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24화 꾸준한 관심과 성실함이 있다면 뿌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그대아침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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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가 끓인 콩나물국은 맛이 없을까?'
이것은 한동안 나의 고민거리였다. 요리 고수들은 '아마도 새우젓으로 간을
하지 않아서일 것이라고 했다. 혹은 '육수를 좀 더 진하게 우려 보라'고도 조언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국 콩나물이 문제였다.
시중에서 파는 콩나물이란 게 질긴 데다가 고소한 맛이라곤 전혀 없는 영 싱거운 맛뿐이었던 것이다.

집에서 콩나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토분 바닥에 양파망을 깔아 구멍을 막고 물 빠짐이 좋도록 했다.
그렇게 갈무리한 콩나물시루에 하룻밤 동안 충분히 불린 쥐눈이콩을 채우고 빛이 들지 말라고
검은 천을 씌워 주었다. 이후로는 수시로 물만 주면 될 일이었다.
새벽 모호한 시간, 원치 않게 잠이 깰 때도 있다. 읽다 만 책장을 다시 들추기도,
휴대폰 SNS에 접속하기에도 석연찮은 시간,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꼭 하나 있다.
바로 콩나물 물 주기. 어둠 속에서 자라나는 콩나물이므로 불은 켜지 않고 조리 수를 가만히 튼다. 
시루 속에서 잠들어 있던 콩나물이 뜻밖의 때를 만나 해갈을 시작한다. 
꿀떡꿀떡, 달게 물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하룻밤 새 콩나물이 껑충 자라났다. 조금 부족하다 싶게 자란 콩나물이지만 이때다 싶어 거두었다.
끓이고 보니 그 맛이 꼬숩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밥을 몇 숟갈 설설 말아 먹으니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간다. 또 어느날은 돌솥에 밥을 안치고 콩나물을 올려 콩나물밥을 짓는다.
콩이 여물지 않고 줄기가 부드러워서일까? 밥과 한 몸이 된 콩나물이 입에 척척 감겨든다.

세상 모든 일이 콩나물 키우는 일만큼 수월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이 부족하진 않을까, 혹여 너무 많아 넘치지나 않을까 염려할 것 없이
그저 꾸준하게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신바람 나는 일인지.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아도 좋다. 
콩을 나물로 변신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단 두 가지, 다름 아닌 꾸준한 
관심과 성실함이다. 작은 팁도 있다. 물을 줄 때마다 깨끗이 손을 씻고
도닥도닥 콩나물 머리를 두드려 주면 얼마 안 가 통통하게 자라난 콩나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콩나물국 한 그릇에 오늘도 기운찬 힘을 얻는다. 

*서지현의 <허기의 쓸모>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