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23금 잘 쉰다는 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
그대아침
2026.01.23
조회 117
얼마 전까지 '방학'이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봄 학기가 끝나면 여름방학, 가을 학기가 끝나면 겨울방학이었어요.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못 읽던 대하소설도 몰아 읽고,
시간이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가기 좋은 때였습니다.
이런 방학이 좋아 보여서 한동안, 선생님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일을 한지 10년이 넘어가는 아내는 그런 '방학'을 가져본 지 오래됐습니다.
휴가를 내는 것도 잠시, 다시 회사로 돌아갑니다.
용기를 내서 사표를 집어던지더라도 다른 자리를 찾아가야 했죠.

벼를 기르느라 힘들었을 논도 겨울에는 쉽니다. 특별히 1년 내 쉬게 해주기도 하는데,
그걸 휴경기라고 한다고요. 어머니는 휴경기를 가졌던 조상들의 지혜 이야기를 하시다,
요새는 밭 일굴 사람이 없어서 마냥 놀리는 땅이 늘고 있다며 한숨 쉬셨죠.
로스쿨에 다니면서 '대학원생'으로 살았습니다. 교수님들과 같이 생활하며 보고 들은 게 많죠.
종신직을 따내신 교수님들이 이런 휴경기를 가지는걸 본 적 있어요.
안식년. 또는 더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연구년을 떠나기도 하고요.
훌륭한 나무를 길러내기 좋은 땅이 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방학'이라 생각합니다.
안식년, 연구년을 내리 쓰신 교수님들은 다시 교편 잡기가 어렵다 했죠.
그래도 나무를 길러내던 기름진 땅은 수풀 더미 아래에서
얌전히 새 농부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어요.

직장인인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정신을 쏟을 시간을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매해 연차가 나오고, 주말에도 쉽니다. 가끔은 특별한 휴가를 받기도 해요.
그런데 아내를 보고 있자면, 이런 휴가는 말 그대로 일하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다시 일할 만큼의 기력을 보충할 시간에 그치는 듯합니다. 시골의 겨울은 어떤가요.
어쩌면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에 정말 힘들었을 몸을
쉬어주는 기간으로 그칠지도 모를 일이죠. 그런데 사람이 겨울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겨울입니다. 내년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지 고민해봅니다.
가슴 벅찬 고민입니다.

*조금숙, 선무영의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