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05목 흐릿했던 사람이 점점 또렷하고 선명해지는 것
그대아침
2026.02.05
조회 110
중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안경을 썼다. 시력은 점차 나빠졌고, 지금도 여전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이는 건 흐릿한 세상. 
안경을 쓰고 벗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안경이 사라지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낯선 세상에 놓였을 때, 수많은 사람 속 내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그때 처음 시력 교정을 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안경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흐릿하게만 볼수 있다가 사랑이 시작되면
비로소 또렷하게 응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랑은 그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는 일부터 시작한다.
흐릿하게나마 존재했던 사람을 또렷하게 바라보게 되면서 
몰랐던 모습을 알아가게 되고 머릿속에, 마음속에 기억하는 것이다.

가끔 사랑을 시작했다고 해서 모든 걸 가졌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은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경을 찾아 쓰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처럼,
사랑을 시작하면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제대로 보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해야 한다.

결국, 사랑은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흐릿해지고 사라지게 된다.
많은 걸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아주 작은 습관까지 기억하고 있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증명할 수 있는 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고백은 선명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말이다.
그건 어떤 순간에서도 흐릿해지지 않겠다는 뜻이니까.

*조성용의 <삶에 지치고 사랑도 무너져갈 때>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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