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문득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은 축복이다. 마음을 억누르는 큰 고민거리 없이
어제와 똑같은 일이 평온하게 반복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일, 인간 관계, 먼 미래와 같이 늘 걱정거리를 만들며 사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이제 지루함을 즐기며 설레는 일보다
‘오늘도 무탈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라는 염려 섞인 바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아아, 겨우 눈을 떴는데, 벌써 침대로 돌아갈 시간이 그립다.
집순이 아닌 척, 직장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구름 같은 매트리스와 청신한 침구가 주는
유혹에서 겨우 벗어나 잘 짜인 하루를 시작하는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아침.
그런 내게도 리추얼(Ritual)이 있다. 리추얼은 최근 원래의 뜻보다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의식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집 안에서 새로 맞이한 오늘의 바깥세상을 살피는 일,
아침 환기는 매일 거르지 않는 나의 리추얼이다.
환기하는 찰나에 느끼는 감정은 행복보다는 감사에 가깝다.
또 새로운 하루를 맞아 좋아하는 일들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보통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심신을 감싸 안아주는 아로마테라피와 같이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에서
찾기 마련이지만, 나의 일상적 행복 의식은 충분히 예상되는 가까운 미래의
필요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다시 이 슬리퍼를 신을 나를 위해 신기 편한 방향으로 바꿔놓는 일처럼.
섬세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나 있을 때 바라는 대로
평온하고 무사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다.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는 집 안, 흐트러짐 없이 보송보송한 침구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순간.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신미경의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