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글 쓰는 친구와 당일치기 기차여행을 했다.
지역에서 열리는 백일장 심사를 하기 위해 간 것인데,
우리는 그동안 못 나누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았다.
알고 지낸 지 수십 년이 됐지만 차마 못했던
이야기를 그날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았다.
서로에게 섭섭했던 이야기, 창피해서 못했던 이야기,
고민스러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실타래 풀어 놓듯 끄집어 낼 수 있었다.
그날따라 왜 그랬을까. 아무래도 그건 기차의 힘이다.
기차를 함께 타면 어쩔 수 없이 나란히 앉게 된다. 사실 낯선 경험이다.
사람을 단둘이 만나면 당연히 마주보고 앉게 되지 나란히 앉을 일은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한 사람이 창밖을 보면 한 사람은 실내를 보게 된다.
결국 같은 걸보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기차는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고 앉게 된다.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이 흔들리는 경험은 서로를 친밀하게 만들어 준다.
서로 눈을 보고 있지 않으니 덜 민망해서 고백하기도 편하다.
그날 친구와 나는 왕복 여섯 시간 정도 기차를 함께 타면서 긴 고백의 시간을 가졌다.
때로는 무릎을 치기도 했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함께 분노하기도 했다.
서울역에 내려 헤어질 때 한 사람을 제대로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기차는 고백이다.
*허연의 <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