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27금 타인의 일기를 접한다는 건 또 다른 우주를 펼쳐 내는 일
그대아침
2026.03.27
조회 75
타인의 일기를 접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내가 살아가는 우주와는 전혀 다른 우주를 펼쳐 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일기는 한 사람의 생이 담긴 집합체이기도 해요.
내 우주를 넓히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요.

일기를 펼치기 이전과는 달리, 조금은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시야의 
폭도 넓혀지게 되고, 관계에 있어서 보다 세심한 관찰을 할 수도 있게 돼요.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합니다.
한 사람의 생을 문장으로 접하는 일이 늘 즐겁습니다.
내땅을 넓히고 내 삶에 애착을 더하는 읽기를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내 것처럼 담아내며 읽을 수는 없어요.
내 경험만을 대입하기엔 나는 너무나도 무지해서,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마주하면 나는 은근한 반가움을 느껴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는 건,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를 한 번 
갸웃거리어 보는 거거든요. 그것이 내 땅을 넓히는 노력이 되는 거지요.
감사하게도, 나는 타인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릴 줄 알고,
박수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들을 공감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에요.
그것이 내가 매일 노력할 수 있는 이유라서 얼마나 뜻깊은지요.

나에게 관계란 명주실 같은 거예요.
누에고치에서 뽑아내는 실은 불에도 약하고 쉽게 닳고 또 잘 찢어져요.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방 버려지고 마는 거거든요.
관계도 다르지 않아요. 쉽게 타오르고 무뎌지고 닳고 낡아가고
버려질 수 있는 건 명주실처럼 똑같아요. 잔인하지 않나요. 
얼마만치의 세월을 함께했든, 길든 짧든 결국은 책장을 덮어 버리면
똑같이 끝나 버리는 일이니까요.

사람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아는 이들을 좋아해요.
노력을 더한 결실이 어떤지 알고 있는 이들을 존경해요. 나는 바라고 있어요.
고급스럽고 우아한 비단의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는 명주실의 과정처럼.
관계도 깊은 관심을 통해 우아한 형태로 거듭나기를요.

*이정영의 <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