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숲으로 난 열두 발자국”이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정재승 과학자의 <열두 발자국>을 시간이 날 때마다 들춰보고 있다.
<열두 발자국>은 어떤 선택을 하는 동안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결정 장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결핍과 욕망,
성숙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놀이란 무엇이며, 삶과 뇌를 '새로 고침'하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생소하다면 생소한
것들을 뇌과학자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엮어놓은 책이다.
타성에 젖어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일에 흥미를 잃어갈 때면 '이게 뭐지?' 혹은
'이게 아닌데'라는 낯선 감정이 찾아온다. 열정적으로 시작한 어느 새벽 불쑥 찾아오기도 하고,
마음이 예민해져 불안하게 현관문을 나서는 날 고개 내밀기도 한다. 나는 그랬다.
처음에는 기분 탓인가 생각했다. 살짝 분위기를 바꾸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감정은 조금도 잦아들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찾아든 감정에게 몇 차례 굴복 당하면서
일상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새로 고침이 필요하구나'라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해야 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쉬어야 하는 타이밍도 있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라는 책에 오아시스를 만나면 반드시 쉬어가라고 되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어둠이 내려앉으면 더욱 조급해지는 사막에서 괜찮은 척, 상관없는 척
오아시스를 외면하면 후회하는 날이 생긴다고 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는 기력을 회복하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고, 정정해야 할 것이 있으면 정정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비슷한 여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지도를 들여다보는 휴식처라고 덧붙였다.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새로 고침은 불필요한 임시파일을 정리하고,
휴지통을 비워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신호일 수 있다.
새로 고침은 실패가 아니다. 새로 고침에는 잠시 멈춘다는 의미와 함께
곧 다시 시작될 거라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새로 고침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이다.
*윤슬의 <의미 있는 일상>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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