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12목 주눅이 붙어사는 등짝을 서로 후려치고 같이 나눠들기
그대아침
2026.03.12
조회 106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 / 유현아

내 어깨엔 주눅이 붙어살아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디에선가 귀신처럼 날아와요
깔깔 웃는 내 얼굴에도 가끔 주눅이 붙어요 
자세히 보면 교복에도 얼룩처럼 붙어 있죠

거울 속 그림자처럼 나만 볼 수 있다면 
주눅 같은 건 없다고 거짓말 칠 수 있는데 
나만 빼고 다 보이나 봐요 
어깨 가슴 쫙 펴고 다니라고 
교복 신경 쓰지 말라고 
땅바닥 보지 말고 정면만 보라고 
말해 주는 내 친구 등에도 주눅이 붙어 있죠

학원 가는 길 신호등 옆 
빨간 등이 켜질 때를 기다리며 내 친구는 
가끔 이런 고함을 지르죠
홍, 칫, 뽕
친구 등짝을 후려치면
주눅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잠깐, 
주눅은 또다시 내 친구 머리 꼭대기에서 
룰루룰루 노래를 하죠

가끔 내 친구와 나는 주눅 든 책가방을 
서로 바꿔 들기도 해요 
그러면 주눅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친구와 나는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주눅이 들고 부끄러워지는 마음은 고독하고 외로운 마음입니다.
세상에서 나 혼자만 다르다는 느낌, 그래서 어쩐지 나만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우리를 주눅 들게 합니다. 
그렇기에 친구가 있을 때는 잠시나마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이기에 영영 주눅 들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 사실을 이 시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사라졌나 싶었던 주눅은 다시 친구의 머리 위에 떠오르고야 말지요.

이 시의 말미에서는 친구와 함께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과연 그 연구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있기에 두 사람은 분명 타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요.

*황인찬의 <시는 참, 이상한 마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