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월 잘 넘어질 것, 다시 일어날 수 있게
그대아침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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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보다 덩치가 커져버린 딸이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일이다.
항상 품에 안고 다니던 아이가 뽈뽈 기어다니다
어느 순간 벌떡 일어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다음 수순으로 걸음마를 시작하자 대견하다기보다 아득한 공포가 먼저 밀려왔다.
저렇게 기우뚱기우뚱 걷다가 어느 순간 엉덩방아를 찧겠지?
그러다 넘어져서 이마라도 깨면 어떡해?
하지만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넘어진 아이를 허둥지둥 일으켜 세우지 않고
일단 기다려주는 법을 익혔다.
아이는 그렇게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단계를 또 하나 넘어갔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을 쓴 작가 강은경 역시 그랬다.
가족과 헤어지고 문단 데뷔를 꿈꾸며 오랜 세월 홀로 소설을 써왔던 그녀는
어느 순간 복병과도 같은 노안과 맞닥뜨린다.
절망한 그녀는 신춘문예라는 꿈을 버리고
힘들게 육체노동을 해서 번 돈과 고모가 들어준 보험을 깨서 아이슬란드로 훌쩍 떠난다.
아이슬란드의 장엄하고 기괴한 풍광 속을 여행하던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뭐가 되든 안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아니 뭐가 되고 안 되고가 어떻게 인생의 결말이 되겠어요.”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자동차 대시보드 위에 앉아 있는 강아지인형처럼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다 보면 또 넘어질 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 넘어져도
될 순간과 안 될 순간을 구분하는 지혜를 기르고,
그렇게 넘어지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것.
무엇보다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지니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이를 먹어가고 어른이 되는 묘미란 걸 요즘은 조금 알 것 같다.
*박산호의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