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17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하며 뒤에서 손을 흔들어줄 사람
그대아침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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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하늘빛이 어스름한 새벽에 집 밖으로 나와 새벽 공기를 마시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의 어느날이 떠오릅니다.
그날은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거의 스무 해를 가족들과 함께 살아오다가 입학한 대학교의 기숙사로 처음 들어가던 날이었지요.
거의 내 몸만 한 캐리어를 끌고 출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을 타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기에,
첫차가 다닐 무렵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물건은 이미 택배로 보내놓고 중요한 물건이나 당장 써야 하는 물건 위주로만
캐리어를 꾸렸는데도 짐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내가 정말 어디로 오랫동안 떠나긴 떠나는구나, 조금씩 실감이 나는 것 같기도 
했는데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준비도 다 된 것 같은데 이대로 가면 되는 건가 싶어서,
고개를 꾸벅 숙이곤 캐리어를 질질 끌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대로 가버리면 되는 건가 싶은 거예요.
그렇게 캐리어를 질질 끌다 말고 뒤를 돌아봤는데요.
돌아본 곳에는 창가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 엄마가 있었는데요.
그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눈물이 났었는데요.
정확히 2년 뒤에도 그랬습니다. 훈련소에 들어가던 날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뛰다 말고 뒤를 돌아봤을 때,
봐주는 사람도 호응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언제까지고 그럴 것처럼 손을 흔들고 있는 엄마가
그때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왜 또 그렇게도 눈물이 났던 건지요.

우리의 삶은 앞으로도 그렇게, 무언가가 난데없이 시작되는 일, 그리고 그것을 걱정해 주는 사람,
바라봐주는 사람의 존재를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일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건 당신의 삶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언젠가 당신이 그러한 시작을 맞을 때,
그리고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건지, 이 길이 맞는 건지를 궁금해하고 있을 때,
저 역시 오래전에 저의 어머니가 그래주었던 것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창가에 서서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작아져서 없어질 때까지,
울면서 계속 손을 흔들어주고 싶습니다.

*오휘명의 <이만큼이나 낭만적이고 멋진 사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