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13월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관계를 만듭니다
그대아침
2026.04.13
조회 121
길에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연히 마주치는 흐뭇한 광경.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있다면 모두 장성했을 법한 시기에
인생의 수많은 일들을 함께 겪어낸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걷고 있다.
함께 살아온 날들만큼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두 사람 주변을 에워싼다.

다정해 보이는 나이든 커플을 보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단순히 좋다, 라고 말하는 건 너무 뭉뚱그리는 표현이고, 마음 한구석이 겸손해진다고 할까.
오랜 세월 속에서도 상대방의 신뢰를 잃지 않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테니까.

몇 년 전, 결혼한 지인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때의 나는 연애는 만족스럽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은데 꼭 결혼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내심 대답도 뻔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혼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의 반응을 들을 거라고.
그런데 내 얘기를 가만히 듣던 지인은 담담한 어조로, 배우자를 끌어내리지도,
그렇다고 자랑하지도 않는 적당한 태도와 온도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는데
그때 은근히 얼떨떨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배우자를 존중하고 그와의 생활을 만족해하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들리는 건 좀 씁쓸하지만, 지인의 말을 들으니 결혼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주변의 좋은 관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영향을 준다.

부부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는 함께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는 만큼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끝끝내 함께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인생의 노년기까지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찡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래 함께한 두 사람을 보면 흐뭇해진다. 굳이 이야깃거리로 침묵을 메우지 않아도 좋은 안정감.
언뜻 서로의 손에 의지해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인하의 <부드러운 거리>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