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는 냇가 논둑에 버드나무가 있었다. 배움터서 오는 길에
버드나무를 꺾어 피리를 삼았다. 연필 깎는 칼로 자른 다음 손가락 굵기로
나뭇가지 끝을 끊는다. 가지를 물을 짜듯 뒤틀고 얇은 가지 쪽을 잡아당기면
나무가 빠지고 속이 빈 껍질이 쏙 빠진다. 입에 물릴 자리에 동그란 껍질 끝을
접어서 0.5cm로 겉껍질을 훑으면 속껍질이 나온다.
입술을 입안으로 말고 입에 넣어 불면 굵직한 소리가 났다.
방귀소리 같고 짧게 끊긴다. 소리를 내려고 오므리고 불면 입술이 얼얼했다.
피리는 가늘어도 안 되고 딱 연필 굵기 부드러운 작대기라야 조금만 비틀면 껍질이 빠졌다.
겨울 동안 잎을 떨구고 있던 버드나무는 봄눈을 틔우려고 봄볕이 따뜻한
사월에 물을 올린다. 겨울 동안 참았던 목마름을 적시느라 물이 무섭게 오를까.
물과 껍질이 따로 논다. 물을 너무 먹어서 속나무가 술술 빠졌다.
우리는 버드나무로 사월 한 철만 피리를 불었다. 여름이 되면 껍질이 안 틀어졌다.
배움터 연못가에도 한 그루 있어 피리를 삼아 불었다. 자랐던 나무라서 맛이 쓰다.
집에서 불다가 놔두면 껍질이 말라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막 나무를 잘라서 불어야 야들야들 울리며 입술이 떨렸다.
뒤뜰 연못가 버드나무는 가지가 머리를 풀어헤친 듯했다.
컴컴한 연못에 얼비쳐 무서웠지만,
우리 마을 냇가에 있는 버드나무는 무섭지 않았다.
물이 차서 그런가. 버드나무는 하늘로 가지를 뻗지 못하고 축 늘어지네.
물속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볼까. 물을 좋아하는 나무이네.
어머니는 버드나무를 보고 여자는 떠내려가는 뿌리에 걸려도 산다고 했다.
산들바람에도 흔들리는 가지는 물을 많이 먹고 부드럽고
몸으로 춤추며 노래하며 살라는 뜻일까.
냇가에 흐르는 물이 일으키는 바람에도 덩실덩실 춤출까.
겨우내 움츠리던 몸에 물이 올리니 좋아서 신이 났나.
내 입이 닿아 간지럼타는 웃음일까. 물을 빨리 먹어 게워내는 소릴까.
뚝뚝 끊어지는 낮은 소리는 굵직한 나팔 소리를 내고
바람이 빠지고 풀어지면 꾀꼬리 나팔소리 나네.
*숲하루(김정화)의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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