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생이 서점으로 나를 찾아왔다. 내게 무언가 상담할 것이 있다는 거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게 잘못인지 물었다.
또한 자신은 앞으로 세상에 훌륭한 일을 하여 어떤 큰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꿈이 있는데
부정적인 성격이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했다.
나는 이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긴 훌륭한 인물은
예술가, 철학가, 발명가, 정치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만약 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봤다면
결코 어떤 것도 이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에 대한 불편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바꾸고 싶은 욕망도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1700년대에 살았던 조지 버클리는 '본다는 것'의 의미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언가 사물이 눈에 보이면 그냥 본다는 것으로 이해했고
더 이상은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정확하고 확고한 이론으로 우리가 '시선'이라고 부르는 행위를 설명하고 싶었다.
만약 그런 그의 불만이 없었다면 이 책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훗날 이 책에 영향을 받은 다른 철학자나 자연과학 이론도 없었을지 모른다.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세상을 한쪽 면만으로 보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중학생이 세상을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본다는 것!
어른들이 보기에는 좀 탐탁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불만이 나중에 어떤 큰일을 이루게 될지, 그것 역시 모르는 일이다.
나는 불만 섞인 자세로 세상을 보는 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불만을 불만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건 정말 나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만을 느낀다면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라고.
*윤성근의 <서점의 말들>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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