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입구 이팝나무 아래에 빨강 우체통을 세웠다.
나는 이곳을 이팝나무 우체국이라 명명했다.
처음 한동안은 우체국장을 자청한 수탉과 암탉 집배원 넷이 이 우체국을 맡아 운영했다.
아, 부지런하기도 하여라.
일과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리로 소인을 찍거나
앞다투어 배달을 나가는 우체부들의 모습은 한없이 믿음직스럽고 든든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잠시, 이 우체부들은 시도 때도 없이
옆집 할머니네 텃밭으로 들어가 풋것들을 쪼아대며 말썽을 피워댔다.
이를 어째? 고민이 깊어지던 나는 이 집배원들 모두를 노모 집 마당으로 발령 냈다.
앞으로는 문을 닫아야 하나? 이번에 우체국을 차지한 건 박새였다.
마른 풀줄기와 이끼를 물어와 우체통 안에 넣는가 싶더니
이팝나무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던 무렵에는 알을 다섯이나 낳았다.
망설이고 말 것도 없이 나는 서둘러 우체부 아저씨에게 편지를 써야 했다.
‘김천수 집배원님, 편지함 안쪽에 박새가 둥지를 틀었으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우편물을 문 앞에 놓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를 박새네 집 빨강 창문 앞에 붙이던 날은 다행히 날이 맑았다.
어, 그새 새끼가 깨어났나 어미 박새 둘은 교대로 벌레를 잡아 날랐고
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안 보는 척하며 우체통 안쪽을 슬그머니 들여다보면
새끼들은 그새 또 부쩍 자라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어미 박새 둘은 똘망똘망하게 자란 새끼 박새들을 데리고 떠났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박새 편지를 무사히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는 마당으로 나가,
김천수 우체부 아저씨께 감사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성우의 <마음 곁에 두는 마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