한데. 15종, 18종류나 있다고 하죠. 펭귄 종류 굉장히 많네요.
◆ 이원영> 아까 남극 펭귄 말씀을 해 주셨지만 사실 적도 부근 갈라파고스까지도 펭귄이 있고요. 아프리카에 가면 아프리카 펭귄. 호주에 가면 또 쇠푸른펭귄 이런 여러 펭귄들을 남반구 전역에서 쉽게 볼 수가 있어요. 그런데 펭귄들이 사실은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아주 하얀 얼음 위를 걷는 모습만 생각하지만 따뜻한 지역에 사는 펭귄도 있어서 그런 펭귄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동물원에서도 쉽게 사육을 할 수가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럼 그런 친구들이 따뜻한 지역에서도 꽤 서식을 할 수 있는 거군요?
◆ 이원영> 그렇죠. 제가 아프리카 갔을 때 케이프타운이라는 도시에 사람들이 막 수영하고 관광객들 있는 곳 바로 옆으로 펭귄들이 같이 수영을 하고 있더라고요.
◆ 진중권> 수영하는데 펭귄이 막 옆으로 지나가.
◇ 박재홍> 18종류의 펭귄 다 우리 박사님은 딱 보시면 구분하실 수 있겠군요?
◆ 이원영> 어렵습니다.
◇ 박재홍> 그런가요? 굉장히 겸손하시군요.
◆ 이원영> 비슷하게 생긴 펭귄들도 많아서.
◆ 진중권>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펭귄은 극지방에 사는 펭귄은 아닌 건가요?
◆ 이원영> 대부분이 마젤란펭귄이라고 해서 페루, 칠레 쪽에 사는 펭귄들 혹은 훔볼트펭귄같이 좀 따뜻한 온난한 지방에서 사는 녀석들이 많고요. 아니면 임금펭귄이라고 해서 조금 남극은 아니고 아남극권에 사는 펭귄이 많이 사육이 되고 있습니다.
◆ 진중권> 펭귄 중에서 잘생긴 놈 있잖아요, 황제펭귄 같은. 그게 남극인가요?
◆ 이원영> 황제펭귄은 남극 대륙에 있습니다. 가장 덩치도 크고요.
◇ 박재홍> 2014년부터 펭귄 만나고 계신 거잖아요. 남극 가면 통상적으로 참새 보듯이 펭귄들이 얼음 사이로 지나가고 이렇게 되는 겁니까?
◆ 이원영> 그렇죠. 세종기지 그냥 제가 자는 숙소에서 창문으로 보면 펭귄들이 이렇게 걸어 다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구나.
◆ 진중권> 사람을 무서워하나요?
◆ 이원영>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극에서 오랫동안 적응해 온 동물이기 때문에 굳이 인간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거죠.
◆ 진중권> 남극에 천적이 없죠?
◆ 이원영> 그렇죠. 남극에는 육상 포식자라고 할 만한 동물이 없어요. 북극에는 사람, 여우도 있고 늑대도 있고 원주민들도 있고요.
◆ 김성회> 북극곰도 있고.
◆ 이원영> 곰도 있고. 그래서 북극에 있는 동물들은 굉장히 예민하고 뭔가 사람이 근처에 나타났다 그러면 도망가기 바쁜데 남극에 있는 애들은 왔나 보다. 사람이 지나가나 보다. 거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 김성회> 실제로 춥기도 남극이 훨씬 춥죠, 북극보다?
◆ 이원영> 그럼요. 추울 때는 영하 9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 박재홍> 90도.
◆ 진중권> 90도요?
◇ 박재홍> 그건 좀 실감이 안 가는데. 실감이 나게 설명해 주세요. 90도 정도면 어느 정도예요?
◆ 김성회> 그때는 안 가보셨겠죠?
◆ 이원영> 제가 그때는 안 가봐서.(웃음)
◇ 박재홍> 남극의 여름 때만.
◆ 김성회> 여름이라면 지금이잖아요. 그러니까 북반구의 여름이 남반구의 여름이니까 이제 조금 있으면 그러면 가시는 건가요?
◆ 이원영> 맞습니다. 이제 다음 달에 갈 예정입니다.
◆ 김성회> 여름 기온은 어느 정도?
◆ 이원영> 여름에는 말하기 부끄럽지만 굉장히 따뜻해요. 영상 2도, 3도까지 올라가고요. 또 세종과학기지 근처가 남극에서도 가장 따뜻한 지역이기 때문에 저희 2020년 1월 달에 거기 있었을 때 영상 10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습니다.
◆ 김성회> 그럼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서 남극을 갈 수도 있겠네요, 이론상으로는.
◆ 이원영> 그렇습니다.
◇ 박재홍> 시원하네요.
◆ 진중권> 뭐죠, 첫 퍼스트점퍼라고 그러나 뭐라고 하더라. 이름을 잊어먹었는데.
◆ 이원영> 퍼스트펭귄.
◆ 진중권> 퍼스트펭귄이라고 하잖아요.
◇ 박재홍> 물에 빠질 때 이제.
◆ 진중권> 그건 남극 펭귄인가요?
◆ 이원영> 남극 아델리펭귄이 보통 그렇게 한꺼번에 우다다닥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맨 앞장서서 먼저 들어가는 약간 개척자 같은 녀석들을 보통 퍼스트펭귄이라고 경영학에서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 진중권> 그러면 바다에는 천적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 이원영> 그렇죠. 그래서 생물학적으로는 사실 퍼스트펭귄은 그렇게 개척자나 도전정신이 강한 녀석이라고 보기 어렵고 제일 겁이 없어서 잘 쉽게 죽을 것 같은 녀석, 떠밀린 애.
◇ 박재홍> 떠밀린 애.
◆ 이원영> 떠밀린 애, 불쌍한 애.
◆ 진중권> 밀었구나, 옆에서.(웃음)
◇ 박재홍> 민 거구나.
◆ 김성회> 펭귄도 덩치가 있어서 저희가 그냥 볼 때는 뒤뚱뒤뚱 귀여울 것 같은데 실제 펭귄은 어떻습니까?
◆ 이원영> 실제로 보면 뭔가 육중하고 위엄이 느껴질 때도 많아요. 황제펭귄이라는 이름 자체도 벌써부터 좀 다르잖아요.
◆ 진중권> 무게가 어느 정도 가나요?
◆ 이원영> 황제펭귄은 많이 나가는 녀석들은 한 40kg? 웬만한 초등학생보다 더 무겁죠. 인간이 이렇게 혼자 잡기도 어려워요.
◆ 김성회> 잡으면 저항은 안 하나요?
◆ 이원영> 잡으면 좀 싫어합니다.
◆ 김성회> 혹시 펭귄한테 짧은 팔이지만 맞거나 이래보신 적 없으세요?
◆ 이원영> 저 사실 많이 맞았어요.
◇ 박재홍> 펭귄한테?
◆ 진중권> 때립니까, 펭귄이?
◆ 이원영> 때리는 수준이 아니라 저희끼리는 펭귄 싸대기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 박재홍> 펭귄 싸대기.
◆ 이원영> 펭귄 날개 힘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물속에서 날개로만 헤엄을 쳐야 되기 때문에.
◇ 박재홍> 지느러미 역할 같은 걸 하니까.
◆ 이원영> 근육이 굉장히 잘 발달이 돼 있어서 제가 혈액을 채취하거나 장비를 부착해 주려고 잡고 있으면 날개로.
◇ 박재홍> 지금 사진이 나가고 있어요. 지금 사진 속의 남성이 우리 박사님이신가요?
◆ 이원영> 맞습니다. 접니다.
◇ 박재홍> 저때는 되게 젊으셨다고. 지금도 젊으신데.
◆ 이원영> 저때가 7년 전이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처음 남극 가셨을 때. 저 펭귄은 무슨 펭귄입니까? 화면으로.
◆ 이원영> 젠투펭귄이고요. 부리에 붉은 무늬가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진중권> 펭귄이 마음에 안 들면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나요?
◆ 이원영> 사실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는 너무 가까이 와서 자기 새끼들을 만진다거나 괴롭히면 좀 싫어하죠. 그래서 막 먼저 쪼기도 하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날개로 막 때리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진중권> 분변을 내보내서.
◆ 이원영> 그렇죠, 보통 새들이 많이 그런 식으로 인간에 대한 방어행동을 하는데요. 분변이 막 날아다녀요, 거기는. 분변에서 배출하는 배출압이 한 60킬로파스칼이라고 하는데.
◆ 김성회> 그것도 다 측정이 되는군요.
◆ 이원영> 이걸 측정했던 사람이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노벨상이죠. 그 분변압이 너무 강해서 한 1m 정도는 쉽게 비행을 해요.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잡고 있으면 분변이 날아오는 걸 자주 목격하기도 하고요. 이게 제 얼굴에 맞기도 하고.
◆ 김성회> 엎드려서.
◇ 박재홍> 피하기도 해야겠네요.
◆ 이원영> 막 날아오는 거 피하기도 하고.
◇ 박재홍> 우리 진 작가님이랑 진 김 소장님도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청취자분들도 굉장히 질문을 많이 주고 계세요. 다****님은 다큐에서 보니까 날아다니는 펭귄도 있던데 실제로 날아다니는 펭귄도 있습니까라는 질문.
◆ 이원영> 저 날아다니는 펭귄이 사실 BBC 방송국에서 했던 만우절 장난 영상이었습니다. 만우절 장난 영상도 클래스가 달라요. 그래서 펭귄이 날아다니는 걸 처음으로 자기네가 찍었다, 이걸 굉장히 현실감 있게 내보내기도 했었습니다.
◆ 진중권> 만우절이구나?
◇ 박재홍> 박사님께서 제대로 좀 교정을 해 주셨네요.
◆ 김성회> 김**님 질문 저도 꼭 물어보고 싶은 건데 이런 질문 죄송하지만 펭수는 실제 펭귄의 종류로는 분류가 되는지.
◆ 진중권> 제가 오늘 펭수 갖고 나왔는데.
◆ 이원영> 제가 사실 자이언트 펭귄 저 펭수TV에 한번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출연진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판단하기로는 황제펭귄에게 제일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진중권> 남극산이네.
◇ 박재홍> 박**씨는 아주 치명적인 질문이. 박사님이 혹시 펭수인 건 아니시죠라는 질문. 출연만 하신 거고 펭수는 아니신 거죠?
◆ 이원영> 펭수가 저보다 훨씬 크더라고요.(웃음)
◆ 진중권> 펭귄의 아이큐는 어느 정도 됩니까, 지능은?
◆ 이원영> 인간의 지능처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인지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보여요. 제가 현장에서 조사를 할 때 보니까 이 녀석들이 자기를 괴롭혔던 인간과 자기를 괴롭하지 않았던 인간을 어느 정도는 구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박재홍> 현장에서 연구하시면서 우리 박사님도 기억하시는 동네 펭귄이 있었습니까?
◆ 김성회> 괴롭히는 쪽이었습니까?
◆ 이원영> 저는 많이 괴롭히는 쪽이었습니다.
◇ 박재홍> 솔직하시네.
◆ 진중권> 잡아가지고 피 뽑고.
◆ 이원영> 그래서 제가 어떤 장비를 부착해 준 적이 있었는데 장비를 회수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한 녀석이 저만 보면 도망 다니는 거예요. 한 100m 밖에서부터 이미 저랑 눈이 마주쳤다. 그러면 갑자기 뒤돌아서 바다로 뛰어 들어갑니다.
◇ 박재홍> 박사님 알아봤네요.
◆ 김성회> 펭귄의 행동에 대해서 연구하시는 것 같은데 연구하시는 분야가 어떤 건지 설명을 조금 해 주실 수 있습니까?
◆ 이원영> 펭귄을 연구하는 방법이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행동을 관찰하고 이 녀석들이 어떻게 이런 극한 환경에 잘 적응을 했는지 그런 생태학적인 어떤 비밀을 파헤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성회> 그게 많이 하면 예를 들면 펭귄의 단결력 이런 것들에 대해서 책이 나올 수도 있고 이렇겠네요.
◆ 이원영> 그렇죠, 어떻게 그룹을 짓고 얘네들은 왜 모여 다니는지 거기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럼 경영학하시는 분들은 펭귄과 리더십 해서 강의를 요청할 수도 있겠네요.
◆ 이원영> 그렇죠, 그런데 그분들이 원하는 답을 제가 줄 수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웃음)
◆ 진중권> 펭귄도 사회동물이잖아요. 거기서 예를 들어서 누구를 왕따 시키거나 아니면 자기들끼리 패싸움을 벌인다거나 그런 것도 있나요?
◆ 이원영> 제가 한 번 관찰한 적이 있었는데요. 펭귄 중에서 색소가 결핍 되면서, 멜라닌색소가 결핍되면서 약간 갈색 털을 보인다거나 아니면 황금색 털을 가진 개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녀석들은 좀 짝을 짓기 어려워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짝을 만날 때 펭귄들은 겉모습을 보고.
◇ 박재홍> 외모를 보는군요.
◆ 이원영> 그렇죠. 눈빛을 보기도 하고.
◆ 진중권> 문제야.(웃음)
◇ 박재홍> 펭귄도 외모를 보는구나.
◆ 이원영> 맞습니다. 때깔이 자기네와 다르고 자기들 판단 기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좀 따돌림이라고까지는 그렇지만 선택을 받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참 펭귄의 삶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 우리가 이 펭귄을 또 못 볼 수 있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입니까?
◆ 이원영> 펭귄 중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녀석들이 18종 중에 대략 한 12종 정도 되거든요. 그중에서 특히 황제펭귄은 올해 국제자연보전연맹 IPCC에서 정말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다라고 해서 새롭게 지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가 따뜻해진다면 2100년쯤에는 전체의 한 90% 정도가 사라질 것이다라는 게 과학자들의 예측이에요.
◆ 김성회> 사실 남극이라는 대륙이 굉장히 크잖아요. 면적 전체만 7~8%가 넘는 지구 면적의 그렇게 차지를 하고 있고 여기는 지금 어떤 나라도 소유를 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인간이 들어가서 펭귄을 괴롭혀서 펭귄이 멸종되는 건 아닌 거죠? 그냥 온도 때문에?
◆ 이원영>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간접적으로 온도가 증가함으로서 남극의 바다 얼음이 녹고 그리고 바다 얼음이 녹으면서 펭귄이 먹이로 하는 크릴이나 다른 물고기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거든요. 그런 연쇄작용 때문에 펭귄이라는 남극의 상위 포식자가 그 영향을 직격탄을 맞는 거죠.
◇ 박재홍> 상위 포식자면 펭귄을 먹이로 하는 종류도 있습니까?
◆ 이원영> 가끔 킬러웰이라고 하는 범고래가 잡아먹기도 하고요. 또 다른 해양 포유류인 물범, 표범물범이나 이런 녀석들이 와서 잡아먹기도 합니다.
◆ 진중권> 그런데 펭귄이 더 빠르지 않나? 그걸 어떻게 잡아먹지? 덩치들이 크잖아요. 보통 덩치가 크면 행동이 느리고.
◆ 이원영> 그런데 물범들 중에서도 또 수영에 아주 특화된 녀석들이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표범물범 같은 녀석들. 범고래는 자기네들끼리 이렇게 짝을 이뤄서 단체로 사냥을 하기도 합니다.
◆ 김성회> 이게 지금 온난화 영향 때문에 남극도 빙하가 좀 녹고 있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 직접 가서. 여름에 가시면 좀 보실 계획 있나요?
◆ 이원영> 정말 자주 목격을 하고 있고요. 가끔 조사를 하고 있으면 번개 치는 듯한 꽈꽝하는 소리가 들려요. 뒤돌아보면 이미 얼음이 확 무너져 있죠. 그래서 보통 빙하가 무너질 때 그런 식으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 박재홍> 지금 사진으로 유튜브를 보고 계신 분들은 빙하의 모습.
◆ 이원영> 지금 사진으로 보이는 지역이 세종기지 바로 건너편에 있는 마리안소만 빙벽이라고 불리는 지역인데요. 여기 빙하 라인이 1년에 약 30~40m씩 뒤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7년째 이 지역을 가고 있는데 그 사이에 벌써 한 200m 이상 뒤로 후퇴를 한 거죠. 그러니까 해안 지도가 막 바뀌고 있어요.
◇ 박재홍> 저런 모습 보면 실제로 정말 온난화에 영향이 있다라는 걸 피부로 많이 느끼시겠네요?
◆ 이원영> 그럼요. 눈으로 보고 있고 정말 크릴이 떼죽음을 당해서 바다로 밀려오는 모습도 해마다 관찰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정말 걱정스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 박재홍> 크릴은 새우를 말씀하시는 거죠?
◆ 이원영> 새우하고는 좀 가까운 친척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 박재홍> 따뜻해지면 이 친구들이 못 살고 죽는 건가요? 물이 따뜻해지면?
◆ 이원영> 물이 따뜻해지면 크릴이 산란을 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크릴이 알을 낳고 또 크릴도 조그마해 보이지만 한 10년 이상 사는 굉장히 장수하는 동물인데 그 크릴이 살아가는 산란처가 바다얼음 바로 아래쪽입니다. 그런데 바다얼음이 줄어드니까 산란을 하기도 어려워지고 이게 계속 성체로 커나가기가 어려운 거죠.
◇ 박재홍> 3***님이 굉장히 근본적인 질문을 주셨어요. 저희가 펭귄을 걱정하고 있으니까 펭귄이 멸종되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이런 질문을 주셨는데.
◆ 이원영> 펭귄이 인간에게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펭귄이 멸종이 되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 인간도 살아가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 될 거다라는 게 과학자들의 예측이에요.
◇ 박재홍> 그러니까 펭귄의 위기는 곧 사람의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죠.
◆ 이원영> 맞습니다. 아까 저희가 2100년쯤 되면 황제펭귄의 한 90%가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사실 인간들이 살아가는 해안 지역도 해수면 상승 때문에 많은 부분 물에 잠길 거라고 예측을 하거든요. 올해 나온 IPCC 보고서에 따르면 대략 2100년까지 한 2m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금 내다보고 있습니다.
◆ 진중권> 해양 쓰레기도 문제지 않습니까? 남극에까지 영향을 끼치나요?
◆ 이원영> 남극까지 떠내려 오더라고요. 그리고 남극에 있는 동물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흔히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그런 플라스틱 조각들이 펭귄이나 다른 해양 포유류에서도 계속해서 검출이 되고 있습니다.
◇ 박재홍> 박사님도 실제로 연구해 보시니까 그 안에서 플라스틱이.
◆ 이원영> 그런 약간 인간이 만들어낸 그런 조각들이 가끔 보이는 때가 있어서 좀 많이 우려가 됐었습니다.
◆ 김성회> 아까 전에 보기도 했고 지금 말씀하신 대로 빙하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는데 소위 말하는 영구동토라고 하는 한 번도 녹지 않은 땅들이 얼어 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게 녹고 있는 거잖아요. 박사님 말씀 보니까 기후변화로 인해서 지금 기온이 상승돼서 이 영구동토가 녹을 때에는 코로나를 능가하는 팬데믹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경고를 하시는데 어떤 내용인지 좀 풀어서 말씀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이원영> 그동안 동토층, 얼어 있는 땅에 갇혀 있던 많은 미생물들이 있거든요. 이 안에는...
◆ 김성회> 미생물들.
◆ 이원영> 언제 갇혀 있는지 모르는 그런 미생물들이 있는데 최근 들어서 동토층이 녹으면서 미생물들이 깨어나고 있다라는 보고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들이 그냥 죽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녹으면서 다시 활성화를 띠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제가 북극에 갔을 때 실제로 시베리아 동토층에 있는 탄저균이 녹아서 순록이 떼죽음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었고 그리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순록 연구하는 사람들 좀 조심해라. 우리가 정말 이거 인간한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
◇ 박재홍> 옮길 수도 있으니까 순록에서 탄저균이.
◆ 이원영> 맞습니다.
◆ 진중권> 생화학 무기로도 쓸 수 있는 거예요?
◆ 이원영> 네, 탄저균이 대표적인 생화학무기인 거죠.
◆ 김성회> 야생이라는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중국 같은 경우도 그래서 박쥐를 통해서 만나면 안 되는 것들끼리 만나서 이런 병들이 일어나는 건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하면 영구동토 속에 있는 만나서는 안 되는 미생물들을 인간이 만날 가능성이 점점 생기는 거네요?
◆ 이원영> 맞습니다.
◆ 김성회> 남극이 완전히 안전한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또 꼭 지구 온난화에서는 그렇지 않군요?
◆ 이원영> 남극이나 북극 같은 그 극지역들이 사실은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이게 좋은 영향보다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과학자들은 많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 진중권> 시베리아동토층 같은 경우에는 그 안에 이제 가스가 결빙되어 있다가 이게 녹으면서 가스가 나온다라는 것 아닙니까? 이러면 그 자체가 이미 이제 글로벌 워밍 때문에 이게 녹는 건데 거기서 가스까지 발생하면 더 심해지고 이런 얘기를 들었거든요.
◆ 이원영> 그렇죠, 그런 식으로 북극이나 남극지역은 다른 여타 지역에 비해서 그런 순환이 계속 양의 순환, 파지티브 피드백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것들이 지속이 되면서 훨씬 온난화 속도가 빨리 되고 있어요. 단순히 온도가 어느 만큼 올라가서 땅이 녹았다가 아니라 땅이 녹았다가 아니라 그 녹았던 땅에서 작가님 말씀하신 것처럼 메탄가스가 발생이 되고 메탄가스는 다시 온실가스의 역할을 하면서 다시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또 얼음이 녹으면 얼음이 녹으면서 원래 빛을 반사하고 있던 것들이 사라지니까 흡수율이 더 증가하게 되는 것이고.
◆ 진중권> 얼음이 녹으면서 빛을 반사하게 되니까.
◆ 이원영> 그렇죠.
◆ 진중권> 이게 점점 더 심해지네요, 그러면.
◆ 이원영> 점점 더 가속화될 거라는 게 과학자들의 우려예요.
◆ 김성회> 박사님, 까치 연구하다가 펭귄 연구하는 것도 굉장히 우연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기후위기 전도사까지 가시게 되는 과정도...
◇ 박재홍> 펭귄을 지키기 위한 펭귄의 아버지로서.
◆ 이원영> 아버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펭귄들이 싫어하는 존재라서.(웃음)
◇ 박재홍> 삼촌.
◆ 진중권> 우울해지네요, 이거.
◆ 이원영> 정말 우울감도 저도 많이 느끼는데요. 사실은 북극 원주민들은 여기에 대해서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 박재홍> 기후변화.
◆ 이원영> 그래서 최근에는 정말 기후우울증 혹은 기후슬픔, 생태슬픔이라는 용어까지 등장을 했거든요. 정말 원주민들은 자기들이 계속해서 수천 년 동안 내려오고 있던 문화를 완전히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어요.
◇ 박재홍> 이를테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원영> 예를 들면 그린랜드에 사는 원주민들은 대대로 물범을 잡아다가 쟁여놓으면서 손님들이 오면 대접하기도 하고.
◇ 박재홍> 김장같이.
◆ 이원영> 그런 걸 먹는 그런 식생활이 있었는데 점점 물범을 사냥하기가 어려워지니까 그런 문화를 아예 포기해야 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고요. 그리고 계속해서 이제 내려오던 어떤 그런 의복 같은 것도 많이 바뀌게 되고요.
◆ 진중권> 남극에는 원주민은 없죠?
◆ 이원영> 남극에는 사실 사람이 살아가기가 어려운 게 남극의 겨울이 너무나도 혹독하기 때문에 남극은 사람이 들어가는 역사가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0년,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 진중권> 아닌데, 이해가 안 가는 게 지구가 있으면 하나는 남극이고 하나는 북극인데 왜 남극이 북극보다 왜 더 추운지.
◆ 김성회> 북극은 난류가 흐르니까 아무래도 남극보다는 더 그런 거 아닙니까? 북극은 또 땅도 아니고 사실.
◆ 이원영> 굉장히 정확한 답을 해 주셨는데.
◇ 박재홍> 이과 출신이에요.(웃음)
◆ 이원영> 그렇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남극은 땅이에요. 하지만 북극은 바다입니다. 북극을 보통 북극해라고도 부르는데 북극은 많은 대륙들로 둘러싸인 바다얼음으로 된 바다고요. 남극은 바다로 둘러싸인 남극 대륙이라고 부르죠. 땅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땅은 쉽게 얼고 쉽게 따뜻해지고 그러죠.
◆ 진중권> 이건 북극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나중에 얼음이 사라지면?
◆ 이원영> 그렇죠, 지금 북극점을 얼음에 표시해 놓고 했었는데 만약에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한 2050년쯤에는 여름철에는 아예 바다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부표 같은 걸 띄워놔야 될 수도 있어요.
◆ 진중권> 깃발이 물에 둥둥 떠다니겠네.
◆ 이원영> 맞습니다.
◇ 박재홍> 옛날에 북극 탐험대들이 이제는 막 수영해서 가야 되겠네요, 여름에는.
◆ 이원영> 그렇죠, 배 타고 가든지 이렇게 해야겠죠.
◇ 박재홍> 남극 생활 얘기하시니까 청취자님, 까*님이 극지연구소의 1층에 체험장 아직도 있나. 이분 가보신 분이네요.
◆ 이원영> 그렇네요. 아직 있습니다.
◇ 박재홍> 어떤 체험장입니까, 1층이?
◆ 이원영> 가면 북극곰 박제도 있고요. 펭귄 박제들도 있고 또 남극탐사대들이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희들 입고 지냈던 그런 옷이나 장화, 이런 것들이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주**님은 남극기지에 화재가 났던 연구소가 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이게 복구가 됐는지요라고.
◆ 이원영> 그때 브라질기지로 기억을 하는데요. 그때 아마 우울증을 앓았던 어떤 대원이 일부러 방화를 했다고 들었어요.
◇ 박재홍> 그래요.
◆ 김성회> 그러면 이 기지는 겨울에는 다 폐쇄를 하나요?
◆ 이원영> 그런 하계기지도 있어요. 그러니까 여름철에만 운영을 하고 겨울철에는 아예 우리 문 닫자라는 기지들도 많이 있지만 한국에서 운영하는 세종과학기지랑 장보고과학기지는 1년 내내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 김성회> 그러면 영하 90도일 때는 밖에 나갈 수도 있나요?
◆ 이원영> 나가기가...
◆ 김성회> 90도에 나가면 어떤 기분일지 알 수 없을 것 같은데.
◆ 진중권> 전방에 있을 때 영하 20도만 되니까 라이터가 안 켜져요, 얼어서.
◇ 박재홍> 군대 얘기 나왔습니다.(웃음)
◆ 김성회> 영하 17도인 경기 북부는 조용히 하고 있겠습니다.
◇ 박재홍> 펭귄 연구하시면서 전문 연구자이신데 연구하시다 보니까 이건 내가 펭귄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구나, 이번 부분도 발견하셨을 것 같은데. 우리가 몰랐던 펭귄에 대한 이야기.
◆ 이원영> 아까 얘기가 좀 나온 것도 있지만 제가 처음에는 펭귄이 아무래도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모습도 굉장히 우스꽝스러워 보이고 그냥 단순히 귀여울 거다. 우리 인간이 갔을 때는 왠지 인간을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막상 번식지에 딱 들어가니까 막 저를 굉장히 경계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혈액을 뽑을 때마다 저를 때리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맞다, 이 펭귄도 야생동물이었지라는 깨달음이 갑자기 오더라고요.
◇ 박재홍> 그렇죠, 야생동물이죠.
◆ 이원영> 남극이라는 야생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적응을 해 온 동물인데 저는 다분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펭귄은 귀여울 거야. 인간이 다가가면 우리가 우쭈쭈우쭈쭈하면서 우리가 뭔가를 해 줄 수 있어라는 좀 안 좋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진중권> 펭귄은 한 번에 알을 하나씩만 낳죠?
◆ 이원영> 황제펭귄은 1개를 낳고요. 나머지 종들은 대부분 2개의 알을 낳습니다.
◇ 박재홍> 한 번에 2개?
◆ 이원영> 네.
◆ 진중권> 보니까 영화 다큐멘터리 같은 거 보면 아빠랑 엄마랑 같이 번갈아가면서 품기도 하고 그럽니까, 진짜?
◆ 이원영> 맞습니다. 그래서 펭귄은 암수의 역할이 굉장히 비슷해요. 그래서 겉으로 봤을 때 암수가 잘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요. 알을 낳는 건 물론 암컷이지만 알을 품어주는 건 수컷도 하고 암컷도 합니다.
◇ 박재홍> 육아를 같이 하는군요.
◆ 이원영> 공동육아.
◆ 진중권> 왜냐하면 사냥을 나가야 되잖아요.
◆ 이원영> 둘 중에 한 명은 나가야 됩니다.
◆ 김성회> 그럼 사냥도 마찬가지로 암컷, 수컷이 번갈아가면서 하고 육아도 번갈아가면서 하고 굉장히 이상적인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네요.
◆ 진중권> 새끼는 어떻게 먹입니까? 젖을 먹이는 건 아닐 테고 생선 뭐지. 물고기를 잡아다가 또는 크릴을 잡아다가 입에다 이렇게 주나요?
◆ 이원영> 위에 잔뜩 담았다가 조금 조금씩 뱉어줍니다.
◇ 박재홍> 지금 양육 장면이 나오고 있어요, 화면에.
◆ 이원영> 턱큰펭귄인데 저 턱큰펭귄은 보통 몸무게 한 3kg 정도 나가요. 그런데 바다에 나갔다 들어오면 4~5kg까지 몸무게가 엄청 늘어납니다.
◇ 박재홍> 먹이를 가득 싣고.
◆ 이원영> 배가 불룩 나와 있는 게 보여요. 뒤뚱뒤뚱하면서 온 다음에 위가 굉장히 신축성이 좋기 때문에 위에 잔뜩 담아온 걸 조금조금씩 새끼들한테 주는 거죠. 새끼들은 번갈아가면서 계속 어미, 아비한테 먹이를 달라고 조르면서 그걸 받아서 먹으면서 처음 태어났을 때는 100g인데 한 달만 지나면 어미, 아비만큼 금방 커나갑니다.
◇ 박재홍> 한 달 만에?
◆ 진중권> 언제 독립하나요? 이제 독립하거라.
◆ 이원영> 한 달 반 정도 지나면 둥지를 떠나기 시작하고요. 그리고 보통 이 녀석들이 12월 중순쯤 깨어나는데 한 2월 중순쯤 되면 거의 성체들과 새끼들이 분리가 됩니다. 그리고 성체들은 성체끼리 따로 이동을 하고 새끼들은 새끼들끼리 따로 이동을 하고.
◆ 진중권> 세대별로 따로.
◆ 이원영> 나이에 따라서 나눠집니다.
◆ 진중권> 세대 갈등이 있구나.
◇ 박재홍> 배**님이 공동육아란 인간이 배워야겠네요. 자연에 답이 있었습니다. 이런 말씀.
◆ 이원영> 그렇죠. 좀 굳이 저는 동물한테 인간이 배워야 돼,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좀 겸허함을 느끼기도 해요.
◇ 박재홍> 겸허함.
◆ 진중권> 좋은 질문이 들어왔는데 펭귄도 조류독감에 걸리나요?
◆ 이원영>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진중권> 그러니까 질병은 있나요?
◆ 이원영> 그렇죠. 펭귄한테서도 그런 독감 바이러스들이 검출이 된 사례가 있어요. 그리고 펭귄뿐만 아니라 까치들도 조류독감에 걸리고요. 저희가 연구했던 관악산에 있던 까치들도 조류독감이 검출이 됐다는 보고들이 꽤 나오기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병이니까요. 사람이 감기 걸리듯이 동물도 감기 걸리는.
◆ 진중권> 남극에 혹시 펭귄 병원은 있나요?
◆ 이원영> 펭귄 병원은 없고요.
◆ 김성회> 연구 구역 같은 건 나라마다 연구소가 있는데 그런 경우 같이 그냥 협약을 해서 쓰는 건가요? 그런 데 따로 제약은 없나요? 그러니까 갈 수 있는 제약, 지역에 대해서 서로 양해를 한다거나 규제를 한다거나 이런 게 있나요?
◆ 이원영> 규제까지는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이 기지 근처에 있는 곳은 그 기지 연구자들이 보통은 하게끔 서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남극기지를 운영하는 국가가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여기 남이 하고 있는 데를 굳이 저희가 들어가서 할 필요까지는 없거든요. 안 그래도 할 데는 많기 때문에.
◇ 박재홍> 다른 나라 연구소끼리 교류도 하시고.
◆ 이원영> 그래서 오히려 교류를 하면서 우리 데이터가 이만큼 쌓였는데 너희 데이터랑 우리 같이 연구를 같이 해 보자, 이런 식으로 공동연구 제의들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진중권> 어쨌든 펭귄이 없어진다는 거 아닙니까?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 최근에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여서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 이렇게 합의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거 믿어도 되는 겁니까?
◆ 이원영> 믿기 힘든 것 같아요. 정말 예전 파리 기후협약이 해결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굉장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때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하면서 우리 열심히 이걸 이행해 나가자 했었는데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이 되면서 바로 탈퇴해 버렸거든요.
◆ 진중권> 펭귄의 적이야.
◆ 이원영> 그래서 지난 사실 미국 대선을 저는 보면서 이거는 어떻게 보면 기후위기에 대한 어떤 심판론이 작용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이 되자마자 가장 첫 번째 했던 일이 다시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한 거였습니다.
◆ 김성회> 그러면 지금 말씀하시는 대로 하면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실 대선에서 아직 환경이라든지 기후변화라든지 이런 것들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사실이잖아요. 지식인들이라든지 언론을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대선후보들이 좀 공약들을 조금씩 내놓고 정당마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박사님이 좀 보시기에는 평가하면 점수를 얼마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박재홍> 탄소중립 얘기도 하고 정부가 하고 있긴 합니다.
◆ 이원영> 그렇죠. 지금 현 정권 들어서 굉장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행동. 그러니까 탄소중립을 선언을 하긴 했지만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서 현실성 있게 이걸 우리가 이뤄나갈 것인지에 대한 그 구체성이 좀 떨어진다는 평가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좀 앞으로 이런 것들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저도 조금 살펴보기는 했는데 여전히 많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런 구체성면에서는 현 정권에서 내놓은 그런 탄소중립 정책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성회> 사실 제안을 주신다면 이런 방향으로 해야 된다, 이렇게 좀 가르침을...
◆ 이원영> 가르침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유럽이라든지 특히나 독일 같은 국가들은 이런 녹색정책을 내놓는 당들이 정말로 메이저 정당으로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정당에서 내놓는 아주 강력한 규제정책. 예를 들면 휘발유나 경유차 언제까지 퇴출, 이런 식으로 뭔가 강력한 규제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그냥 권고사항 혹은 전기차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지원을 해 주자, 이 정도의 뜨뜻미지근한 정책으로는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우리 박사님이 굉장히 온유하게 말씀하시는데 뜨뜻미지근한 걸로는 안 됩니다라고 해서 내용상으로는 굉장히 강하게 말씀해 주고 계세요.
◆ 김성회> 듣고 계신 현대자동차 관계자분들이 듣고 계시면서 뜨끔하셨겠어요.
◆ 진중권> 우리가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이런 건 좀 있나요?
◆ 이원영> 있습니다. 저도 사실 펭귄을 연구하면서 그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펭귄을 위한다고 펭귄을 보호하겠다고 연구를 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어떻게 펭귄한테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니까 별로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도움이 된다 해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일단 식생활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던 IPCC라고 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식생활을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서 조금 더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바꾼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보고서를 읽으면서 지난해부터는 조금 더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의 식생활을 더 늘려나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진중권> 고기 안 먹다가 최근에 다시 먹기 시작했는데 다시 먹지 말아야겠네.(웃음)
◆ 이원영> 아예 먹지 말자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양을 지금보다 많이 줄인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축산업이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거든요.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절반 가까이 된다는 얘기가 있어요.
◆ 진중권> 생선은 괜찮죠?
◆ 이원영> 생선도 적지 않습니다.
◆ 진중권> 그래요? 먹을 게 없네.(웃음)
◇ 박재홍> 우리 펭귄 박사님과 함께 기후변화 관련한 또 우리가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까지 얘기를 해봤습니다. 다음 달이면 남극 다시 가시고. 가서 또 연구를 진행하실 예정이시군요. 잘 다녀오시고 또 좋은 연구를 통해서 과학 발전에 이바지해 주시고 환경 관련해서도 많은 좋은 메시지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분 극지연구소의 이원영 선임연구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사님.
◆ 이원영>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11/3(수) "남극의 펭귄, 북극에서도 살 수 있을까요?"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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