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화 외풍에 주눅들기보다 버티기
그대아침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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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집들은 지붕이 유독 낮다.
둥실하니 처마가 높은 뭍의 집들과는 다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갯바람을 막기 위해서다.
거센 파도에 웅크려야 하는 따개비와 닮았다.
그런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드세다는 말에 익숙하지만 건네는 말은 구수하다.
외풍에 주눅들기보다 앙버팀에 익숙하다. 낮은 자세로 살지만 비굴하지 않다.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그 집에 산다.
따개비는 완전히 바닷물에 잠겨서 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파도가 미치지 못하여 메말라 있는 바위에서도 살지 못한다.
늘 파도가 철썩이는 바위에 붙어 산다.
손으로 바위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
떼어내려고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손톱이 부러지기도 한다.
조금만 건드리면 바위나 돌에 더 밀착시켜서 빈틈을 주지 않는다.
물이 빠져 나간 썰물 시간에 오래도록 물 밖에 놓여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시 만조가 되면 물속에 잠긴다.
그러는사이 악착같이 사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섬은 사람도 그렇게 만든다. 살아남기 위해 언덕을 올라야 하고,
척박한 땅에 팥, 고구마, 깨 등 곡식을 심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한다.
통영을 떠나 삶터로 돌아가면 또 성난 파도 같은 일상을 견뎌야 할 날도 많다.
하지만 안다. 낮은 자세로 움츠리는 법쯤은.
아스팔트의 단단하고 독한 땅에서도 따개비처럼 견디는 법을.
동피랑 언덕빼기의 낮은 지붕들 위로 파도 같은 바람이 몰려온다.
그렇더라도 웬만해서는 저 단단한 지붕 밑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도시의 따개비가 된 나를 세파의 바람이 쓰러뜨리지 못하듯이.
*최옥연의 <틈이 생길 때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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