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금) 새아침의 기도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 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내어놓을 적에
그가 가장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래서 하늘이 그들에게 마련한 것은
넘치는 사랑과 슬픔이라 말한 시인 백석의 독백을
배부르고,
부족함도 없어 점점 흐릿해지는 우리의 마음이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주여,
바라옵건데,
우리에게 외롭고.. 높고… 쓸쓸한… 마음을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새아침의 기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것들! (2월 11일, 금)
200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