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113수 눈물이 꽃이 되는 순간을 발견하는 하루
그대아침
2024.11.13
조회 171
여기 한 젊은이가 있다. 그는 가난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리던 차였다.
차 시간이 남아 있어 두 모자는 여름인데도 설렁탕집에 들어간다.
첫술을 뜨는데 어머니가 주인을 부른다.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설렁탕이 짜다고 말한다.
주인은 흔쾌히 국물을 더 가져다주었다.
어머니는 주인이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아들의 투가리에 국물을 더 부어주었다.
주인은 애써 모른 척하며 미안한 마음을 안 느끼게
조심스럽게 깍두기 한 접시를 더 가져다준다.
아들은 울컥하는 눈물을 땀인 양 훔친다.

함민복의 산문 [눈물은 왜 짠가]이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만삭의 여인과 젊은 남편을 본 적이 있다. 
젊은 남편은 세탁소에서 빌려 입었을 법한 좀 큰 양복을 입고 있었다. 
여인 또한 누군가에게서 물려받은 듯한 낡은 청록색 임부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들판이 펼쳐진 창밖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우연히 듣게 된 그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 이제 곧 아기가 나올 산달이라는 것,
젊은 남편은 만삭의 아내와 함께 취업 면접을 보려고 가는 중이라는 것,
그동안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꼭 취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내의 배에 손을 대며 아기에게 얼마나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던지. 
나는 그 젊은 남편이 아내의 배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
함민복 시인이 자신의 투가리를 어머니의 투가리에 '툭' 하고 노크를 하는 것같이 느껴졌다. 
아기와 악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는 게 다 눈물이지만 우리가 사는 별에는 꽃의 향기로움도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모를 뿐이다.


*김용희의 <밥이 그리워졌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