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연구소 옆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가꾸는 텃밭이 있다.
싹난 감자 조각을 심었는데 어느 날 감자 싹이 흙을 밀어 내고 뾰족거리며 나오자,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중 하나가 정글짐을 오르다 그걸 봤는지 소리쳤다.
“얘들아, 감자싹 났다.” “어디? 어디?”
선생님이 이 장면을 놓칠 리 없다.
유아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즉시 교육으로 끌어오는 'here & now' 교육 아닌가.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텃밭으로 간다.
“감자 싹아. 고마워.” “진짜 신기하다, 그치?”
아이들은 감자 잎이 자라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우아, 우아!”라며 탄성을 보내며 관찰일지도 쓴다.
관찰일지에는 글과 그림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표현된다.
“잘 자라라, 감자야. 사랑해.”
그날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가 연계활동으로 권태응 선생님의 시 ‘감자꽃’을 배웠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은 아이들을 닮았다. 하얀 감자꽃은 마치 “저요, 땅속에 하얀 감자
키우고 있어요”라며 땅속에 묻힌 감자 색깔을 꽃으로 보여준다.
시나브로 꽃이 지고 감자가 여물었을 하지 무렵 감자를 캐면
자주 꽃을 피운 데서는 어김없이 자주 감자가 나온다.
어른들의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수많은 어휘와 레토릭의 풍랑에 휩쓸리기도 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완곡한 표현법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자기 마음속 그대로 환하게 보여주는,
감자꽃 닮은 아이들의 말을 닮고 싶다.
*임영주의 <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