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22수 바닥을 딛고 일어서서 날아오를 그대를 위해
그대아침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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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가 춤춘다. 긴 팔을 둥글게 말았다 펴며 발끝으로 사뿐거린다. 
한쪽 다리를 던졌다가는 제자리에서 빙글 돌고, 회전하는가 싶으면 풀쩍 뛰어오른다.
무용수가 도약하는 동안 공중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이게 하는 동작을 ‘발롱’이라고 한다.
스프링이 튕기듯 팡 뛰어올랐다가 눈송이처럼 폴짝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역전 모퉁이 카페에서 딸아이가 분주하다. 전공을 살린 직장에서 퇴직한 후 
새로운 삶을 스텝 밟느라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멀리서 배달 기사의 오토바이가 굉음을 울린다.
뒤질세라 초보 바리스타도 커피 샷을 내린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단단하다. 누구보다 일찍 문을 열고 어느 가게보다 늦게 
셔터를 내린다. 자칫 지치기 쉬우나 매일 반복한다. 

안전모 하나에 생명을 담보한 채 하루하루 먹고사는 막노동꾼의 땀방울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던 취업재수생의 발걸음도, 
폐지가 산더미처럼 쌓인 수레를 끌던 노인의 굽은 등도 중력을 이기지 못해 비틀거린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바닥이 있기에 딛고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추진력을 얻고 나면 꼭짓점을 향해 뛸 수 있도록 발뒤꿈치를 
올려주는 바닥. 그래서 바닥은 발롱과 이음동의어이다.
누구나 발롱을 꿈꾼다. 
무슨 일이든 위로 뻗치기만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인생사도 마찬가지이리라. 
한 걸음 후퇴할 줄 알아야 두 걸음 도약할 기회를 얻는다. 
역전 카페는 무대이다. 커피 볶는 냄새가 매표소 앞 돌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각양각색의 인생극이 펼쳐진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둥지로 숨어들 때 하얀 깃털의 새 한 마리가 카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상승기류를 타고 벼랑 끝에서 반대편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2025 빛나는 수필가 60’에 수록된, 조미정의 <발롱>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