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 가든지 비슷한 풍경을 지닌 장소들이 있다. 버스터미널도 그런 곳 중 하나다.
큰 도시의 터미널은 새 건물에 쾌적한 환경이지만, 소도시나 소읍의 터미널은
몇십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낡고 더러운 시멘트벽, 묵은 때가 낀 의자들,
공중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지린내, 여기저기 나뒹구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매연과 기름 냄새,
싸구려 간식을 파는 상점들, 바쁘게 부려지는 화물들,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며 흘러나오는 안내방송,
작별인사를 나누거나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누구도 터미널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 그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와서 다른 곳으로 간다.
또한 그들은 터미널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식구나 친구를
기다리고, 화물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출발 시각이 임박해 정신없이 뛰어가는 사람도 있고,
버스를 놓치고 허탈하게 주저앉는 사람도 있다. 정장을 차려입고 길을 나선 사람도 있고,
단출한 점퍼차림으로 비닐봉지를 한두 개 들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목적과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표정도 제각각이다.
그러다 우연히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료함을 달랠 겸 옆에 앉은 사람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공통점만으로도 그들은 쉽게 길 위에서 친구가 된다.
기다려야 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터미널이 작고 사람이 많지 않을수록 더 쉽게 친밀해진다.
그들은 자신이 찾아가는 존재, 또는 기다리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치 서로 다른 전류가 한 지점에 모여드는 전극처럼,
그 순간 터미널에도 마음과 마음 사이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터미널은 단순한 종점이 아니다. 터미널(terminal)의 어원인 'term'에는 '끝'이라는 뜻과 함께
'경계'라는 뜻도 들어있다. 누군가에게는 종착지인 곳이 누군가에게는 출발점이기도 한 곳.
누군가에게는 반환점이거나 경유지이기도 한 곳. 수많은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스쳐가는 곳이지만,
낡고 때묻은 의자에 잠시 앉아 삶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코스타리카의 시골 버스터미널, 여기에 앉아 있는 몇 사람처럼.
*나희덕의 <마음의 장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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