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602화 농담하듯 삶을 즐기며 사는 것, 그것이 예술이 됩니다
그대아침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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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옷을 입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말도 옷을 입는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몸에 편안한 옷을 걸쳤어도 불편한 옷을 입은 듯 답답해 보이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한껏 차려입었는데도 목이 늘어난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나는 특히 주고받는 말에 농담이라는 겉옷을 살포시 입혀 관계의 온도를 1도쯤 높여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면, 무슨 옷을 입었든 상관없이 같이 뜨끈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깔깔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농담하듯 삶을 즐기며 사는 것만 같은 예술가를 알게 됐다.
'벤트 아트' 작가 테리 보더(Terry Border). 그는 빵, 땅콩, 감자칩, 휴지심, 손톱깎이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에 구부린 철사로 팔과 다리를 붙여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땅콩버터를 바른 빵이 딸기잼을 바른 빵에게 꽃을 건네며 프러포즈하는가 하면,
쭈글쭈글한 대추가 얼굴 주름을 펴기 위해 마스크 팩을 하기도 하고,
달걀이 편지를 들고 엄마를 찾아갔는데 이미 구운 통닭이 되어 있어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국내 전시에서 만난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이 농담하듯 담겨 있었다. 

"일상의 사물들을 주의 깊게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물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테리 보더는 인터뷰에서 일상의 사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대략 열 번 정도 관찰한다고 했다.
이게 그가 삶을 농담하듯 살 수 있는 비결인 걸까?

가끔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살짝 올라온다.
덕분에 늘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어깨도 조금이나마 가뿐해지고, 신이 나서 들썩이고,
당당하게 펴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말의 옷발도 달라지겠지.
무거운 옷으로 꽁꽁 싸맸던 말과 글을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사람들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민영의 <삶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