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18수 카테고리에서 한 칸만 더 내려가도 인생은 풍부해져요
그대아침
2026.03.18
조회 88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미리 도슨트 투어를 예약해서 따라다니며
관람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름의 동선으로 미술관을 돌다가
우연히 주변에 계신 도슨트의 설명이 들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눈앞의 작품에서 갑자기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몇 가지 정보와 관전 포인트가 더해졌을 뿐인데도요.

틈틈이 겹을 덧대는 삶이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순간 중에
가끔씩 남들은 보지 못하는 채도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삶이란 생각이 듭니다.
내 옆에 잠깐 스페셜 도슨트가 등장해서 짤막한 설명을 곁들여 주는 거죠.
“이 커피의 산미 뒤에는 자두향이 납니다.
일찍 따서 가공한 원두라 살짝 풋풋한 느낌도 있어요."
"저 화분의 식물은 산소를 많이 내뿜어요.
방금 보신 나무는 쌀밥 같은 꽃이 피어서 이름이 이팝나무랍니다."

겹을 덧대는 데 유용한 팁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시간이 날 때, 내가 좋아하는 영역을 골라 한 계단만 아래로 내려가 보세요.
과일 중에 딸기를 좋아하신다면, 어느 날 딸기 카테고리에서 한 칸만 더 내려가 보는 겁니다.

마트에서 딸기 매대 앞에 섰다면 어떤 품종인지를 눈여겨보세요.
놀랍게도, 그 시도만으로도 딸기는 우리에게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죽향 딸기는 당도가 높고 단단합니다. 그러니 오래 보관해도 무르지 않죠.
맛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값도 비싸겠죠?
설향 딸기는 과즙이 많고 상큼하고 부드러워요.
부드럽다는 얘기는 잘못 보관하면 금방 물러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빨리 드셔야 해요. 한때는 육보라는 품종을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하게 되면서 요즘 시장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대체로 딸기는 반으로 가르면 속이 하얗죠?
육보딸기는 속이 온통 붉을 정도로 색이 강렬하고 즙이 굉장히 많습니다.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얌전히 들어 있는 요즘의 딸기들을 먹다가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육보 딸기를 꺼내먹으면 뭔가 더 원초적인 딸기를 맛보는 기분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인 반에 피지컬이 남다른 운동부 아이가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요?
딸기 하나에도 이렇게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습니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유병욱의 <인생의 해상도>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