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하나의 거대한 세계다. 그 사람의 내부에는 커다란 스펙트럼이 있다.
그에게는 붉은색도, 푸른색도, 암흑 같은 색도, 하얀색도 있는데
마침 나를 만났을 때 그가 붉은빛이었다고 해서
뒤늦게 그에게 “내가 아는 너는 분명 붉은색이었는데 왜 지금 검정이야?" 하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나조차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된다.
'이건 잘하는 거 아니었어?', '왜 그렇게 못난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나에게 이런 말을 한 날에는 시무룩해진다.
바싹 마른 운동장에서 커다란 물주전자에 담긴 물을 졸졸졸 흘려 선을 긋던
어느 여름처럼 내가 마음에 두꺼운 선 하나를 긋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운동장에 새겨진 듯 선명했던 선들은 어느새 희미해진다.
내 마음에 새겨진 선들도 그렇다.
강한 것도 나이고, 약한 것도 나이고, 가끔 멋있는 행동을 하는 것도 나이고,
때로 숨고 싶을 만큼 못난 마음을 끌어안는 것도 나이다.
많은 요가 동작들이 하나같이 재미있는 것은,
강함만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은 내 몸 안에는 단단해야 안전한 곳과 부드러워야 숨이 퍼질 수 있는 곳이 함께 있다.
몸은 계속 변화하기에 나이가 들면서 아픈 곳이 생길 수도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면 몸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반복하다 보면 몸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라는 세계를 본다. 잘 웃는 것도 나이고, 힘이 들 때 울어버리는 것도 나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 날도 있다.
내 안에 세계가 있다. 당신도 그렇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최예슬의 <유연하게 흔들리는 중입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