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20화 이해의 범위를 넓혀요 그만큼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도록
그대아침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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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여기는 또 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여행지가 있다.
음식 맛, 사람들, 주변 환경과는 별개로 무작정 여긴 내 동네다 싶은 곳을 마주한다.
그런 데에서는 보기 싫은 것 앞에서 자연스레 눈을 감고
실망스러운 부분 앞에서도 관대해지고 좋은 것을 만나도 지나치게 열광하지 않는다.
이미 그곳에 익숙한 사람처럼 느슨한 입가와 사뿐한 발걸음을 하게 된다.
나에게는 바르셀로나와 발리의 우붓이 그랬다. 
특별하게 하는 게 없으면서도 자꾸 머무는 기간을 연장하게 되던 곳이다.

반대로 여기는 더 안 올 것 같다고 느끼는 곳은 떠날 즈음에서야 가려진다. 
머무는 동안 어떤 사건 사고가 있었고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상관없이 돌아갈 즈음
딱 부러지는 입장 정리를 하게 되는 장소가 있다.
모든 곳이 아름다웠으나 웬일인지 마음이 놓이지 않던 곳,
물가가 싸서 마음에 들었지만 그것 말고는 없던 곳...
구체적인 이유를 찾아보려 해도 '어쩐 일인지', '왠지', '그냥'이라는 말이
가장 설득력을 발휘하는 곳이었다. 나에게는 베네치아, 홍콩, 부산이 그랬다.
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인데, 나는 정을 못 붙였다.

사람 만나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 여행지를 발견하는 것보다 더 긴밀하거나 미묘하고,
늘 마음이 개입하는 일이긴 해도 의외로 짧은 시간에 사람과의 앞으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첫인상이나 느낌이라는 말로는 모자란다. 취향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어색하다.
굳이 말하자면 납득할 수 있는 사람, 이라고 말하면 될까.
실수를 해도 그 사람의 실수라면 납득이 되고,
이상한 말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한 이상한 말이라면 납득이 가고,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턱대고 납득할 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 있다. 

결국 어딘가와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은 내 이해의 범위에 달려 있다.
많이 이해할 수 있다면 내 사람, 내 장소가 되는 것.
그만큼의 범위를 내어줄 수 없다면 내 사람, 내 장소가 아닌 것.
납득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게 더 좋은 삶을 사는 비결이라면,
내 납득의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혀놓을 수밖에 없겠다.
오늘부터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뭐든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누구라도 품을 수 있도록, 그 어디에서도 편안할 수 있도록.

*김신회의 <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