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버린 방학은 늘 아쉽다.
개학을 한 교실에는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로 활기가 넘쳤다.
어머니들은 방학숙제를 한 공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방학 동안 일기를 썼다는 어머니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왔다.
일기장에 그림을 그려넣고 색칠도 했는데 멋진 한 권의 동화책이 되어있었다.
틀린 받침과 띄어쓰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허리가 아파 거동이 힘든 오정이 어머니의 편지는 나를 울먹이게 했다.
복수초같은 선생님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선생님 덕분에 매일매일 잘 지내고 있답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방학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갔네요.
어른들 말씀이 선생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들었어요.
편지도 자주 쓰고 싶지만, 받침도 틀리고 해요. 그래도 웃으면서 읽어주세요.
선생님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네요.
까막눈을 뜨게 해 준 천재이신 우리선생님! 하루도 잊지 않고 날마다 생각이 난답니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온 세상을 밝게 해주세요.
백년이 가고 천년이 가도 지지 않는 꽃으로 피어주세요.
복도 많고 수백 년 산다는 복수초 꽃으로 피어주세요.
할 말은 태산도 부족이지만, 이만 80살 가시나 학생이 드립니다.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 선생님! 사랑합니다.
편지를 읽자마자 '복수초'를 검색했다.
하얀 눈 속에 핀 노란 꽃이 '영원한 행복과 장수를 기원한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었다.
복수초 꽃은 태양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더욱 신비스럽게 피어난다고 했다.
‘학교’라는 밝은 햇살을 쬐고 있는 꽃숨반 어머니들이 떠올랐다.
우체국 소인이 찍힌 봉투와 함께 '80살 가시나 학생'의 편지를
포트폴리오 속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권갑점의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