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적당히’하는 일이다.
엄마의 레시피에 빠지지 않는 ‘소금 적당히’는 대체 얼만큼 인지,
아이들의 적당한 게임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잔소리 좀 적당히 하라는 남편의 트집은 왜 그렇게 얄미운지.
도대체 접속사는 어떻게 적당히 써야 하는 걸까?
엄마의 ‘소금 적당히’를 이해하려면 요리를 하면서 소금을 조금씩 넣어보고 직접 맛을 봐야 하듯이,
접속사 사용을 자제하고 꼭 필요할 때만 쓰라는 말을 이해하려면 직접 써보고 소리내어 읽어봐야 한다.
나 역시 글을 쓸 때 접속사를 많이 쓰는 편이다.
하지만 퇴고하면서 가장 많이 삭제하는 것도 접속사이다.
소리 내 읽어보고 접속사를 빼도 의미가 전달된다면 미련 없이 삭제한다.
인간관계도 이런 접속사 같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들과 남편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에게 딸려 오는 ‘그리고’같은 관계이다.
멀리 있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가끔 연락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친구는 ‘그래서’같은 관계이고,
오랜만에 연락해 내 과거를 떠올려주는 후배 같은 사람은 ‘그런데’같은 관계이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SNS로 만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은
그럼 어떤 관계일까? ‘게다가’같은 접속사가 아닐까?
이런 관계 중 어느 관계가 좋고 어느 관계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문장에 모든 접속사를 쓸 필요는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접속사도 인간관계도 적절히 사용하고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각자 다른 페이지에 속하지만,
모두 에세이라는 하나의 장르 속에서 살아간다. 접속사와 함께.
*선량의 <삶은 에세이>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