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랏빛 자전거를 세상 밖으로 이끌었던 그날은 유난히도 햇빛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세상의 빛을 본 자전거는 바퀴가 고장 난 상태였다.
집 앞에 있는 자전거 상점에 들르니, 누군가가 기름이 묻은 손으로 자전거를 고치고 있었다.
"실례..합니..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기척을 내보지만, 아저씨는 보는둥 마는둥 성 가신 표정이다.
왠지 모를 도전의식이 생겼다.
"자전거 바퀴가 고장났어요."
최선을 다해 손발을 쓰며 소통하고자 하는 내 모습에 아저씨의 굳어 있던 표정이 풀린 것 같았다.
"자, 어디 봅시다.“
공구로 어긋난 체인도 맞춰주며 오일도 칠해 주니, 자전거의 구색이 점점 갖춰졌다.
바퀴에 공기를 넣고 마무리하려는 아저씨에게 수리비를 물어보니 그가 윙크하며 말했다.
"오늘은 공짜!"
기분이 좋아져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니, 유럽에서 가장 큰 공원인 피닉스 공원이 생각났다.
고개 너머로 올라가니 보리밭이 펼쳐져 있었다. 보리밭 너머 보이는 도로에 한 선수가
핸드사이클을 몰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두 손으로 사이클 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점점 붉어지는 얼굴과, 정보이는 팔 근육에 핏줄이 터질락 말락 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힘으로 가쁜 숨을 내뿜으며 사이클을 몰고 있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언덕을 힘차게 올라가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이 확고할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 당당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그가 정상에 이르자 고비를 넘은 그의 뒷모습에서 '무언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왜 자전거는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자전거를 꼭 다리로 타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낮아졌을 뿐입니다.
어떤 시선을 보내든 그 시선에 가둔다는 것은 더 두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멈춘 채 그가 아득하게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온몸으로 전한 그의 메시지는 내 영혼의 창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리고 희망의 바람으로서, 자유의 바람으로서, 그리고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나를 향해 불고 있었다.
*노선영의 <고요 속의 대화>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