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031목 마음도 햇빛에 말려요 뽀송뽀송하게
그대아침
2024.10.31
조회 231
아침에 깨어나 보니 모처럼 가을 기운이 돌면서 창문에 아침 빛이 찬란하다.
찬란하다는 말을 어디에 써먹어 보랴. 
인생의 어느 국면을 이토록 찬란하다고 하겠으며 
어느 융성한 왕조의 유산이 그러했겠는가. 
이 아침 빛의 찬란을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말끔하게 닦은 허공에 아침 빛이, 값으로 쳐도 아주 상값은 받게끔 빛난다. 
먼 산세마저도 선명하게 가까웠다.

새로운 나의 거처엔 잣나무들이 있어서 간혹 청설모가 잣을 떨어뜨린다.
그것들을 주워다가 돌 위에 놓고 돌로 깨보면 
그 속에 벌써 여물어가는 잣들이 가득하다. 
다시 그것들을 깨보면 그 안에서 솔향기를 풍기는 씨앗들이 나온다. 
입에 넣어보면서 이 기름들이 다 어디서 온 것인가 생각해본다.
땅 속 어디에 기름이 있단 말인가? 저 햇빛 속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바람 속 어디에 그것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있으니 맺힌 것 아닌가. 
그 중 햇빛의 일이 가장 중요했음을 과학자가 아니어도 직감으로 알 만하다.
내 입으로 들어간 것은 찬란한 햇빛의 알갱이들이요, 속삭임들이요, 
때론 지난 여름 볕의 불덩어리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들은 늘 햇빛을 지향해가는 존재들이다. 
그런 면에서 식물과 다르지 않다. 
볕은 존재 그대로 따뜻함이요, 성장한 양분이요, 하나의 꿈이다. 
가을볕에 씨앗들을 말리듯이, 또 젖은 이부자리들을 말리듯이 
우리 마음도 썩지 않게 다 말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살리는 것이므로. 


*장석남의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