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밤에 산타가 찾아왔다. 봄에 태어난 나는 4월 한 달 내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보살핌을 받는다.
그렇기에 나의 산타는 12월이 아닌 4월에 도착한다.
생일이 다가오던 어느 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아주 담백한 전화, 선물을 지금 줄 수밖에 없어서 곧 나의 집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친구는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의 집에 도착한 친구는 양팔을 한껏 벌려야 할 만큼 큰 박스를 들고 있었고,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박스를 받으려 했다. 친구는 나의 허둥지둥 액션에
웃으며 현관문 앞에 박스를 쏟아내듯이 내려놓았다. 대체 이게 뭐야?
생일 선물이라고 했다. 마트에서 내 생각을 하며 골라 담은 생필품이 가득 든
박스였다. 작은 몸의 친구가 마트에서부터 여기까지 들고 걸어왔을 모습을
생각하니 걱정 섞인 웃음이 나왔다.
어렸을 때 받았던 과자 박스의 기쁨처럼, 좋아하고 또 꼭 필요한 것이 가득 든
일명 '어른의 박스'를 선물하고 싶었다는 친구. 퇴근 후 대형마트에 가서 나를 위한
물건을 하나하나 고르고, 물건마다 고른 이유를 메모지에 써서 붙여놓았다.
올리브유, 오렌지, 생리대, 파스타 면, 호지차 라테 분말, 유자 소스,
맥주 안주용 완두콩 과자. 노란 메모지에는 친구의 목소리가 그대로 적혀 있었다.
"진아 언니, 저는 샐러드를 먹을 때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후추만 뿌린 간단한 소스를
좋아해요. 올리브유는 몸에 좋은 기름이래요. 파스타를 만들 때도 물론 좋으니까
우리 많이많이 먹어요."
친구는 알고 있었다. 당시 나의 사정을, 마음의 상태를, 바삭바삭하기만 한
영양 부족의 일상을. 식용유가 떨어지면 사겠지만 올리브유가 떨어지면 사지 않을,
생리가 시작되면 생리통 걱정보다는 생리대 살 걱정부터 하는, 매일 과일을 먹어야
싱그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지만 과일은 쉽게 포기하게 되는 나의 장보기를.
얼마 뒤 내가 쓰던 올리브유가 똑 떨어진 어느 날, 친구에게 받은 올리브유를 꺼냈다.
아직도 노란 메모지가 붙어 있다. 친구의 방법대로 간단한 소스를 만들어
아침 테이블의 샐러드에 부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서로를 떠올리며
같은 샐러드 소스로 이어져 있었고, 4월에 도착한 친구의 응원은 나의 일상에
아주 멀리까지 닿을 예정이었다.
*임진아의 <사물에게 배웁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