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목 서로에게 의자 하나 내어주는 마음으로
그대아침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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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나, 우리 집 의자들에게 눈이 자주 간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왔는데, 지나가면서 가끔 손으로 쓰다듬어보기도 하고
빙긋 웃어주기도 하고 자리를 다시 잡아주기도 하면서 존재를 확인한다.
화장대와 식탁, 거실과 서재의 의자들은 각기 다른 기능과 모양으로
식구 수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실 의자는 앉아 있는 시간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
외출에서 돌아와 피로가 몰려올 때면 잠깐 조각잠을 청하곤 했다.
아주 오래된 의자인데, 결혼할 때 어머니와 함께 고른 것이어서 애착이 남다르다.
얼마 전에 리폼하여 새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50년을 함께한 것도 그렇지만, 나의 분신처럼 늘 함께한 의자여서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발코니 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통유리 아래쪽으로 보이는 놀이터는 시간마다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군데군데 눈사람 만드는 주민들이 놀이터 안을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움직임 사이로 행복이 피어난다.
좁은 길 수레를 끌고 가는 어느 노부부의 걸음걸이는 느리고 무겁다.
그들은 수레 가득 정리한 상자를 싣고는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서로의 힘을 나눠 걸어간다. 부부란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를 쓸쓸함이 밀려왔다. 저들이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맞았으면 싶었다.
문득, 나는 편안한 의자 같은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 내게 기대어 편히 쉴 수 있는 의자 같은 존재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누구든 우리 집으로 와 편안히 쉬었다 가길 원한다.
식구들이 하나둘 집을 떠났지만 굳이 의자를 치우지 않은 이유이다.
*나선자의 <마음의 온도가 궁금해>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