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시절 있었던 일이다.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오더니
나와 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아이의 고민은 사실 특별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 나이대 여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문제 중 비교적 흔한 주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오르지 않는 성적과
자신보다 뛰어난 형제와 자신을 비교하는 부모와의 갈등이었다.
평소의 나였으면 그 아이에게 적절한 조언이라고 생각되는 말들을
중간중간 해주며 대화를 이어갔겠지만, 그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업이 많은 날이어서 목이 약간 잠겨 있었고 배도 고프고 피곤했던지라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런데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하다 보니 처음에는 별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 아이의 고민에 점점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하는 말을 들으며
울면 티슈 뽑아서 주고 울다가 멈추면 물 따라 주면서
그 아이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그냥 있었다.
한 30~40분 지났을까. 그 아이는 일어서며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생구도 담임선생님도 이렇게 해주지 않았어요.
요 며칠 너무 힘들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마음이 많이 좋아졌어요."
입장과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 알지도 못하면서 충고를 던졌을 때 무참해지던 마음.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는 저 사람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런데도 나 역시 그런 충고를 다른 이에게 하며 살았다.
돌이켜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억들이다. 왜 그랬을까.
그날 그 아이와의 상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섣부르게 충고하고 판단하고 분석하려는 시도가
상대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경민의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