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맨날 김장하면 김치는 꼭 준다?
엄청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김치는 꼭 줘. 맨날, '야, 김치 언제 가져 갈겨' 이러고 성을 낸다?
이 동네 진짜 이상한 거 같아. 그래서 솔직히 나는 좀 좋았던 것도 같아.
다른 데는 대놓고 미워하진 않아도 김치는 안주거든. 그거 진짜 엄청 다른 거거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 동백의 대사 중 한 대목이다.
동백이의 그 말이 뭔지 너무 잘 안다. 동백이처럼 젊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지만 가평으로 이사 와 바로 섞이지 못하고 꽤 긴 시간 이방인으로 살았다.
지금은 살가운 이웃도 많아지고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지역 상인이 된 지금이라고 해서 이방인이 아닌 건 아니지만
초창기엔 정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지인이었다.
11월이 되면 동네 여기저기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배추 뽑았느냐, 무뽑았느냐, 너희 집 김장 날짜는 언제냐,
우리는 이번 주말이다, 몇 포기냐, 200포기다, 400포기다,
마늘은 언제 까서 언제빻냐, 수육은 몇 근을 할 생각이냐, 도와주러 갈까? 올래?
이 집저 집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겨울 양식 채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방인이건 외지인이건 어찌 됐든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으로 인정해주는
토박이 이웃들이 여전히 김치통을 들고 찾아와준다.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사이라도 도시의 이웃들은 김치를 나누진 않는다.
동백이 말대로 그건 엄청 다른 거다.
무럭무럭 자라 제 몫을 하는 무며 배추며 알타리처럼
나는 이제 가평 설악 땅에 두 다리를 딛고 깊게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풍문과 오해에 시달려도 때마다 공급받는 김치를 양분 삼아 이 땅과 친해지고 있다.
*이재영의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