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21화 그대 귓가에 행복의 소리가 멈추지 않기를
그대아침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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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라디오는 전부 사라질 거라고들 했다. 
청각 신호만 존재하는 라디오와 달리 화려한 시각 매체인 텔레비전에서는 
소리와 함께 나날이 선명해지는 형형색색의 영상이 펼쳐지니 소리만 지직대는 
매체는 불편한 것이 되어버릴 줄 알았다.
사고로 시력을 잃어 후천적 시각장애를 가지게 된 경우
어릴 적에 꿈에서 본 장면을 생생하게 본다고 한다.
하지만 선천적인 시각장애의 경우 꿈에서 아무것도 그릴 수 없다고 한다.
들은 것만으로는 꿈속에서도 어떤 형상을 그려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는 쉽게 사라질 미완의 기술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그럴듯한 얘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 소리를 결코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그러니까 그 장롱 위의 괴물이기 때문에 라디오는 사라질 수 없다.
비록 라디오는 무수한 사람을 위한 매체이지만 홀로 라디오 앞에 있게 되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성은 내게 말을 건네는 일대일 매체가 되어버린다.
마치 증폭자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듯한 착각은 또 다른 감성을 증폭시킨다. 
갇혀 있는 모습을 띤 라디오는 청취자의 상상을 무한히 펼칠 공간을 만들어낸다.
결국 라디오는 시공간을 초월한 힘을 가지게 된다. 

어느 한 가수는 어릴 적 재개발이 진행 중인 달동네에서 살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집 무너지는 소리,
사람들의 싸우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불행과의 단절을 잠시나마 가능하게 해주었던 이어폰 덕분에 음악은 행복이었다.
소리만 있으면 머릿속으로 다 그릴 수 있으니까,
귀에 이어폰만 꽂아놓으면 눈을 감은 채 보고 싶은 모든 꿈의 세상을 다 볼 수 있으니까.

*박찬휘의 <딴생각>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