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120수 내면이 다소곳해지는 시간을 즐기세요
그대아침
2024.11.20
조회 86
전철에서 핸드폰 하는 사람밖에 없는 세태를 탄식하지만
나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고맙다.
고단한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을 쥐고 웃는 사람들을 모습을 보면
스티브 잡스한테 상이라도 주고 싶다.
하지만 스마트폰 옹호자인 나도 침묵의 사멸은 안타깝다.
손안의 만능기기 덕 혹은 탓에 다음 열차가 오길 기다리는 1분간에도 뭔가를 보고 듣는다.
내 삶에 고요함이 번식할 서식지가 사라졌다.

미국의 목사 릭 워렌은 말한다.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조용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는 침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실제로 하루 24시간 중에 단 10분도 고즈넉한 시간을 못 갖는 이가 태반이다. 
불멍이나 물멍이 각광받는 것은 이런 현실의 반작용일 터이다.
다음에 옮겨 둔 김화영 선생의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일상에서 만나는 고요함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내면이 다소곳해지는 시간을 즐기다 보면 머잖아 침묵의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단정한 레이스 커튼 사이로 내다보이는 숲과 잘 정돈된 넓디넓은 풀밭, 
그 속에 고여 있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맑은 공기,
촘촘한 체로 걸러 놓은 것 같은 오후의 여린 빛, 그리고 적요.
아내는 작은 탁자 앞의 의자에 앉고 나는 침대 위에 앉아 그 창밖 풍경을 무연히 내다본다.
마음속이 투명해지고 전에 들리지 않던 침묵의 소리가 눈과 귀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이 예외적인 균형의 감각.
오래 길들여 입어 온 품이 넉넉한 옷처럼, 
내가 나의 삶과 잘 들어맞으니 편안하다는 느낌.
내 일생의 한 순간이 무한처럼 넓어진다.’
- 김화영의 <여름의 묘약> 


*박총의 <듣기의 말들,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듣기 위하여>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