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주님
당신이 없다면 별도 흐린 이 밤을,
내 어이 홀로 갑니까?
눈보라가 지나가다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이 길을
당신이 없다면 내 어찌 홀로 갑니까?
가야 할 아득히 먼 길 앞에
서서 발끝부터 번져오는 기진한 육신을 끌고
유리알처럼 미끄러운 이 길을 걷다가 지쳐 쓰러져도
당신과 함께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기로 한
이 길을 함께 가지 않으면 어이 갑니까?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이 함께 있어서 내가 갑니다.
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당신이 그 눈발을 벗겨주어
눈물이 소금이 되어 다시는 얼어붙지 않는 이 길,
당신과 함께라면 바람과도 가는 길
당신과 함께라면 빗줄기와도 가는 길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혼미하여 뒹굴다가도
머리칼에 붙은 눈싸락 만도 못한 것들 툭툭 털어 버리고
당신이 항상 함께 있으므로 오늘 이렇게 나도 갑니다.
눈보라가 치다가 그치고 다시 퍼붓는 이 길을
당신이 있어서 지금은 홀로도 갑니다.
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눈 내리는 길>로 기도를 대신합니다.
주님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굳은 입술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통하여 드리오니, 받아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새아침의 기도
당신이 있어서 지금은 홀로도 갑니다. (3/12 토)
200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