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자연에서 내주는 먹거리들을 찾을 수 없어서 속이 더 궁금해진다.
그래서 메밀묵, 찹쌀떡, 하는 소리가 들리면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다.
시원하고 쨍한 김장 김치를 숭숭 썰어 넣고 참기름 한 방울을 뿌려 무쳐질 메밀묵무침 때문이다.
너무 깜깜해서 더 춥게 느껴지는 세상을 창밖에 두고, 좁은 아랫목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메밀묵무침을 먹던 어린날 겨울밤은 참 좋았다. 찹쌀떡은 요깃거리라기보다는 군것질이라는 생각 때문에
메밀묵보다 훨씬 더 가끔 밖에는 사 먹지 못했다. 흰 떡은 장사꾼이 메고 걸어 다니던 길 위에서
반쯤 얼어 오느라 그 쫀득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지만, 얄팍하게 들어있는 단팥은 황홀했다.
집 앞 구멍가게에서 파는 십원 짜리 크림이 든 빵도 목이 메게 맛있었지만,
가게를 갈 수 없는 밤중에 사 먹는 목판찹쌀떡은 신비함까지 곁들인 맛이었다.
새롭고 멋지고 세련된 먹거리와 더 맛있고 더 푸짐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욕구에 부응하여
수년 전부터 음식을 주제로 하는 서적과 방송이 난무한다.
맛만 있다면 멀어도 한번 가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전국 맛집 지도라는 것이 생겼다.
그래도 우리는 결국은 돌고 돌아서 다시 엄마의 밥상, 집밥 앞에 온다.
집밥에는 특별하지 않은데도 느껴지는 맛이 있다. 편안함, 푸근함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맛이다.
이 맛은 익숙함이고, 그리움이다. 끼니때가 되어도 마땅한 것이 생각나지 않을 때 듣기만 해도
군침이 다시 도는 음식은 맛이 아닌 엄마의 부엌에 대한 그리움이다.
겨울이 끝날 무렵 팥물에 불린 찹쌀과 서리태를 삶아 둔 팥알과 잘 섞어서 한 판을 쪄낸다.
차조와 떫은맛을 우려낸 수수도 잊지 않고 섞는다. 윤기와 간을 더하려고 소금물을 뿌려 뜸을 들이면
곡식 하나마다의 맛과 식감이 살아있는 찰밥이 된다. 편하게 전기밥솥에서 만들 수도 있지만, 맛이 다르다.
여기에 겨울 무를 나박썰기 해서 멸칫국물에 끓여 곁들이면, 부모님과 함께했던 단란했을 때가
눈앞을 스쳐가는 만족스러운 밥상이 된다.
나의 입맛에는 내가 살아온 긴 시간과 그 시간 속에 있는 나의 유년 시절부터의 추억들이
조각조각 녹아들어 있다.
*글린의 <겨울을 달콤하게 해주었던, 언 사과>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