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금 언제 라도 오세요, 여기 있을게요
그대아침
2024.11.01
조회 205
"여긴 언제 와도 그대로라서 좋아요."
며칠 전 오랜만에 책방에 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오전 11시쯤이었고, 너른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실내에 있는 화초들이 빛났습니다.
음악이 나오고 있었고, 사방의 책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요.
"그렇지요. 언제나 그대로지요."
그러자 그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늘 그대로라는 게."
매번 평안하셨느냐 물을 때마다 저는 평안했는가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의 삶에서 힘든 날들이 왜 없었겠어요.
다만 지나고 보니 괜찮아지고, 그 고통을 잊은 것이지요.
힘든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고,
모두 다 지나가게 마련이니까요.
아주 상투적이긴 하지만 삶이란 좋은 날과 나쁜 날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겉으로는 술술 흐르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거친 돌부리와 수초와 바위들에 온몸 부대끼며 흐르는 물처럼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지 않나 싶어요.
그것을 견뎌내며 더 깊은 강으로,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겠지요.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책방 문을 열고, 화초에 물을 주고, 컴퓨터를 켜고,
시디를 골라 음악을 듣습니다.
책을 읽고, 자판을 두드리고, 동네를 산책하고, 먼 산을 한없이 바라보고,
큰 나무를 오래 올려다보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책방에 다녀간 사람은 말합니다.
"변함없네요."
책도 다른 책이 놓여 있고 화초도 다르게 가지를 뻗었을 것이며
책방 온도도 어제와 다른데. 물론 저도 어제보다 주름이 더 늘었는데.
어떤 날은 마음이 요동치는데.
그래도 여기 이곳에 있습니다. 그곳에 그대로 계신 것처럼.
*임후남의 <책방 시절>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