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달은 정말이지 많은 이들의 시심을 탄생시켰고, 바퀴를 움직였고,
그 큰 수레에 실어 멀리 사라졌다.
많은 사람이 대낮에는 희미하게 뜬 낮달을 올려보고,
캄캄한 밤에는 선명하고도 깨끗하게 떠서 멀리 가는 달을 올려보지만
그 달을 통해 상상하는 내용은 확연하게 다르다.
흰 밥을 상상할 수도 있고, 새우잠을 자는 연인의 마음을 상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력의 내용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다.
가령 달을 통해 우리는 한 알의 탱자를 상상할 수도 있고,
처마에 켠 알전구를 상상할 수도 있고,
다 사용한 후 휴지통에 구겨서 버린 티슈 혹은 파지를 상상할 수도 있고,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쥔 동전을 상상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흰 이마를 상상할 수도 있고,
목에 걸어준 둥근 화환을 상상할 수도 있고,
입맛이 쓴 환자를 위해 끓인 흰죽을 상상할 수도 있고,
흰돛을 올려 먼 바다로 미끄러져가는 한 척의 배를 상상할 수도 있고,
네일숍에서 잘 다듬은 손톱을 상상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상상할 수 있다. 상상력은 대양과도 같으므로,
고래가 대양을 상상하듯이, 청년이 대양을 상상하듯이 상상할 수 있다.
한 톨의 씨앗이 높은 하늘과 가을의 끝을 상상하듯이 상상할 수 있다.
상상력의 사다리를 놓을 일이다. 달까지 올라가는 긴 사다리를,
바람과도 같은 사다리를, 흐르는 물 같은 사다리를 예측불허의 사다리를,
탄력이 좋은 사다리를, 우연하게 처음 만든 사다리를 되돌아오지 않고 전진하는 사다리를.
*문태준의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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