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222월 인생에서 조연이 되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대아침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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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의 주인공 아이리스는 수년째 한 남자를 잊지 못한다.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으며, 툭하면 차갑게 굴다가도 본인이 절실할 때는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 직장 동료 제스퍼와 짝사랑 같은 연애를 이어간다. 
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를 자처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는 다른 직장 동료와의 약혼을 발표하고,
아이리스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상심에 휩싸인다. 
그를 잊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불쑥 여행을 떠나지만, 여전히 제스퍼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는다.
그런 아이리스의 모습에 새로운 동네 친구 아서는 말한다.
“영화에는 여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어요. 당신은 여주인공이야.
그런데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요?”
이 영화를 연말마다 반복해서 보면서도 이 장면 앞에서 늘 가슴이 서늘해진다.
과연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싶어서.

각자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누구에게나 감정이 있다. 사는 건 다 똑같이 힘들다.
당연한 이야기들임에도, 자꾸 잊게 된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내 사정이 제일 급하고, 나만 힘들고,
내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존재가 감정 쓰레기통이다.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에 공감해주며
“그래, 너만큼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고 말해주는 사람.
하지만 이때 간과하고 마는 것은 감정 쓰레기통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만났을 때 안부를 묻지 않거나, 묻고도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경계한다.
모든 이야기에 “나도 그런데!”라며 자기 이야기로 유턴하는 사람을 경계한다.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내 소식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
나를 자기 인생의 조연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조연이 되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는 ‘인간관계는 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받은 만큼 돌려주고 준 만큼 돌려받겠다는 계산적인 마인드가 아니라
관계에서의 공정함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내 이야기를 했으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좋은 것을 받았다면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계산기 두드리듯 하지 않아도 되는, 물 흐르듯 주고받기가 가능한 사람들만 곁에 남았다.
앞으로 나는 자연스럽고 기꺼운 관계만을 이어나갈 것이다.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인 사람들과
나 역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느슨하고 온기 있게 관계 맺으며 살고 싶다.

*김신회의 <가벼운 책임>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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