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을 앞두고 작은 백팩을 하나 샀다. 얼이 가방이었다.
흙바닥에서 굴러도 크게 표가 나지 않을 베이지 색상에
얼이 등에 잘 맞게 크지 않고 가벼웠다.
집에 와서 얼이에게 가방을 선물하며 며칠 후에 떠날 기차 여행에서
필요한 짐을 담으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자 가방 하나씩만 메고 떠날 거라고.
얼이는 아주 신중해졌다. 칫솔, 치약부터 파자마, 속옷과 양말처럼
꼭 필요한 것부터 담고, 외출복은 나와 함께 부피가 크지 않고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엄선해서 골랐다.
장난감 하나를 넣고 빼는 것도 한참을 고심하면서 짐을 꾸렸다.
가방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과 무용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적절히 담겨 있었다.
세면도구와 부피가 큰 옷가지를 넣고 나서 가방 제일 앞에는 자기가 읽을 책을 한 권씩
넣었다. 그 후로도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가방에 즐거움을 넣을 자리를 남겨둔다.
아무리 작은 가방을 가져가더라도 언제나 작은 여유 하나쯤은 담을 수 있다.
탁월한 작가이자 여행가였던 생텍쥐베리는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고 했다.
남극 탐험을 떠났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배가 부빙에 갇혀 표류하다 침몰하게 되자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원들과 함께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버린다.
극한 상황에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짐만 남겨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솔선해서 금화와 시계를 버리면서도 악기와 카메라는 가지고 간다.
그리고 그들은 일기를 쓰면서 모험을 완주한다. 음악은 그들을 위로했고,
그들이 남긴 기록은 지금까지 남아 그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평소와 다른 도전을 시도하기에 여행만 한 기회가 없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 하는지 연습해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짊어질 수 있을 만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가져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가벼운 가방을 집어든다.
그리고 웃음, 추억, 기록, 예술, 장난 같은 것들을 담았다가 덜어내며 짐을 꾸린다.
*이지나의 <어린이의 여행법>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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