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가 세 뼘밖에 안 되는 작은 아이였을 때
한 남자가 되기 위해 큰 소리로 외치곤 했지.
"난 알아, 난 알아, 다 안다고."
그것이 시작이었고 봄이었어.
하지만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난 또다시 말했지.
"난 알아, 난 알아, 이젠 진짜 알아."
그리고 오늘
난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네.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네.
스물다섯 살 무렵 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
사랑과 열정, 인생과 돈에 대해.
그래 맞아, 사랑! 사랑도 할 만큼 해보았다네.
하지만 생의 한가운데서 난 깨달았지.
내가 배운 것은 서너 마디로 말할 수 있다네.
어느 날 누군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날씨가 화창하다면
"날씨 참 좋다" 이 이상으로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어느덧 나는 생의 황혼녘에 들어섰다네.
그런데도 여전히 삶에서 경이로운 것이 있다네.
그토록 많았던 슬픔의 밤들은 어느새 잊혀지지만
행복했던 어느 아침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젊은 시절 내내 "난 알아"라고 말하고 싶었지.
하지만 답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더군.
이제 인생의 괘종시계가 60번 울렸다네.
난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자문해보네.
이제야 알겠어. 난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생과 사랑, 돈과 친구 그리고 열정에 대해 그것들이 가진 소리와 색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이 내가 아는 전부라네.
*신현림의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중에 수록된 시,
장 가뱅의 ‘이제 난 안다’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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