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9목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고 나는 내 갈 길을 가리라
그대아침
2025.01.09
조회 143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지기 전에 딱 한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 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현세의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