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205목 이팝나무 아래 빨강 우체국에 사는 박새 가족
그대아침
2024.12.05
조회 115
마당 입구 이팝나무 아래에 빨강 우체통을 세웠다.
나는 이곳을 이팝나무 우체국이라 명명했다.
처음 한동안은 우체국장을 자청한 수탉과 암탉 집배원 넷이 이 우체국을 맡아 운영했다.
아, 부지런하기도 하여라.
일과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리로 소인을 찍거나
앞다투어 배달을 나가는 우체부들의 모습은 한없이 믿음직스럽고 든든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잠시, 이 우체부들은 시도 때도 없이
옆집 할머니네 텃밭으로 들어가 풋것들을 쪼아대며 말썽을 피워댔다. 
이를 어째? 고민이 깊어지던 나는 이 집배원들 모두를 노모 집 마당으로 발령 냈다.
앞으로는 문을 닫아야 하나? 이번에 우체국을 차지한 건 박새였다.
마른 풀줄기와 이끼를 물어와 우체통 안에 넣는가 싶더니 
이팝나무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던 무렵에는 알을 다섯이나 낳았다. 
망설이고 말 것도 없이 나는 서둘러 우체부 아저씨에게 편지를 써야 했다. 

‘김천수 집배원님, 편지함 안쪽에 박새가 둥지를 틀었으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우편물을 문 앞에 놓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를 박새네 집 빨강 창문 앞에 붙이던 날은 다행히 날이 맑았다.
어, 그새 새끼가 깨어났나 어미 박새 둘은 교대로 벌레를 잡아 날랐고
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안 보는 척하며 우체통 안쪽을 슬그머니 들여다보면
새끼들은 그새 또 부쩍 자라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어미 박새 둘은 똘망똘망하게 자란 새끼 박새들을 데리고 떠났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박새 편지를 무사히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는 마당으로 나가,
김천수 우체부 아저씨께 감사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성우의 <마음 곁에 두는 마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