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224화 그대여, 꼭 재미있게 살아라
그대아침
2024.12.24
조회 223
“이게 원래 저희 어머니가 제 딸에게 주는 선물인데요,
온라인으로 결제를 못하신다고 해서 대신 해드리는 거예요."

제임스가 한글 매듭 액자를 주문했다. 2mm 두께의 끈으로 전통매듭인 외생쪽 매듭을 지어
네 귀퉁이에 붙인 뒤, 받는 사람의 이름과 메시지를 한글로 써주는 액자다. 그
가 써달라고 보내온 문구를 보았는데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손녀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꼭 그 당시의 나에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타샤, 꼭 재미있게 살아라. -할머니'

그맘때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목과 어깨 통증을 시작으로
갖가지 증상들이 신체에 나타나는 바람에 병원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는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다가 건강염려증으로 발전했다.
나만 바라보던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종이접기 사업도 자리를 잡기 전이라
모든 게 불투명해 보였다. 날이 갈수록 불안과 초조함이 나를 에워쌌다.
바로 그때 이 메시지를 만났다.
이건 누군가 나타샤네 할머니의 목소리를 빌어 나에게 하는 말임이 분명했다.

“송이야, 꼭 재미있게 살아라."

나타샤 할머니의 액자를 만든 이후 나는 그 문장을 삶의 가치로 삼았다.
걱정만 하다가, 한숨만 짓다가 허송세월 하지 말고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재미있게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 나이를 인정하는 연습부터 했다.
눈가의 주름? 목주름? 하하, 그건 살짝 겹쳐진 피부에 불과하다.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할까 말까를 고민할 때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거 재밌을까?"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면 돈 되는 일이 아니라도 망설임 없이 시작한다.


*안송이의 <종이접기처럼 살고 싶어서>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